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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106호 기획연재

기장쪽파로 만든 동래파전,나른한 봄철 제 맛이네

음식 속 부산_④기장쪽파와 동래파전

내용


동래파전 

쪽파와 각종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동래파전은 다양한 식재료가 어우러지고 뭉치는 개성과 화합의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사진·비짓부산


봄철이 제철인 기장쪽파는 사철 바닷바람을 맞아 맛이 달고 순하며, 향이 진하고 식감이 좋기로 유명하다. 기장쪽파로 만들어 먹는 부산 향토음식 중 대표적인 것은 '동래파전'이다. 동래기생들에 의해 널리 계승돼, '막걸리에 파전'이라는 공식이 널리 인식되는 계기가 됐다.

글·최원준 음식문화칼럼니스트

춘곤증 몰아내는 제철 채소, 쪽파 

봄이 오면 노곤한 봄을 이겨내기 위한 음식을 찾는다. 이렇게 입과 몸과 마음을 깨우는 것 중 하나가 봄철이 제철인 '쪽파'이다. 향긋하면서 살짝 매운맛이 특징인 쪽파는 나른한 봄날 인체의 활력을 부추기고, 겨우내 지쳤던 몸에 원기를 돋게 한다. 특히 잃기 쉬운 미각을 일깨우고 춘곤증에도 유효하다.


부산에서 쪽파의 주생산지는 기장이다. 역사적으로도 그 재배 시기가 오래됐다. 조선시대 문인이자 식객(食客)인 심노숭(沈魯崇)이 기장에서 유배 생활을 하며 남긴 '남천일록(南遷日錄. 1806)'에는 기장지역 쪽파 재배에 관해 기술하고 있다. 이를 보아 부산은 1800년대 이전부터 기장을 중심으로 쪽파를 재배한 것으로 추정한다.


'기장쪽파'는 비옥한 황토에 사철 바닷바람을 맞아 맛이 달고 순하며, 향이 진하고 식감이 좋기로 유명하다. 때문에 다른 지역의 쪽파보다 귀하게 소용되고 비싸게 팔렸다. 당연히 다양한 고급 음식의 식재료나 양념으로 널리 활용됐다. 맛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다른 지역의 쪽파와 차별되기에 '기장쪽파'는 '기장지역에서 생산·가공된 특산품'임을 표시하는 '농산물 지리적 표시 제105호'로 등록돼 있다.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현재 문오성(칠암·신평·문중·문동·동백) 마을을 중심으로 약 300여 농가가 기장쪽파를 재배하고 있다.


기장쪽파로 만든 음식에는 멸치젓국, 고춧가루, 마늘 등을 섞어 만든 김치 양념에 잘 손질한 쪽파를 함께 버무린 후 익혀 먹는 '쪽파김치', 쪽파를 식초 베이스 양념에 새콤달콤하게 무쳐 먹는 '쪽파 겉절이', 파를 소금물에 살짝 데쳐 돌돌 말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파강회' 등이 있다.


쪽파음식

기장쪽파로 만든 파강회, 파김치, 파겉절이.  사진·최원준 


막걸리+파전의 원조, 동래파전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기장쪽파'로 만들어 먹는 부산의 향토음식 중 대표적인 것은 단연 '동래파전'일 것이다. '동래파전'은 동래부사가 임금께 진상했다는 일설이 있을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동래부 교방청에 속해있던 기생들이 면천(免賤)되면서 지역 토호나 양반들이 출입하는 기생집을 열어 '동래파전'을 비롯한 교방청의 음식을 제공하게 된다. 이때부터 동래파전은 대중에게도 선보이게 된다.

광복 이후로는 퇴기(退妓) 몇몇이 '동래장'에서 술추렴 안주나 주전부리로 수수하게 부친 파전을 팔았다. 이를 계기로 솜씨 있는 여염집 여인들이 동래장에서 파전을 팔기 시작했는데, 동래사람들은 물론 인근 지역의 사람들도 일부러 동래장에 들러 파전을 사 먹었을 정도였다. '동래파전 먹으러 동래장 간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당시의 동래파전은 장안 제일의 인기 음식으로 유명했다. 그렇게 본다면 '동래파전'은 동래기생들에 의해 널리 계승된 부산의 향토음식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동래파전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1980년대 초반. 당시 전국 각 지역의 유명음식을 서울 여의도에 한데 모아 향토음식 장터를 열었는데, 이때 부산은 '동래파전'과 '산성막걸리'를 출품해 큰 인기를 끌었다. 많은 사람이 동래파전 한 점에 산성막걸리 한 잔을 들이켰는데, 두 음식의 궁합이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었다. 이때부터 전국적으로도 '막걸리에 파전'이라는 공식이 널리 인식되는 계기가 됐다.

동래파전은 보통 파전과는 달리 다양한 내용물이 들어가기에 두께가 두껍고 속이 촉촉하다. 파 이외에도 해산물 중심의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가 각각의 식감을 풍성하게 즐길 수가 있다. 때문에 동래파전은 제각각의 맛을 내는 다양한 음식재료가 '한 가지의 맛' 속에 모여 서로 어우러지고, 하나의 공통된 맛 아래 스스럼없이 뭉치는 '개성과 화합의 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근현대사의 높은 파고를 견디며 부산에 정착한 팔도의 사람들이, '부산'이라는 장소에서, '부산사람'으로 하나가 되어, '부산의 정신'을 만들어 낸 것과 다름 아니다. 때문에 지금의 동래파전이 '부산의 향토음식'으로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동래파전 만드는 법
자르지 않은 기장쪽파를 번철에 넉넉하게 깔고, 그 위에 멸치와 다시마 등으로 우려낸 육수에 찹쌀, 밀가루 등 곡물가루를 넣어 반죽한 반죽 물을 끼얹는다. 굴, 새우, 대합, 바지락, 홍합, 쇠고기 등을 고명으로 넉넉하게 올려서 센 불에 부친다. 이때 반죽은 파가 서로 붙을 정도로 적은 양을 쓴다. 파전이 다 익을 때쯤 계란을 풀어 파전 위에 올리고 솥뚜껑으로 덮어 골고루 익혀서 내면 된다.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1-03-3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106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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