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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돼지갈비 골목길, 동네 한바퀴

‘묵자’의 Food Talking

내용

동구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아니 부산에 사는 사람이라면 꼭 먹어본다는 초량동 돼지갈비. 갈비가 그냥 갈비겠지… 소문처럼 예전에 그 맛이 남아있을까 생각하며 길을 나섰습니다. 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에서 지하도를 한참 걸어 9번 출입구로 나오면 ‘초량동 돼지갈비 골목’이라는 큰 간판이 있습니다. 간판이 세워진 큰 길엔, ‘돼지갈비’라 적힌 간판들이 즐비한데요. 이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사람들이 말하는 ‘초량동 돼지갈비 골목길’이 있습니다. 은하갈비, 초량갈비, 밀양돼지갈비, 청송숯불갈비, 경북갈비 등등 20여개의 갈비집들이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요.

골목길에 들어서자, 달짜름 하면서도 고소한 ‘갈비’ 냄새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굽히고 있을 갈비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이 집 저 집 기웃 거려 보는데… 예전의 명성은 어디로 갔는지… 조용하고 한산하기만합니다. 사장님 중에 한분이 “요즘 돼지 값이 올라 장사하기 힘들다”며 한숨을 내쉽니다. 80년대만 해도 초량 돼지갈비 골목은 외식 나온 가족들로 붐볐습니다. 당시엔 어린이들이 부모님 손잡고 꼭 가봐야  하는 대표적인 외식 장소였는데요. 또, 부두가 가까워 부두 노동자들이 노란 월급봉투를 들고 찾았으며, 그의 가족들이 즐겨 찾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아련한 옛 기억을 추억하는 명소인데요. 당시엔 숯불이 아닌 연탄불을 사용했는데… 지금은 숯불이나 가스불로 대체되었습니다. 옛 명성은 사라졌지만, 좁은 골목길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사이좋게 모여 있는 돼지갈비 집의 풍경은 ‘묵자’에게 왠지 모를 호기심을 자극하며 독특하게 와 닿습니다. 

한참을 서성거리다 들어간 곳이 ‘남해집’입니다. 왁자지껄 젊은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곳. 어떤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까 궁금해 들어간 곳인데요.

커다란 불판 위에 돼지갈비를 굽고 있는 젊은 커플들. 묵자가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넉살 좋은 신랑이 반갑게 맞으며 서슴지 않고 고기를 권합니다.

양념이 졸아붙어 영~ 볼품없어 보이는데…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옹기종기 모여 앉은 손님들은 야무지게 먹어치우곤 금방 3인분 추가를 외칩니다. “뭐가 그렇게 맛있습니꺼?” 물으니, “한번 드셔 보세요~ 아기 때부터 여기 와서 갈비를 먹었는데, 지금 제가 서른 살이니까 한 30여년 이곳에서 갈비를 먹었어요. 다른 곳에서는 이런 맛이 안나요. 여기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죠!”

커플이 추가로 주문한 돼지갈비. 둥그런 불판위엔 빳빳한 은박지가 새롭게 깔리고, 양념 갈비 3인분이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를 내며 구워지는데요. 바로, 여기에 초량동 만의 맛의 비결이 숨어 있습니다. 3단계 과정을 거쳐 양념간장에 먹음직스럽게 졸여지는 돼지갈비. 이것이 초량동 돼지갈비만의 매력입니다.

마지막, 하얀 김이 솟아오르며 구수하게 익어가는 돼지갈비. 익으면 익을수록 노릇노릇 달콤한 초콜릿 색깔을 드러내는데요. 참으로, 독특한…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초량 갈비만의 빛깔입니다. 도대체 어떤 맛일까 궁금함을 참을 수 없습니다. “다른 데서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맛입니더~ 직접 드셔 보세여!“ 침을 꼴깍 삼키다, 냉큼 젓가락을 들었는데… 거참,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 맛이 감칠맛을 더하며 야들야들 목구멍으로 넘어갑니다. 입에 쫙쫙 붙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 절로 감탄이 나오더군요.

젊은 부부들 사이에, ‘묵자’ 염치도 없이 합석했습니다. 임신한 아내의 입에 고기를 쏘옥~ 넣어주는 남편. “몇 달 있으면 태어날 아기도 저처럼 이곳 갈비를 좋아하겠지예! 저와 함께 이곳을 즐겨 찾게 될 거고, 이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초량갈비 3세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남해집 051)468-3075


스무 개 남짓 돼지갈비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골목길. 어느 집이 더하고 덜한 집 없이 집집마다 양념도 다르고, 그 맛도 비결도 다르다고 합니다. 다 맛있을 거 같고, 집집마다 그 숨은 맛의 비결이 있을 텐데요. 어디로 갈까... 한참을 망설이다 들어간 곳이 ‘울산 집’입니다. 갈매기살 전문 이라고 쓰인 간판에 이끌려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조심스럽게 들어간 울산집. 주인아주머니가 커다란 도마에 고깃덩어리를 올리고, 고기 손질 중입니다. 살짝 보니, 칼질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요. ‘묵자’가 여차저차 취재를 왔다고 설명하자, 대뜸 “고기 좀 먹고 가~ 우리 집은 갈비는 물론 갈매기살이 끝내줘!”하며 묵자를 끌어 앉힙니다.

그러면서 대뜸 보여주시는 게, 돼지갈비 양념장입니다. “집집마다 양념장이 다른데... 우리 집 양념장엔 특별한 거 하나도 안 넣었어! 그래도 맛있어! 기본 간장 양념에 마늘, 생강, 양파, 배를 갈아 넣었는데… 이 양념장 좀 봐~” 깊이를 알 수 없는 진한 양념장엔 왠지 모를 비법이 쏟아져 나올 거 같은데요. 아주머닌 서둘러 불판을 깔고, 고기를 얹으며 “여기까지 왔는데 맛을 보고 가야지~” 묵자를 재촉합니다.

집집마다 갈비 맛이 다르다고 하더니, 울산 집만의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집니다. 고기가 뭐랄까~ 부드럽다고 해야 할까요. 정말 연하고 부드러워 목을 잘 타고 넘어갑니다.

이 집의 또 다른 매력 싱싱한 갈매기살. 일등급 한우를 방불케 하는 싱싱한 요 녀석을 불판에 얹으니 지지직- 고소한 소리를 내는데요. 잘 익은 갈매기살을 이집의 자랑인 삭힌 김치와 곁들여 먹으면 꿀맛입니다. 051)468-1819
  

인심 좋은 울산 집을 뒤로하고, 블로그 마니아들의 입소문이 자자한 은하갈비 집을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30여년 넘게 장사를 했다는 ‘은하갈비’. 이 골목의 터줏대감으로 손꼽히는 곳인데요. 고기 손질하는 아주머니에게 말을 걸자, 아주머닌 오늘 받은 암퇘지라며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매일 매일 그날 들어온 질 좋은 1등급 돼지만을 엄선해 사용한다는 설명이 이어지는데요. 햇살에 반사된 돼지고기의 빛깔이 투명한 분홍빛을 냅니다. 갈비 대를 중심으로 얇게 손질된 고기는 냉동실에 넣어 하루 정도 숙성시킨 다음, 직접 만든 양념장에 충분히 재워 불판에 구워내는데요.

좋은 돼지고기를 숙성시킨 뒤 굽는 것이니… 그 맛이야 물어보나 마나겠죠. ‘남해집’과 비교해보면, 양념 맛부터 확연히 다른데요. 뭐랄까~ 달쪼름하면서도 쫄깃쫄깃한 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여기에, 잘 구워진 갈비 대를 들고 쪽쪽 발라먹는 맛이 일품입니다. 은하갈비 051)467-4303

이곳저곳 둘러보고 나니, 어느새 골목에 어둠이 내렸습니다. 떠나야 할 시간. 초량 돼지갈비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여태까지 먹었던 갈비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매력.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최강 밥도둑이 아닌가 생각해보며 발길을 돌립니다. 골목길 대부분의 집에서 양념갈비를 팔고 있지만, 각자 간직한 손맛에 따라 다른 맛을 낸다는 것. 이것 또한 돼지갈비 골목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인데요. 쉬엄~쉬엄~ 다음에 또 들러 이곳의 갈비 집을 두루 둘러보고 싶다는 계획을 세워봅니다. 따뜻한 휴일 날, 가족과 함께 또 들르고 싶은 곳. 두꺼운 불판에 달쪼름하게 구워진 갈비도 뜯고, 잘 조려진 양념장에 하얀 밥을 얹어 맛있게 비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립니다.

작성자
민경순
작성일자
2011-04-08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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