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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114호 기획연재

여름 부산은 '밀면'이지

음식 속 부산__⑧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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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절 나누어 먹으며 더 깊고 풍성해진 맛


밀면
밀면은 여름철 부산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좋아하고, 부산사람의 정서에 부합하는 음식이다(사진은 시원한 국물이 있는 물밀면).  사진·비짓부산

밀면은 부산사람의 성정을 닮았다. 뜨거운 것도, 차가운 것도, 맵고 짠 것도 훌훌 들이마시며 "어허, 시원~하다!" 하는 부산의 기질이 반영돼 맵고 짜면서도, 시원하고 진한 풍취를 자아낸다. 비록 피란 도시 부산의 '대체 음식'으로 시작했지만 어려운 시절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누어 먹었던 공유와 배려의 음식이었으며, 오늘날에는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부산 현대사와 맞닿은 '밀면'
밀면은 여름철이면 부산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좋아하고 자주 먹는 부산 고유 음식이자 부산사람의 정서에 부합하는 음식이다. 이 때문에 부산에 오는 여행자들 또한 돼지국밥과 더불어 '부산 음식'으로 꼭 한 번은 맛보고 가는 음식이 밀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밀면은 그 탄생과정을 살펴보면 신산했던 부산 현대사와 맞닿아있는 안타까운 이력의 음식이다. 원래 밀면은 6·25전쟁 당시 부산으로 몰려든 이북 출신 피란민들이 고향에서 먹던 냉면을 그리워하며 먹었던 '대용 음식'이다. 이북 지역의 냉면이 부산 밀면의 뿌리이자 그 원형이라는 것. 당시 구하기 힘들었던 메밀 대신 미군 구호품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밀가루로 면을 뽑아 '망향의 음식'을 만들어 먹은 것이 '밀면'의 시작이었다.

우암동에 있는 '내호냉면'이 밀면의 원조로 꼽히는데, 지난 1950년 흥남철수 때 부산 남구 우암동으로 피란해 정착한 유복연, 정한금 부부가 호구지책으로 냉면집을 시작하면서, 부산 실정에 맞게 창시한 음식이라 전해진다. 당시 이북 피란민들이 즐겨 먹던 냉면과 달리, 밀면은 '밀가루 냉면'으로 불리며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에게 제공된 냉면의 '대체 음식'이었다. 가격은 냉면의 반값 수준. 메밀 대신 밀가루를 사용하고, 쫄깃함을 더하기 위해 고구마 전분 등을 소량 섞어서 면을 뽑았다고 한다.


부산사람 성정 닮은 '공유'·'배려' 음식
그렇다면 냉면의 대체 음식이었던 밀면은 어떻게 부산 향토음식이 되었을까. 이는 밀면이 부산사람의 성정을 닮으면서부터이다.

그 첫째로 밀면 조리법의 부산화 과정을 들 수 있다. 밀면은 냉면보다 감칠맛이 떨어지는 밀가루 면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강하고 자극적인 양념을 쓰고, 이가 시릴 정도의 차가운 육수에 그윽한 풍미의 약재를 첨가하는 등 밀가루 면의 심심함을 육수로 보완한다. 이는 부산 음식의 특징인 맵고 짜면서도, 시원하고 진한 풍취를 자아내는 양념 조리법에 근접해 있다.

두번째로 밀면은 부산사람의 얼큰하면서도 속 시원한 '국물' 사랑과 맞닿아있다. 뜨거운 것도, 차가운 것도, 맵고 짠 것도 훌훌 들이마시며 "어허, 시원~하다!" 하는 부산의 기질이 반영됐기에 그렇다. 그렇다 보니 사철 음식 개념인 냉면과 달리, 시원한 육수의 밀면은 여름철 갈증을 해소하는 별미로 먹는 '계절 음식'의 성격이 더 짙다. 양념이나 육수가 깊고 차분한 냉면과는 본연적으로 차별화되는 것이다. 부산의 "아싸리~!(기면 기고 아이면 아이다)" 정서가 투영된 음식이라는 뜻이다. 

그러하기에 비록 피란 도시의 '대용 음식'이자, 실향의 아픔을 달래주던 '망향 음식'으로 만들어졌지만, 부산사람의 성정과 맞아떨어지면서 서서히 부산의 정서를 음식 안에 담게 된 것이 바로 밀면이다.

밀가루로 끼니를 때우던 열악한 시절, 조금 부족하고 조금 열악한 음식이었지만, 다 함께 먹고 살자고 시작된 음식이면서,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게 싼값으로 제공됐던 음식. 질곡의 시대 상황 속에서 탄생했기에 맛의 깊이가 질박하고 다소 거친 음식이었지만 따뜻하고 푸근한 마음의 음식이자 마음만은 배부른 '착한 음식'이 부산 밀면이었다.

밀면의 창시자인 내호냉면의 고 유복연 씨는 다섯 평 가게에서 장사를 하며 쪽방에서 여섯 식구가 한데 자던 시절에도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된다', '싸면서도 영양가가 높은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유언처럼 말을 남겼다고 한다. 유 씨의 말에서 볼 수 있듯 궁핍한 시절을 함께 견뎌왔던 부산사람의 '이타 정신'이 밀면이란 부산 음식에서 면면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내호냉면

부산밀면의 시초라 불리는 우암동 내호냉면.  사진·권성훈


'정통 음식'이 아닌 '대체 음식', '최선의 음식'이 아닌 '차선의 음식'이지만, 같은 값이면 넉넉하게 함께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공유의 음식'이자, 같은 양이라도 값이 싸 여러 사람 먹일 수 있었던 '배려의 음식'이 밀면이었던 것. 이 때문에 부산밀면 탄생의 의미는 '공유'와 '배려'이다. 이러한 시대적 과정을 거치며 이북 냉면이 현재 우리 부산사람의 입맛에 맞는 밀가루 냉면, 즉 '밀면'으로 탄생한 것이다. 그래서 밀면은 탄생지 부산에서만 먹을 수 있는 부산지역 특유의 음식이면서 부산사람의 성정과 맞아떨어지는 부산의 향토음식인 것이다.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1-08-0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114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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