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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108호 기획연재

향긋한 산호자 잎에 고소한 멸치젓국 듬뿍, 오래도록 여운 남는 봄나물 쌈

음식 속 부산_ ⑤멸치젓갈과 산호자 쌈밥

내용


산호자쌈밥 

동부산 지역 사람들은 봄이면 대변 멸치젓갈을 대운산 자락에서 나는 산호자 잎으로 쌈 싸 먹는 것을 즐긴다(사진은 산호자 멸치젓갈 차림).  사진·최원준


글·최원준 음식문화칼럼니스트


"산호자 쌈은 멸치젓갈과 함께해야 흔쾌한 맛을 낸다. 구수한 멸치젓갈이 쫀득쫀득한 산호자 잎의 식감과 어울려 그 맛을 더욱 맛있게 살려 주기에 그렇다. 특히 '산호자 멸치젓갈 쌈밥'은 꼭 기장 대변의 멸치젓갈을 써야 그 풍미가 제대로 완성된다. 우리 지역의 음식은 우리 지역의 식재료와 궁합이 맞기에 그렇다."

기장 명물 대변 멸치
예부터 부산은 통영, 남해와 더불어 멸치어업이 발달한 곳이다. 오래전부터 다대포, 수영, 기장 등 부산 연안의 포구에서는 멸치잡이로 삶을 이어갔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사실을 반증하듯 멸치를 후릴 때 어부들이 함께 부르던 소리가, 다대포후리소리나 좌수영어방놀이 등에 남아 내려오고 있다.

"멸치 잡아 무엇 하리/ 열두 독 젓을 담아/ 황금빛에 맛 들거든/ 첫째 독은 헐어다가/ 나라에다 상납하고/ 둘째 독은 헐어다가/ 부모님 전에 봉양하고/ 셋째 독은 헐어다가/ 형제간에 갈라먹고/ 넷째 독은 헐어다가/ 이웃 간에 노놔 먹지/ 남은 독은 팔아다가/ 논밭전지 많이 사서/ 부귀영화 누려보세"
 ('다대포후리소리' 중에서)


요즘 부산 멸치어업의 중심은 대변항이다. 대변 멸치는 봄이 무르익을 때쯤 기장 연안으로 몰려온다. 체장이 10~15㎝로 다른 지역 멸치보다 크고 굵어, 주로 젓갈용, 횟감용, 음식 재료로 널리 이용된다. 동해 깊은 수심과 한류·난류의 소통이 좋은 해역에서 잡히기에 살이 단단하고 맛이 월등하다.

요즘은 다양한 식재료로 쓰이고 있으나 조선시대에만 해도 멸치는 주로 염장해서 젓갈로 사용됐다. 대변항에서도 멸치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자체 염장법이 발달했는데, 그 시절 젓갈 담그는 비법이 오늘에까지 이르러 깊은 맛의 멸치젓갈을 생산하고 있다.


멸치젓은 멸치 살을 먹는 육젓과 김장용과 양념 소스로 사용되는 액젓으로 크게 나뉜다. 액젓은 봄 멸치로 담는데, 살이 부드러워 발효와 함께 액체 상태가 된다. 주로 2월 중순부터 5월까지 잡는 멸치를 사용하는데, 새우를 많이 먹고 알을 밴 상태의 3~4월 멸치가 가장 맛있는 젓갈이 된다. 육젓은 육질이 단단한 가을 멸치(추젓)를 쓰는데, 제대로 다 자란 탓에 몸집이 크고 굵다. 그래서 '대멸'이라고 하며 주로 3개월 정도 숙성시켜 밥반찬으로 사용된다.


대변 멸치와 기장 산호자 잎의 만남

산호자나무

산호자나무의 원래 이름은 '사람주나무'로 꽃이 피기 전 어린잎을 따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쌈을 싸 먹는다.  사진·최원준


볕 좋은 봄날이면 잘 익은 젓갈로 봄 채소 쌈밥을 한 입 크게 싸 먹는 것만큼 봄을 제대로 누리는 일도 드물 것이다. 싱그러운 봄 잎에 고슬고슬한 밥과 구수하고 짭조름한 젓갈 넉넉히 얹고 쌈을 싸 먹으면 입안이 온통 봄으로 물드는 것이다. 특히 동부산 지역 사람들은 봄이면 대변의 멸치젓갈을 대운산 자락에서 나는 산호자 잎으로 쌈 싸 먹는 것을 즐겨한다. 인근 작은 마을에는 동네 사람들이 하루 날을 잡아, 모두들 산호자 잎을 따고 큰 솥에 삶고 말려 두고두고 먹었다.

'산호자 나무'는 원래 '사람주나무'라 불린다. 나무껍질이 희다고 '여자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감나무 잎처럼 생긴 이파리도 사람 피부처럼 보드랍다. 잎을 따보면 하얀 즙이 나온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산골짜기나 산 중턱에 자생하는데, 부산 기장과 경상남도 양산의 야산에도 많이 서식한다. 해마다 꽃이 피기 전 어린잎을 따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쌈을 싸 먹거나, 햇볕에 말린 다음 두고두고 묵나물로 먹기도 한다.


5월 중순부터 채취할 수 있는데, 하순께의 잎이 쌈 거리로 먹기에 적당하다. 산호자 쌈은 멸치젓갈과 함께해야 흔쾌한 맛을 낸다. 구수한 멸치젓갈이 쫀득쫀득한 산호자 잎의 식감과 어울려 그 맛을 더욱 맛있게 살려 주기에 그렇다. 특히 '산호자 멸치젓갈 쌈밥'은 꼭 기장 대변의 멸치젓갈을 써야 그 풍미가 제대로 완성된다. 우리 지역의 음식은 우리 지역의 식재료와 궁합이 맞기에 그렇다.


'산호자 멸치젓갈 쌈밥' 즐기는 법
산호자 잎을 따서 깨끗이 씻은 후 물이 끓으면 잎을 넣는다. 진한 풀냄새가 폴폴 나다가 초록색 잎이 짙은 녹색으로 변할 때쯤까지 2~3분 정도 데친다. 그리고는 대변 멸치젓갈로 젓국장을 만든다. 멸치젓국에 고춧가루와 간 마늘, 땡초 두세 개 송송 썰어 넣고 뒤섞어준다. 그 위에 통깨를 솔솔 뿌려주면 젓국장이 완성된다.


데친 산호자 잎을 넓게 펴고 고슬고슬하게 지은 흰 쌀밥을 얹는다. 그 위에 멸치젓국장을 넉넉하게 올린 뒤 쌈을 싸서 먹으면 된다. 따뜻한 밥에 콤콤하고 구수한 젓국 냄새가 배며 사람 입맛을 제대로 자극하고, 산호자의 쫀득한 식감이 어우러져 입안이 개운하고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봄나물 쌈'이 완성된다.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1-04-29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108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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