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코츠라멘의 진수를 맛보다!
'묵자'의 Food Talking ⑪
- 내용
오랜 시간 정성들여 만들어진 요리는 그 나라만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습니다.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그 나라 음식을 맛보며 그 나라에 온 듯 즐거운 상상에 빠질 수 있는데요. 새로운 음식을 맛보며 그 나라의 문화에 빠지는 건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죠.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묵자. 이번엔 다른 나라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요즘 번화가엔 일본식 라멘(일본식 라면으로, 이번 글에서는 ‘라멘’으로 표기함)집이 즐비하게 들어서고 있는데요. 정작 제대로 된 일본 라멘을 찾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제대로 된 일본라멘을 만드는 곳. 일본보다 더 일본답고 일본보다 더 맛있는 집. 그곳을 찾아 오늘 ‘묵자’ 길을 떠납니다.
일본하면 라멘을 떠올릴 정도로, 세계에서 유명한 음식 중 하나가 일본라멘입니다. 유명한 만큼 맛과 종류도 다양한데요. 추운 북해도 지방은 된장계통의 라멘이, 동경지방을 중심으로 한 관동지방과 중부지방은 간장계통의 라멘이 발달했다고 합니다. 남부지방인 큐슈지방은 소금과 돼지 뼈로 육수를 우려낸 라멘이 발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오늘 소개할 집은 하카다 지역의 라멘입니다. 큐슈 라멘이라고도 불리는 ‘하카다 라멘’은 돼지뼈로 우려내 설렁탕 국물에 얇고 가는 면발을 넣어 만드는데요. 하카다항의 부두노동자들이 즐겨 먹었던 데서 그 유래를 찾고 있습니다. 값싼 돼지뼈로 진하게 우려낸 육수. 부두 노동자들에겐 힘든 노동을 견딜 수 있는 또 다른 원동력이었다고 합니다. 짧은 휴식시간. 30초 동안 삶아낸 가느다란 면발과 국물을 후루룩 마시고 일터로 나가야 했던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하카다식 라멘, ‘돈코츠라멘’ 인데요. 이쯤 되니, 피란민 시절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생겨난 부산의 돼지국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죠. 돼지국밥과 닮은 듯 왠지 정겹게 느껴지는 돈코츠라멘(돼지뼈로 우려낸 일본 하카다식 라면)의 진수를 찾아 부산대학교 앞을 찾았습니다.
‘묵자’가 우마이도를 찾은 날. 비가 내렸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쌀쌀한 날씨. 얼큰한 라면이 자연스레 당기는데요. 도시철도 1호선을 타고 부산대역에 내려 부산대학교 정문 앞에 섭니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딱 돌리면 하얀 간판이 눈에 띄는데요. 간판에는 ‘맛있는 집’이란 뜻의 ‘우마이도’라는 글귀가 쓰여 있습니다.
가게 입구로 들어서자, 젊은 남자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묵자’를 반깁니다. “어서 옵쇼! 우마이도입니다” 손님이 들어오면, 하던 일을 일제히 멈춘 직원들이 동시에 목청껏 “어서옵쇼! 우마이도입니다”를 외칩니다. 반갑게 큰 소리로 맞이하는 ‘우마이도’식 인사법. 싱싱한 생동감이 느껴집니다.넓고 깨끗한 내부에 원목 재질의 식탁과 바가 크게 자리 잡고 있는데요. 중앙 바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라멘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물기를 빼기 위해 삶은 면발을 천장에 던졌다가 훌쩍 받아내는 이 분. 우마이도의 넘버 2. 이원두씨입니다. 방년 나이 27세. 우연히 들어온 이곳에서 사람이 좋아 라멘이 좋아 남게 되었다는 원두씨. 우마이도의 꽃미남으로 통합니다. 아슬아슬 면발을 받아내는 솜씨가 일품인데요. 면발을 삶고 건져내며, 고명을 올리고 라멘을 세팅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넘버 1. 은 바로 이 사람. 정민호씨입니다. 보기엔 조숙해 보이지만 방년 26세 꽃띠 중의 꽃띠입니다. 큰 키에 덩치까지 있어 주방일과는 전혀 어울릴 거 같지 않은데… 교자(만두) 만드는 것부터 면발 뽑기, 육수까지 모든 일을 척척해내는 넘버원 중의 넘버원입니다.
그럼, 마지막 넘버 3. 교자 만드는 일과 면발을 담당하며,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바로 이 분. 26세의 신지원씨입니다. 다음에 우마이도의 사장님처럼 라멘 가게를 내고 싶어 이곳에 입사했다고 하는데요. 돈코츠라멘의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오늘 하루도 비지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아직, 면을 삶는 단계까진 올라서지 못했지만… 언젠가 자신만의 라면을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연마해 가고 있습니다.
사장님은 가게를 묵묵히 지키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꽃보다 더~ 아름답고 합니다.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내일을 향해 달려가는 민호씨와 원두씨, 그리고 지원씨. 라멘을 끓이며 키워온 삼총사의 소중한 꿈이 꼭 이뤄지길 바랍니다.
뜨거운 열정과 활력이 넘치는 우마이도. 청년들이 빚어내는 비지땀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들이 앞으로 이끌어갈 식당은 어떤 곳일까요… 또, 어떤 맛을 낼 까요… 맛있고 유쾌한 상상 속에 우마이도 바에 앉았습니다.
“일본에서 먹었던 라멘이랑 똑같아요” “중독이에요! 중독” “기존의 라멘과는 완전히 다르죠!” “진한 국물이… 먹고 나면 빠져들고 말거예요!” 입이 마르도록 칭송이 자자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먹어봐야 알겠죠.
드디어, 하카다 지방의 명물. 아니 부산대의 명물, 돈코츠라멘이 나왔습니다. 뽀얗게 상아빛을 내는 육수에 소복이 쌓인 면발. 그 위에 송송 썬 파와 아삭한 숙주, 목이버섯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 먹음직스럽게 자리잡은 차슈(간장에 조린 삼겹살)와 계란이 젓가락을 당기는데요. 마유라는 마늘기름 소스가 얹어져 있어 제법 요리다운 풍모를 풍깁니다. 사장님 말씀이 “돈코츠라멘 먹으려면 고개를 푹~ 숙이고 공기 흡입하듯 면발을 후루룩 후루룩 빨아 먹어야 합니다. 한 번에 훅- 먹어야 돈코츠라멘의 진가를 느낄 수 있죠!”
‘묵자’ 여러 번 시도했지만, 면발을 흡입하듯 먹는다는 건 상당한 내공을 필요로 하더군요. 아무튼, 얇고 가느다란 면발은 꼬들꼬들한 것이 독특한 맛을 내는데요. 하카다식 돈코츠라멘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특히, 이곳에선 면발을 직접 뽑아 3일정도 숙성시킨다고 하니 고소하고 쫄깃할 수밖에 없겠죠.
또 하나의 재미난 점은 바로, 요 계란입니다. 계란 하나가 통째로 들어 있어 계란 반쪽만 넣어주는 다른 집과는 차별을 이룬다 싶은데요. 더 놀라운 건 살짝 덜 익은 반숙이라는 겁니다. 뭣 모르고 살짝 깨물었다가 톡 터지는 노른자에 깜짝 놀라기 일쑤인데요. 반숙으로 보드랍게 씹히는 계란의 식감이 일품입니다. 달걀 하나에도 아이디어가 느껴지는데요. 반숙하는 것도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사장님의 귀띔이 이어집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돈코츠라멘의 매력에 빠져드는데요. 생강을 곁들여 먹어도 맛있고요. 마늘 즙을 짜서 같이 먹어도 깊고 고소한 맛을 냅니다. 깔끔하면서도 담백하고, 담백하면서도 구수한데요. 뽀얀 육수에 마늘 기름 소스가 녹아들어, 면발을 다 먹을 즈음 드러내는 걸쭉한 빛깔은 오묘하기까지 합니다.
육수는 100% 돼지뼈로 12시간 끓여내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입니다. 돼지뼈로 우려낸 육수에 ‘모토타래’라는 간장소스와 ‘마유’라는 마늘기름을 넣어 간을 하는데요. 요 소스가 맛의 비밀인데, 사장님 절대 가르쳐 주시지 않더라고요. 사장님을 포함해 딱 1명만 아는 기밀사항이라고 합니다.
1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 그만 둔 뒤, 라멘집을 개업하기 위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라멘을 배웠다는 사장님. 일본라멘은 일본식으로 먹어야 한다며 손님이 아무리 ‘김치’를 찾아도 절대 ‘김치’를 내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돈코츠라멘’의 매력에 푹 빠져 이렇게 돈코츠라멘 가게까지 차리게 되었고 해요. 사장님의 라멘 사랑은 만드는 법에서부터, 먹는 방법까지 모든 면에서 철두철미합니다. 학교 앞이라 학생들이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가격인상을 하지 않고 있는데요. 제대로 된 일본식 라멘을 단돈 5천원에 맛볼 수 있으니…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곳입니다. 라멘 마니아들에겐 반가운 소식. 조만간 서면에 가게를 하나 더 오픈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부산대가 멀어 못 가셨던 분들은 참고 해주세요~!
색깔부터 짜릿해 보이는 매콤한 라멘. 매운 것을 좋아하는 한국사람 입맛에 꼭 맞추었다고 해요. 한번 맛보면 중독을 느낄 만큼 계속 먹고 싶어지는 게 매력 아닌 매력인데요. 매콤한 것을 좋아하는 분께 부드러운 차슈와 함께 추천합니다. 교자만두와 함께 먹어도 맛있고요. 시원한 맥주와 곁들여도 금상첨화입니다.봄이 오려나… 매서운 추위도 이제 한풀 꺾인 것 같습니다. 꽃샘추위와 함께 봄이 오는 소리, 젊은이 넘치는 대학가에서 느껴보세요. 그리고, 기분 전환 겸 우마이도에서 돈코츠라멘도 맛보세요! 우마이도 051)514-8785
- 작성자
- 민경순
- 작성일자
- 2011-02-25
- 자료출처
- 부산이라좋다
- 제호
- 첨부파일
-
-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