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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골목길의 하이에나

골목길에서 어슬렁 거리기 (24)

내용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른 조용필은 그렇게 노래했다.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범어사 뒷담 길을 어슬렁거리다 비에 젖은 금정산을 담았다.

하이에나도 아닌 것이 나는 왜 자꾸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냐고? 생뚱하다. 골목길 어슬렁거리기는 이미 20회를 넘기며 산복도로를 굽이쳐 가고 있지 않은가. 20회 동안 올린 글과 사진에서 골목의 존재 의미와, 본인은 그저 살아있는 골목 풍경을 직조(直照)하며 ‘사실적으로’ 전하는 역할만 할 뿐임을 몸소 보여 왔지 않은가. 허지만 Cooooool 부산을 관리하고 있는 '서 데스크'의 하명(下命)이라 어쩔 수 없다. 막장 드라마의 뻔한 결론 같은 골목길 어슬렁거리기 ‘출생 비밀’을 고할 수밖에.
 

금정구 남산동 새벽 골목시장에서 만난 아주머니.

금정구 서동 산복도로 길에서 만난 아이들.

사실 골목길 어슬렁거리기는 ‘궁여지책(窮餘之策)’이다. 작년에 본인이 근무하고 있는 부산미디어센터에서 부산시 대표 블로그 ‘쿨 부산’을 관리·운영하면서 보스의 특명이 떨어졌다. “매주 글 한 편들 올리소.”

“..... -_-  ..... ㅠㅠ 크으흥~”

그런데 다른 동료들은 보도자료와 취재 기사가 있지만 본인에겐 그런 게 없다. 어쩔 수 있나. 없는 놈 몸으로 때울 수밖에. 크으흥~~

첫 회 글 시작할 때 밝힌 것처럼 카메라만 달랑 메고 무작정 나갔다. 첫 코스로 구포역 부근을 어슬렁거린 건 오로지 오래된 이발소 있다는, 그것도 십 년 전에 동생한테 ‘들은 이야기’ 하나뿐.^^
 

축제 중인 구포시장 안.

지하철 타고 가면서도 너무 무모한 짓 아닌가, 세 번 물어봤다. 그런데도 전철은 무심히 갈 뿐.

처음부터 꼬이면 큰일인데 하는 걱정이 무한정 밀려왔다. 100만원이 넘는 멋진 카메라까지 멨으니 나오느니 한숨이요 쌓이느니 우울이라..

구포역에서 내리긴 했지만 무작정 나온 길이라 어디로 발길을 놓아야 할 지 막막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찍고나 보자.”는 마음으로 구포역 주변을 어슬렁거려 보았다. 그런데 희한하게 사진을 찍어나가면서 스토리가 마구 전개된다. 평소에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길 묻는 것도 쭈삣쭈삣 망설여했는데 시비 걸듯이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농도 건네고 그런다. 골목길 어슬렁거리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무계획, 야생 풍경 날것 그대로 전하기. 골목길 어슬렁거리기의 원칙이라면 원칙이다. 골목길 나가는 날이면 동료들이 묻는다. 오늘은 어디로 가느냐고. 난들 알 수가 없다. 전철역까지 가는 내내 “어디서 내릴까”를 고민한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내려 걸어갈 수 있는 지역을 고집한다. 누군가 내가 간 골목길을 따라 걸어볼 분이 계실 거 같아서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누리는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 컨셉 이라고나 할까?ㅋㅋ

고민 없을 수 없다. 늘 이야깃거리가 있는 게 아니다. 소설 쓰는 것도 아니고. 골목길 구경 다니는 것도 아니고. 나름 메시지를 가져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아무도 없는 텅 빈 골목에서 절망한 적도 많다.

할머니들도 초상권 주장하며 사진 찍는 걸 꺼려하신다. 신평공단 어슬렁거릴 때는 덩치가 본인의 두 배나 되는 분들한테 둘러싸여 찍은 사진 몽땅 지우는 일도 있었다. (덩치가 한 배만 됐어도 어찌 해봤을 텐데..쩝... 크으응~)

늘지 않는 사진 기술은 늘 답답다. 찍은 사진 다 버리고 다시 찍으러 나간 적도 많다. 해서, 십수 년 연락 않고 있던 사진작가 선배 수소문해서 사진 잘 찍는 법 뭐냐고 배우러 간 적도 있고, 페이스북 친구인 모 대학교 사진학과 교수를 어렵사리 오프라인에서 만나 한 수 부탁 한 적도 있다. 그런데 그 분들, 내 사진 보지도 않고 일언지하(一言之下) 다 그러신다.

“사진은 마음으로 찍는 거야. 네 마음을 피사체에 열어놔야 해. 사진은 정해진 기술이란 게 없어. 그건 그 사람이 사진 찍는 방법이지.”

“사진은 많이 찍어봐야 합니다.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않을 자신 있으세요?”

덴장~ 혹 떼러 갔다가 선문답만 하고 왔다.

취재에 거의 반나절밖에 시간을 낼 수 없는 것도 치명적이다. 전철타고 가면서 늘 기도한다. ‘오늘도 무사히’
 

‘치명적’인 사진, ‘재밌는’ 글 이 둘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블로그는 앙코 없는 팥빵이다. 골목길은 레드오션 분야다. 비슷한 주제로 작업하는 ‘꾼’들이 많다. 차별성 둘 데가 마땅찮다. 누가 그런다. 개고생 사서한다고. 그런데 자꾸 발길이 골목으로 빠진다. 어느새 산복도로에 올랐다. 산복도로는 부산시에서도 ‘르네상스’란 이름까지 붙이고 큰 관심을 쏟고 있는 지역이다. 개인적으론 돌아가신 어떤 분과의 ‘첫 인연’이 맺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쩌면 꼭 한 번 걸어야할 길이기도 하다.

그건 알겠는데, 그래서, 골목길 어슬렁거리기는 너에게 무슨 의미냐고?

^^ ‘부산사람으로 살기’의 숙제 같은 것이다. 막연히 알던 부산을 다시 공부한다. 시민들의 마음도 알아간다. 사람과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다.

조용필은 그렇게 노래하지 않았는가.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작성자
원성만
작성일자
2011-04-08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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