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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데이트 코스로 즐기는, 돼지국밥

'묵자'의 Food Talking ⑧

내용

며칠째 동장군도 놀랄 무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조금 풀리나 싶으면 꽁꽁 얼어붙어 외출을 삼가고 싶은 심정인데요. 이런 때 속을 든든하게 해줄 음식으로 가마솥에서 우려낸 돼지국밥 만한 게 없습니다. 돼지국밥 하면 부산, 부산하면 돼지국밥 아니겠습니까. 타 지역에선 절대 맛 볼 수 없는 음식. 혹여, 타 지역에선 ‘돼지국밥’을 발견하고 반갑게 들어갔더라도 맛이 없어 실망하기 일쑤인데요. 부산에서 나고 자란 ‘묵자’가 잠깐 타지에 있었을 때 제대로 된 돼지국밥이 어찌나 먹고 싶던지… 고향에 돌아와 “캬아~ 이 맛이다!”를 외치며 맛있게 먹었던 집이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돼지 뼈로 우려낸 육수에 고기와 밥을 말아 먹는 돼지국밥은 부산, 경상도 일대에 널리 퍼져있는 음식인데요. 한국 전쟁 때 피란민들이 소뼈 대신 돼지부산물로 설렁탕을 만들어 먹는 데서 뿌리내린 것으로 그 유래를 찾고 있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묵자’와 돼지국밥 한 그릇 먹으러 가입시더~!
 

‘묵자’가 오늘 소개할 집은 부산에서 이름만 내밀면 다 아는 집입니다. 맛있게 하는 곳으로 입소문이 자자해, 한때 사양길로 접어들었던 돼지국밥이 이 집 덕에 제2의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는군요. 서울 사람도 반했다는 그 맛, 바로 ‘쌍둥이 국밥집’입니다. 줄 서서 기다렸다 먹는 곳으로 소문이 자자한 쌍둥이 국밥집. 짧은 생각으론, 국밥 한 그릇 먹기 위해 줄까지 서야 하나 싶은데… 줄서서 먹어도 뿌듯한 곳이 ‘쌍둥이 국밥’이라고 하니… ‘묵자’ 지체 없이 길을 나섰습니다. 도시철도 2호선 대연 역에 내려 3번과 5번 사이 큰길로 들어서면 ‘쌍둥이 국밥’이라는 간판이 보입니다.

‘묵자’가 도착했을 때 이른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줄을 선 사람들이 가게 앞을 서성거리는데요. 주말이면 기다란 줄이 제법 길게 늘어서 있다고 합니다. “아니, 국밥 한 그릇 드시러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세요?” 물으니, “줄을 서서 기다리더라도 맛있는 걸 먹어야지” “여기서 먹으면 후회가 없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20인석 남짓한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거립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며 ‘묵자’를 소개하고, “여기 자주 오십니꺼?” 주섬주섬 말을 건네니, “한달에 20번은 온다!” “돼지국밥 못 먹었는데... 여기서 국밥 맛을 알아갖고 자주 온다 아이가” “값싸고, 푸짐하고, 맛있으니, 최고 아이가” 봇물 터지듯 답변을 쏟아냅니다.

“사장님, 이름이 왜 쌍둥이 국밥입니꺼?” 물으니, “집안에 쌍둥이가 많아요! 우리 집사람도 쌍둥이고, 처가 쪽으로 쌍둥이가 많아 ‘쌍둥이 돼지국밥’ 아입니꺼! 손님 중에 쌍둥이가 오면, 바로 음료수 서비스 제공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주었던 돼지국밥. 가난하고 바쁜 서민들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매김하며 4,50대 아저씨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음식이 이곳에선 젊은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혈기 넘치는 대학생들부터, 넥타이 부대, 데이트 코스로 즐기는 젊은 커플들까지. “건강식이라고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습니다! 여기는 바다도 가깝고, 대학교도 가까이 있으니까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요. 줄 서서 먹는 집으로 알려져 있어서, 연인들끼리 줄서서 먹는 것도 데이트라며… 이색 데이트 코스로 찾는다니까요” 근사한 레스토랑 대신 실속 있는 국밥집을 찾는다니… 재밌죠. 데이트 코스로 들른 연인들이 즐겨 찾는 메뉴는 바로, 요 녀석 수육 백반입니다.

수육백반을 시키자, 돼지 한 마리에 200g 정도 밖에 공급이 안 된다는 항정살이 소복이 담겨져 나옵니다. 수육 접시 아래엔 알코올램프가 있어 고기를 따끈하게 데워주는데요. 접시에 흥건한 국물이 보글보글 튀어 오르며 먹음직스럽습니다. 겨자를 푼 새콤한 초간장에 항정살 한 입 찍어 먹어보니, 야들야들 녹아내립니다. 상추에 마늘 넣고, 된장 발라 상추쌈을 싸니… 거참, 고급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네요.

수육백반에는 뜨끈한 국물도 함께 나오는데요. 돼지국밥에 쓰는 육수를 사용한 것이니 돼지국밥 한 그릇이 그대로 나오는 거나 다름없죠. ‘묵자’ 밥 한 덩이 넣고, 부추까지 넉넉히 말아 먹어보는데요. 돼지고기의 깊고 구수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니, 손님들 대부분 코를 빠뜨리고 앉아 국밥 한 그릇을 비워냅니다.

 “손님이 끊이질 않는데… 비법이 뭡니까예?” 물으니, “별거 없다! 손님들 회전이 잘되니까… 음식 남는 게 없고, 그러다 보니 싱싱하고 맛있는 거지… 그리고, 우리는 부창부수가 잘 된다! 우리 마누라는 눈치껏 손님 봐가면서 고기 잘 썰고, 나는 육수 잘 끓여내고” 범띠 띠 동갑으로 눈빛만 봐도 호흡이 척척 맞는다는 부부. 국밥에서 제일 중요한 고기와 육수를 안주인과 바깥주인이 도맡아 야무지게 감당해내니 잘 될 수밖에 없겠죠.

게다가, 고기 써는 안주인 눈썰미가 보통이 아닙니다. 들어오는 손님마다 꼼꼼히 살펴 센스 있게 서비스하는데요. 여자 손님은 살코기 있는 목살로, 남자들은 비계 들어간 부위로 듬뿍 얹어, 연세 있으신 분은 야들야들 항정살 부위로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주방 뒤 곁엔 6개의 커다란 솥이 하얀 김을 내며 펄펄~ 끓고 있습니다. 바깥주인이 놀이터처럼 여기는 이곳은 고기도 삶고, 육수도 우려내는 공간입니다. 1차 육수부터 3차까지 따로 솥이 마련되어 있어, 12시간씩 우려내는데요. 고기는 고기대로 삶고, 뼈는 뼈대로 따로 삶아야 기름기도 없고, 누린내도 없다고 합니다. 꽉 막힌 곳에서 고기 삶으랴~ 육수 끓이랴~ 바쁘다 바빠! 하지만, 사장님은 돼지고기와 논다고 생각하고 즐기며 일합니다.

고기는 가장 기본적인 향신료 마늘, 된장, 생강만 넣고 삶아내는데요. 반드시, 냉동이 아닌 생고기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돼지고기 본연의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살아난다고 하네요. 사장님이 늘 강조하는 말씀 “고기는 기본에 충실해서 다루어야 해요. 생고기를 삶아 빨리 빨리 파는 게 맛의 비법이죠!”

여태까지 대박의 비밀을 알고 싶어 물어물어 찾아온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고 합니다. 어림잡아 50여명은 족히 넘는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모든 과정을 알고 나면 특별한 비법이 없어 실망하곤 돌아갔다고 합니다. “비법은 다른 게 아니고, 고기의 기본에 충실해서 만들면 됩니다!”는 사장님의 말씀이 '묵자‘의 귓전을 때리는데요. 대중들이 좋아하는 기본에 충실하고, 즐기는 것이 맛의 숨은 비결이니… 돼지 본연의 맛에 충실한 쌍둥이 국밥집에서 한 그릇 하셔 보이소!!! 쌍둥이 국밥집 051)628-7020

작성자
민경순
작성일자
2011-01-2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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