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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103호 기획연재

혀끝으로 만나는 겨울 바다의 맛

음식 속 부산 ②기장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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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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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
기장미역은 식감이 쫄깃하고, 말려서 국을 끓이면 잘 풀어지지 않는다. 조선 시대 왕손을 출산한 왕후의 '첫국밥'으로 기장 미역국이 오르기도 했다(사진은 기장미역으로 끓인 미역국).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장미역은 식감이 쫄깃해 '쫄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른미역으로 국을 끓이면 잘 풀어지지 않고, 생으로 먹으면 오돌오돌하니 씹는 재미가 좋다.

글·최원준 음식문화칼럼니스트


출산한 왕후, 첫 식탁 오른 명품
조선 시대, 기장에는 왕가의 미역밭인 곽전(藿田)이 소재하고 있었다. 지금의 기장 장안읍 고리 지역인 화사을포(火士乙浦) 부근이다. 조선조 '비변사등록'에 의하면 이곳에서 채취한 미역은 왕세자의 소득원 중 하나였다. 왕손을 출산한 왕후가 산후음식인 '첫국밥'으로, 기장 미역국을 먹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첫국밥'은 여인네들이 몸을 풀고 난 후 처음 먹는 국과 밥으로, 미역국과 흰쌀밥으로 차려낸 밥상을 뜻한다. 첫국밥을 먹기 전 '쌀밥 세 그릇과 미역국 세 그릇'을 삼신(三神)에게 바치는 풍습 또한 널리 퍼져 있었다. 그만큼 산모에게 있어 '미역'은 산후조리에 아주 유효한 음식이기도 했거니와 출산에 관한 우리 민간신앙에 있어서도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식재료라 하겠다.

예부터 기장 바다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곳으로 다양한 어족 자원이 다량으로 분포하는 지역이다. 해조류도 예외는 아니어서, 기장 특산물로 높은 품질을 인정받는 미역과 다시마 등을 비롯해 몰(모자반), 까시리(불등가사리), 진도바리(진두발), 까막바리(까막살), 개내이, 톳, 서실 등 다양한 해초류가 생산된다. 특히 '기장미역'의 우수성은 '세종실록지리지' 동래현조에 '기장미역을 임금께 진상하였다'는 기록을 보아도 잘 알 수가 있다. 문헌에 의하면 기장미역은 이미 15세기 이전부터 기장의 특산물이었기에 역사적으로도 오래된 부산의 식재료이기도 하다.


쫄깃한 식감…끓여도 잘 풀어지지 않아
미역의 종류는 대체로 북방형과 남방형으로 나눌 수 있다. 북방형은 조류가 세고 수온이 낮은 동해를 중심으로, 남방형은 상대적으로 조류가 약하고 수온이 높은 남해에서 생산된다. 원래 기장미역은 북방형 미역으로 줄기와 이파리가 좁고 두텁다. 식감이 쫄깃하여 '쫄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른미역으로 국을 끓이면 잘 풀어지지 않고, 생으로 먹으면 오돌오돌하니 씹는 재미가 좋다.

기장에서는 미역을 말려 미역국 외에 독특한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미역 설치'이다. '설치'는 해조류를 콩나물 등과 함께 무쳐서 자작한 국물과 함께 떠먹는 '국물 있는 나물'이라 보면 된다. 해초무침처럼 해초의 식감을 즐기면서 나물 냉국처럼 국물도 먹을 수 있어, 기장 해안 지역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던 향토음식이다. 주로 '미역 설치'와 '몰(모자반) 설치'가 대표적인데 미역을 넣으면 '미역 설치'이고, 몰을 넣으면 '몰 설치'가 된다. 평소 반찬으로 먹기도 하지만 큰 잔치나 동네 행사 때는 빠져서는 안 되는, '기장의 잔치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생산 시기가 비슷한 바다 식재료, '앙장구 알(말똥성게 생식소)'을 넣고 끓여내는 '앙장구 미역국'도 나름 재미있는 기장의 향토음식 중 하나이다. 겨울철 이맘때쯤 해녀에 의해 채취되는 앙장구는 맛과 향이 진하고 고소하면서 영양소가 높기에, 기장에서는 이 둘을 함께 넣고 끓여 먹는다. 기장미역을 참기름 넣고 달달 볶다가 육수와 간장으로 국물을 낸 후, 성게알을 넣고 한소끔 더 끓여주면 된다.


기장미역은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해안가 바위에 붙은 자연산 미역, 일명 '돌미역'을 채취했으나, 1966년 미역양식에 성공하면서 1980년대 이후부터는 양식미역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장 해안에는 아직도 자연산 미역밭이 몇몇 있다. 칠암, 학리 등 포구마을에는 겨울이면 나이 지긋한 해녀들이 미역 채취 작업을 한다.


기장미역

기장 해안에는 아직도 자연산 미역밭이 남아 있다(사진은 직접 채취한 미역을 들고 있는 해녀). 사진·최원준

 
칠암 고순옥(70세) 할머니도 오전 7시에 물질 가서 10시쯤 테왁에 한가득 돌미역을 짊어지고 온다.
"모친요, 미역 한 줄기 맛 좀 보입시더"라는 말에, 미역 두어 줄기를 집어준다. 한 입 '오독' 씹어 먹는다. 코끝으로 간간한 바닷바람이 스친다. 미역 한 다발과 해삼을 사니 갓 잡은 앙장구를 칼로 장만해 미역이파리에 싸서 입에 넣어준다.
앙장구의 쌉싸래하면서도 향긋하고 고소한 맛이 미역의 짭조름하면서도 진한 해감 냄새와 함께 가득 퍼져난다. 으음~ 바야흐로 겨울 바다가 입안에서 오래도록 출렁이고 있다.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1-02-0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103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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