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묵자’의 외출

'묵자'의 Food Talking 15

내용

햇살 좋은 봄날. 먹을 것만 늘 쫓아다니던 묵자도 때론 위안이 될 공간을 그리워합니다. 나른한 오후, 충격 요법으로 맛있는 음식이 아닌 봄을 느끼고 마실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스스로 ‘묵자의 외출’이라 칭하고, 잠깐 한눈을 팔아보자는 결심 하에 길을 나섰습니다. 싱그러운 봄의 기운, 풋풋한 젊음의 기운을 찾아 대학생들이 넘쳐나는 대학가로 향했습니다.
 

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 역. 발랄한 대학생들을 보니… 마음은 스무 살인데… 몸이 따라주지 않음을 느낍니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젊음의 풋풋한 향기가 부럽기만 합니다. 옆구리에 책을 꽂고 정신없이 걸어가는 복학생, 킬힐 신은 멋쟁이 여학생, 시원한 웃음소리 날리며 끝없이 재잘대는 신입생들까지… 대학가는 싱그러움으로 가득합니다.

대학가를 거닐던 중. 대학생들이 줄 서서 기다린다는 작고 예쁜 가게가 보입니다. 세가프레도 커피전문점이라는 곳입니다.

“세가프레도가 뭔가요?” 물으니, “아니, 세가프레도 모르세요? 커피 맛이 죽여요… 인기 짱이예요!” 대학생들의 우렁찬 대답이 쏟아집니다. 작은 공간에 커피와 커피 뽑는 기계, 판넬 사진, 초콜릿, 비스킷, 요커트 등등 정말 별의별게 다 있습니다. 주인장 曰 “부산에서 세가프레도 먹을 수 있는 곳은 여기 밖에 없어요! 서울에도 딱 두 곳 밖에 없는데… 일단 한번 드셔보세요~ 커피 맛이 다릅니다!”

주인장 ‘묵자’에게 커피를 건넵니다. 초콜릿과 함께 나온 커피. “맛을 잘 몰라서 그런가… 그냥 저냥 커피 맛인 거 같다” 고 하니, “처음 드셔서 그래요. 자꾸 먹다보면 다른 커피는 못 마셔요”라고 친절히 응해줍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세가프레도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커피브랜드로, 단순 커피전문점의 이미지를 벗어나 유럽과 이탈리아에서 볼 수 있는 Cafe-Bar 스타일을 추구하는 전통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이라고 합니다. 경성대 앞에서 건진 이색 카페 세가프레도. 저렴한 가격도, 세가프레도의 모델을 닮은 주인장도 묵자 맘에 쏘옥 듭니다. 이곳 대학생들 사이에선 ‘인기 짱’이라고 하네요.

우연히 ‘세가프레도’를 만나 서두가 너무 길었죠. 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 역에서 1번 출구로 나와 KT 건물과 센츄리 빌딩 사이로 쭉 걸어 들어오면 세원빌라 건물이 보입니다. 세원빌라가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문화골목’이라는 간판이 보이는데요. 이곳이 오늘 ‘묵자’의 목적집니다.

‘문화골목’이라는 간판을 따라 들어서면 낙서 같은 글귀가 새겨진 녹슨 대문을 만나게 됩니다. 이 글귀를 처음 봤을 땐, 왠지 모를 감흥에 취해 한참을 음미하곤 했습니다. “골목 안에 공연도 보고, 그림도 있고, 술 마시며 노래하네-” 글귀가 새겨진 녹슨 대문. 시름 많은 한 인간을 연극과 술, 그림이 있는 풍류의 공간으로 안내하는 듯 합니다. 글귀가 안내하는 대로 무작정 가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킵니다.

한적한 벤치. 아저씨와 고양이가 서로 닮은 듯 똑같은 모습으로 응시하며 담배를 피우고, 하품 하고, 몸을 긁적거립니다. 졸린 듯 하품하는 아저씨도, 야옹~ 우는 고양이도 이곳만의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아저씨가 꾸벅꾸벅 졸고 있는 벤치를 지나면 예쁜 골목길 따라 울창한 숲이 이어집니다. 능소화, 팔손나무, 앵두나무, 담쟁이, 박주가리… 항아리에 담긴 작고 예쁜 꽃들까지 골목길 따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돌로 만든 커다란 함지박이 보입니다. 그 속엔 금붕어가 이리저리 헤엄을 치고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생명체들이 골목길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다는 게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2층집 5채가 얽혀 오밀조밀 만들어진 문화골목. 좁다란 길이 주는 한적함을 즐기고 있는데… 이곳의 기획실장 이동빈씨를 만났습니다. “마음껏 즐기다 가세요~”라는 인사 말과 함께 건넨 조감도입니다. 펼쳐보니, 골목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문화 골목의 끝에 ‘몽로’라는 주점이 있습니다. 밖에선 숯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는데요.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20대 중반쯤 앳돼 보이는 여인이 요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돼지숯불구이와 봄나물입니다. 일본식 주점처럼 바에 앉아 따뜻한 정종 한잔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왠지 모를 아늑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곳입니다.

메뉴를 주문하자, 주모는 얼른 돼지갈비를 숯불 위에 올립니다. 그리곤, 샐러드 봄나물을 한 접시 버무려내는데요. 요즘 한창 제철이라는 돗나물, 참나물, 오이 등의 아삭한 채소가 상큼하게 담겨 나옵니다.

봄나물 샐러드며, 옛날 소시지며, 나온 밑반찬들이 투박하면서도 정겨운데요. 밖에 놓여진 야외 식탁엔 연인들이 따끈한 정종을 마시고 있습니다. 향기로운 봄밤, 정다운 연인들의 모습이 골목길을 가득 채웁니다.

몽로의 분위기에 취해있을 즈음, 이곳 골목길의 대장 최윤식씨(?)가 나타났습니다! 자신을 ‘골목길 대장’이라고 소개하며, 그렇게 불러달라고 당부하시네요. 그리곤 이곳을 둘러보려면 자기를 따라다녀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하십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자기를 따라 골목길 음식들을 하나씩 맛보자고 제안하십니다. 대장님 말씀인데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골목을 제대로 둘러볼 요량으로… 묵자 얼른 따라나섰습니다!

대장과 함께 하는 문화 골목 2탄이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작성자
민경순
작성일자
2011-05-06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페이지만족도

페이지만족도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평균 : 0참여 : 0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를 위한 장이므로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 120 - 민원신청 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광고, 저속한 표현, 정치적 내용, 개인정보 노출 등은 별도의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부산민원 120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