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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102호 기획연재

부산 화제 중심, 과거·현재·미래 공존하는 가덕도를 가다

부산 소풍 ①가덕도

내용

가덕도 4
낙동강과 남해가 만나는 곳에 자리한 가덕도는 예부터 전략적 요충지로 중요시됐다. 최근에는 신공항 입지로 떠오르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사진은 연대봉에서 내려다본 가덕도 전경). 사진·비짓부산


가덕신공항 건설 관련 국회 특별법 발의와 각계각층의 신공항 건설 지지가 이어지면서 가덕도가 주목받고 있다. 부산, 울산, 경남을 두루 아우르는 신공항 입지로 떠오르는 곳이자 부산에서 가장 큰 섬, 그리고 부산의 가장 끝 섬인 가덕도를 찾아본다. 


글·하나은/사진·권성훈


가덕도, 역사가 증명한 교통·전략 요충지
부산 서남단, 낙동강과 남해가 만나는 곳에 자리한 가덕도는 면적 21.073㎢로 부산의 섬 중 가장 크다. 오늘날에는 부산신항 건설로 인한 매립과 거가대교 개통으로 섬의 북부와 육지가 연결됐다.

가덕도는 일찍부터 교통과 전략적 요충지로 중요시돼왔다. 통일신라시대 중국 당나라와 교류하던 주요 무역항 중 하나였으며, 조선시대에는 부산과 진해로 진입하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임진왜란 시기에는 왜구가 이곳에 왜성을 쌓고 조선 침입의 근거지로 삼았다. 1871년 흥선대원군이 외세의 침입을 경계하기 위해 전국 교통요지에 세운 '척화비(斥和碑)'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양 오랑캐가 침범하는데 싸우지 아니하는 것은 화친하자는 것이요, 화친을 하자는 것은 나라를 파는 것이다. 자손만대에 경계하오니, 병인년에 지어 신미년에 세우다(洋夷侵犯非戰則和主和賣國, 戒我萬年子孫, 丙寅作辛未立)"

 -'가덕도 척화비' 중에서

가덕도 척화비

흥선대원군이 외세의 침입을 경계하기 위해 세운 '가덕도 척화비'.  사진제공·국제신문


나라의 문을 걸어 잠그면서까지 외세의 침입을 막으려 했던 흥선대원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덕도의 운명은 평탄치 않았다. 1904년 러시아와의 전쟁을 준비하던 일제는 러시아 무적함대에 맞서기 위해 가덕도를 강제 점령하고 지금의 외양포 일대에 포진지를 세웠다. 가덕도는 1945년 광복까지 일본군 군사시설로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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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이 들어서면 항만·철도·공항을 연결하는 트라이포트가 완성된다(사진은 우리나라 물류의 심장인 부산신항).


오늘날 가덕도는 부산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부산신항', 부산 산업의 중심인 '녹산국가산업단지'를 끼고 있다. 신공항이 이곳에 들어서면 항만·철도·공항을 연결하는 '트라이포트(triport)'가 완성된다. 역사 속 전략적 요충지가 물류와 교류의 중심지로 새롭게 비상하는 것이다.


산신이 보호하는 명혈, 연대봉
가덕도는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유구한 역사만큼 섬 곳곳에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연대봉, 대항전망대, 새바지 인공동굴, 외양포 일본군 포진지, 가덕도 등대, 정거 벽화마을 등이 관광명소로 꼽힌다.

가장 유명한 코스는 갈맷길 5-2코스 연대봉 등산이다. 연대봉은 조선시대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봉화를 올렸던 곳으로, 나라의 정기를 품은 명혈로 꼽혔다. 전설에 따르면 일제가 연대봉 바위에 쇠말뚝을 박아 민족정기를 끊고자 했으나 산신이 보호해 바위를 파괴하지 못했다고 한다.

해발 459m로 높지 않지만, 사방이 시원하게 틔어 있어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남동쪽에서는 일본 대마도, 서쪽에서는 거제도, 북서쪽에서는 남해의 섬들과 해금강이 보인다. 연대봉 등산은 동선마을에서 시작하는 코스와 지양곡 주차장(전망대 정류장)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있다. 지양곡 주차장에서 넉넉하게 1시간30분 정도면 정상에 도착한다. 짧다고 만만하게 보는 것은 금물이다. 갈맷길 코스 중에서 난이도 높은 곳으로 꼽히기 때문에 등산화를 신는 것이 좋다.


평화로운 어촌 산책, 대항전망대~세바지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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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조형물이 인상적인 대항전망대.


대항전망대에서 대항 마을이나 세바지 마을로 해안가를 따라 천천히 산책하는 코스도 인기다. 대항전망대에 서면 대항마을, 거가대교 주탑 등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신공항을 기원하는 비행기 조형물 앞은 요즘 뜨는 인증사진 코스이다. 인증사진을 찍고 길을 따라 10분 정도 내려오면 대항마을로 가는 길과 세바지 마을로 가는 길로 나뉜다. 두 마을 모두 평화로운 어촌의 풍경을 간직한 곳이지만, 인공동굴을 보기 위해 세바지 마을로 향했다.


세바지 마을은 앞은 바다, 뒤쪽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세바람(서남풍의 방언)을 받는 등받이라 하여 '세바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새바지 마을이라고도 부르는데, 마을 이름은 '세바지 마을', 이곳에 자리한 인공동굴은 '새바지 인공동굴'로 표기한 곳도 많다.

마을은 한눈에 들어올 만큼 아담하다. 로맨스 영화에 나올 듯 분위기 있는 하얀 등대 앞을 역시나 작은 고깃배가 천천히 지난다. 한걸음에 걸어갈 수 있는 포구를 따라 느릿느릿 걸으면 '새바지 인공동굴'이 나타난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가 미군의 폭격을 피하고자 탄광 노동자를 동원해 만들었다. 한 발짝 한 발짝이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로 채워진 곳이다. 평화의 시대, 우리는 고난의 결과인 이 길을 휴대전화나 사진기를 들고 걷는다.


인공동굴
새바지 인공동굴은 일제강점기 탄광노동자를 강제동원해 만들었다.


약간 엄숙한 마음으로 구불구불한 인공동굴을 지나 반대편에 이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고운 모래사장 대신 귀여운 자갈이 가득한 몽돌 해수욕장이다. "자르르 자르르" 자갈이 파도에 쓸려 오르내릴 때마다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일본군 포진지 터, 외양포 마을 

가덕도 6

일제는 러시아 무적함대와의 해전을 위해 외양포 마을에 포대 진지를 구축했다. 왼쪽은 엄폐 막사, 오른쪽은 탄약고이다.


가덕도에 남겨진 일제강점기의 흔적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 있다. 외양포 마을이다. 대항(大項)의 바깥쪽으로 항구라는 뜻에서 '외항(外項)포'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행정구역상으로는 '외양포'로 표기한다.

일제는 1904년 외양포 마을 인근 민간 64가구를 강제로 쫓아내고 섬을 점거했다. 이후 러시아 함대와의 해전을 준비하기 위해 이곳에 포진지를 만들고 군사 거점으로 활용했다. 광복 후에는 이주민들이 들어와 군 막사 등의 시설을 개조해 살았다. 아직도 마을 내부에는 포를 설치했던 포진지, 몸을 숨기고 생활했던 엄폐 막사, 탄약고, 사령관실 등 군사용 건축물과 우물, 화장실 터 등이 남아있다.


외양포마을 포좌 

외양포 마을 포진지 흔적.


광복 후 일본군은 떠났지만, 가덕도는 여전히 군 작전지역이다. 외양포 일대를 비롯한 섬 일부 지역에 민간인 출입을 통제한다. 이 때문에 또 하나의 가덕도 명물인 등대를 방문하려면 미리 출입 신청을 해야 한다. 가덕도 등대는 대한제국 시대에 만든 유인등대로 1909년 12월 점등했다. 초기 직원이나 기술자는 대부분 일본인이었으며 건축양식은 일본식과 유럽식이 조화를 이룬다. 원형이 잘 보존돼 2002년 새 등대가 세워질 때까지 사용했다. 등대 견학 및 숙소 체험은 부산지방해양수산청 홈페이지(www.portbusan.go.kr)에서 방문 2주 전까지 신청하면 된다. 사회적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방문이 제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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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 등대는 대한제국 시기에 만들었으며 2002년까지 불을 밝혔다. 사진·부산관광공사


가덕도 산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인적마저 드물었던 평화로운 어촌마을에서 커다란 골리앗 크레인과 색색의 컨테이너가 활기차게 움직이는 부산신항을 지나 천천히 일상으로 복귀한다. 미래의 우리는 더 넓은 세상, 다른 대륙으로 떠나기 위해 이 길을 다시 찾을지도 모른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갈림길에서 가덕도는 그렇게 우리를 기다린다.   

 

가덕도 둘러보기
도시철도 1호선 하단역 3번 출구 앞에서 520번 시내버스를 타면 동선 마을, 대항 마을, 대항전망대까지 이동할 수 있다. 배차 시간이 56분이므로 차 시간에 유의해야 한다.


· 갈맷길 5-2코스: 총거리 20.1km, 소요 시간 약 7시간, 난이도 아주 어려움
 천가교~연대봉~대항선착장~대항새바지~누릉능~사슴목장~동선 마을~동선방조제~눌차 마을~천가교
· 가덕도 등대 생태탐방길: 총거리 4.4km, 소요 시간 약 1시간30분, 난이도 보통
 외양포 마을~가덕도 등대~외양포 마을
· 바다와 만나는 힐링길: 총거리 7.89km, 소요 시간 약 2시간, 난이도 쉬움
 동선 마을버스 정류장~척골소류지~누릉능~어음포~대항새바지항~인공동굴~대항사거리~대항선착장
· 숲속의 힐링길: 총거리 11.6km, 소요 시간 약 3시간, 난이도 아주 어려움
 선창 마을버스 정류장~갈마봉~구곡산~삼박봉~응주봉~국군묘지~천성고개~매봉~응봉산~강금봉~동선새바지~가덕도동 행정복지센터~선창 마을
·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길: 총거리 5.1km, 소요 시간 약 1시간30분, 난이도 보통
 지양골 주차장~백재덕 추모공원~연대봉 정상~어음포 산불초소~지양골 주차장
· 느리게 걷는 고향길: 총거리 8.55km, 소요 시간 약 2시간. 난이도 아주 쉬움
 동선 마을버스 정류장~외눌 마을~눌차초등학교~정거 벽화마을~국수당~내눌 마을~동선방조제~천가어린이집~동선 마을버스 정류장
· 역사 생태 탐방길: 총거리 4.7km, 소요 시간 약 2시간30분, 난이도 보통
 대항 마을 공영주차장~외양포 임도~외양포 일본군 포진지~탄약저장고~관측소~국수봉~산악보루~외양포 생태터널~대항 마을 공영주차장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1-01-19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102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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