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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사람' 사는 골목 안 자리 잡은 동네 책방 작지만 개성 강한 망미동 독립서점들

주택가 살아있는 망미동 골목 안 하나 둘 문 열어 … 어느새 책방골목으로 성장

내용

망미동은 부산에서는 드물게 주택들이 살아있는 동네이다. 주택들이 살아있다는 것은 골목이 있다는 뜻이고, 골목이 있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이 살아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교감이 이루어지는 공간, 그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는 공간. 사람들은 그 공간이 그리웠는지 모른다. 근 몇 년 사이에 망미동 골목에 사람들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작은 카페와 빵집과 공예점, 갤러리, 개성을 갖춘 음식점들이 생겨났고, 새로운 문화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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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주의책방 한탸.                                                                                                                          사진 권성훈


 그 가운데에는 `독립서점'이 있다. 일 년 사이에 다섯 군데 책방이 망미동 골목에 문을 열었다. 작은 규모지만 책방 주인의 개성과 취향에 따른 독특한 큐레이션을 볼 수 있는 독립서점은 전국적인 문화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곳처럼 한 마을에 다섯 군데나 있는 것은 드문 일이다.


 개성을 살린 주택의 공간감, 복고주의적 감성 등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 번화한 도심에 있는 상가나 빌딩보다 덜 부담스러운 임대료가 큰 몫을 했다.
 독립서점은 대형서점과 `책'을 파는 행위는 같지만 `지향'은 다르다. 베스트셀러, 잘 나가는 작가들과 책들 중심의 상업적 문법을 따르는 대형서점과는 달리, 독립서점은 책방 주인의 확실한 개성과 취향에 따른다. 묵직한 철학책이나 일반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예술서적, 자연과학 서적과 같이 자본의 수레바퀴에서 `탈주'한 책들을 구해내, 이윤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상업적 요구보다 중요한 책 본연의 가치를 고스란히 부여한다. 이는 확실히 판매에는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꼭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책, 주인과 손님이 말 걸기를 할 수 있는 책을 통해 `독립서점'은 자본보다 소중한 생명력을 얻는다.

  그런 측면에서 망미동은 독립서점이 문을 열기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가진 셈이다. 다소 오래되고 낡고, 자금자금한 공간들은 `독립서점'의 특성과 여건에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느긋하게 주택가를 `소요'하면서 골목 안에서의 `은일(隱逸)'을 즐기며 망미동의 독립서점으로 함께 여행해 보자.


■ 인문주의 책방 한탸.

`한탸'라는 다소 생경한 이름은 체코의 국민작가 보후밀 흐라발의 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 폐지 압축공인 한탸는 인류의 지식과 교양이 가득 담긴 폐지 직전의 책들을 구해내 그 속에 빠져 사는 사람이다.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이 책읽기와 글쓰기라는 김석화 대표는 그 한탸에 매혹되어 책방 이름으로 쓰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 예술, 사회학, 철학 등 폭넓은 인문학 책과 여성주의 책, 문학 책을 주로 다룬다. `한탸'에서는 멀리서 바라만 보던 인문학 책들이 한층 가까이 다가온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 시야를 넓히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 큐레이션이다. 책방 한탸를 유지하는 데는 독서모임과 글쓰기 모임이 한몫을 한다. 김 대표는 `한탸'를 통해 `독서공동체'를 꿈꾼다.
 평일 오후 1∼9시, 주말 오후 1∼7시 운영. 매주 월요일 휴무.


■페미니즘 책방 비비드

 `비비드'는 `성에 관한 새로운 시선'을 표방하는 `페미니즘' 책방이다. 대표인 임은주 씨는 영화를 통해 성과 몸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비엔나 호텔의 야간 배달부'라는 책을 쓴 페미니즘 작가이기도 하다. 내면을 성찰하는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여성'과 `성'의 억압과 차별에 대해 자연스럽게 깨닫고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는 임 대표에게 책방은 페미니즘의 실천 도구이다. 지난해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에 문을 연 `비비드'는 여성들이 글쓰기와 성에 관한 워크숍을 통해 차별과 아픔 등을 토로하고 위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어떤 아픔은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치유된다. 임 대표는 이를 통해 자신이 어두운 존재가 아니라 밝고 원색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기를 바란다. 활기에 넘치는, 생동하는 뜻을 가진 비비드(vivid)를 책방 이름으로 정한 이유이다.
 매일 오후 2∼8시 운영. 매주 월·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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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책방이 있는 망미동 골목. 사진에 보이는 책방은 비온후.                             - 사진 권성훈


■여행 콘셉트의 책방 비온후

 20년 간 건축, 미술, 인문학 분야 서적을 출간해 온 `비온후' 출판사가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출판사 공간 한쪽에 책방을 열었다. `비온후' 책방의 특징은 여행이다. 여행과 관련된 책 판매는 물론 여행자들을 위한 북스테이도 운영한다. 출판사 건물의 입구 쪽에 `책을 읽고 뒹굴며 숙박을 할 수 있는' 북스테이 공간이 있다. 이인미 공동 대표는 `비온후' 책방이 이곳을 찾는 손님들과 이웃 주민들에게 다양하고 재미있는 `거리'를 제공해 주는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공간이기를 바란다. 때문에 북스테이 공간 말고도 커뮤니티 공간, 전시 공간 등을 마련해 독서모임과 북토크, 전시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동네 주민들이 추천한 영화를 상영하는 책방 영화제도 열었다. 이웃 주민들의 호응도 좋다. `비온후' 책방을 통해 소통하고 왕래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골목은 활기차졌다. 매주 목·금·토요일 오후 2시∼8시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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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책방 동주.                          사진 권성훈


■국내 1호 자연과학 책방 동주

 `동주'는 국내 1호 자연과학 책방이다. 진화생물학 전공의 젊은 과학자이자 현직 대학교수인 이동주 대표는 어릴 적 읽은 헬렌 부시의 `바닷가 보물'이라는 한 권의 책이 자신의 인생을 이끌었다고 한다. 서점을 열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자신이 그랬듯, 어린이나 청년들이 책을 통해 꿈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연과학 분야의 책은 전문서적부터 교양서, 그림책, 동화책까지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책방 안쪽에는 이동주 대표의 연구 공간도 있다. 현미경이 있는 책상은 `책방 동주'의 성격을 잘 드러내준다. `동주'의 인기 높은 강좌인 과학 스터디를 비롯해 도감활용법, 멸종위기의 동물들, 현미경 사용법 등 자연과학 교양 강좌도 종종 연다. 현직 대학 교수인 만큼 청소년과 청년들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책방을 찾는 청년들에게 진로 상담부터 미래에 대한 고민도 들어준다.
 매일 오후 2∼7시 운영. 매주 화·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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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방 해피북스데이.                                                               사진 김 진


■그림책과 독립 출판물 위주 해피북스데이

 `해피북스데이'는 캐릭터 디자이너인 정유진 대표가 언니 정희진 씨와 함께 문을 열었다. 책을 좋아하던 두 자매의 의기투합으로 문을 연 `해피북스데이'는 그림책과 독립출판물을 위주로 한다. 큐레이션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넘친다. 한쪽 벽면을 기획 전시 공간으로 활용해 매달 새로운 전시를 연다. 작가들이 직접 전시를 할 수 있도록 `벽면'을 내주기도 하고, `해피북스데이'에서 콘셉트를 정해 전시를 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선물'을 콘셉트로 `선물하기 좋은 책 기획전'을 열었다. 독서모임은 물론 취미 도서와 연계해 원 데이 취미 클래스, 티 클래스 등 다양한 모임을 이끌고 있다. 많은 책이 있는 건 아니지만 한 권 한 권 책에 대한 소개글을 꼼꼼하게 적어 책갈피로 끼워 둘 정도로 정성을 다한다.
 매일 오후 1∼8시 운영. 매주 월·화요일 휴무.


                                                                                                                                                                                     글·김진 동화작가



■ 김 진
 동화작가로 강릉에서 태어나 자랐다. 글과 책에 매혹돼 기자, 출판사 편집장으로 일했다.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우리 동네 마루'가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 제3회 열린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럭키 파트라슈' `노래하는 여전사 윤희순' `외뿔고래의 슬픈 노래' 등의 책을 펴냈다.
 2018년 영상물등급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위촉되면서 부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부산의 매력에 매혹돼 부산과 부산사람 소재 청소년소설을 쓰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19-12-3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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