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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509호 문화관광

네모반듯 도시 벗어나 위안을 주는 숲

부산 나들이 특집 - 부산 치유의 숲

내용

‘명품 그늘’ 품은 도심형·계곡형 ‘치유의 숲’

힐링·솔바람·큰바위길 

3개 코스 총 180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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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최초로 산림청 인증을 받아 조성된 철마면 '부산 치유의 숲'은 풍부한 자연 그대로를 만끽하는 힐링 코스다. 
 

도시의 유형은 둘이다. 숲을 품은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 숲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서, 그리고 있는 숲을 어떻게 받드느냐에 따라서 도시는 품격이 달라진다. 무슨 도시 하면 무슨 숲이 금방 떠오르는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의 품격이 어찌 같겠는가. 어찌 같은 반열에 올리겠는가.


부산 치유의 숲은 부산이 품은 숲. 부산 근교라서 한달음 거리다. 마음만 먹으면 느지막한 오전에 갔다가 이른 오후에 돌아올 수 있다. 네모반듯한 도시를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을 때 한달음 거리의 숲은 그 자체가 은혜다. 내가 나를 다독거리고 싶고 두둔하고 싶고 감싸고 싶을 때 부산 근교의 숲은 그 자체가 치유다.


“거기가 어디지?” 처음 들으면 열에 열 그러겠지만 가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도시철도 타고 가서 마을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 2번 출구로 나와서 남산역 쪽으로 좀 간 뒤 마을버스 정류소에서 범어사역과 기장 철마를 오가는 2-3번으로 환승하면 ‘부산 치유의 숲’에 내려준다. 버스는 한 시간마다 한 대꼴로 다니며 30분 남짓 걸린다. 자가용 주차장도 잘돼 있다. 치유의 숲 입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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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치유의 숲 입구
 

서늘한 그늘에 마음까지 서늘해져


“거긴 그늘이 최고요. 꼭 가 보소.”


아주머니 말이 맞다. 이 버스가 치유의 숲에 가느냐고 묻자 ‘그늘’을 내세웠던 옆자리 아주머니 대답처럼 입구부터 한 바퀴 돌아서 나올 때까지 숲은 서늘한 그늘 일색이다. 그늘이 서늘하니 계곡 물소리가 서늘하고 새소리가 서늘하다. 누구라도 이 안에 들면 마음 역시 서늘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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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치유의 숲에서 체험활동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 모습. 


길은 둘. 하나는 숲길이고 하나는 계곡 물길이다. 멍석을 깐 숲길은 반듯한데 계곡을 탕탕 치며 흐르는 물길은 좀 방정맞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몸통을 최대한 비틀어서 숲길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기도 한다. 물소리도 새소리도 덩달아 정신이 없다. 숲길 오른편에서 소리 내랴, 왼편에서 소리 내랴 잠시도 멈출 겨를이 없다.


난이도 따라 상중하 골라 걷는 길


숲길은 셋. 오르막 난이도에 따라 상중하로 나누었다. 길마다 길에 맞는 이름을 붙였다. 작명에 정성을 들였다는 이야기다. 힐링로드, 솔바람길, 큰바위길이다. 가장 편하고 가장 짧은 힐링로드는 1.55㎞ 40분, 중간인 솔바람길은 1.67㎞ 60분, 큰바위길은 2.4㎞ 80분이다. 상중하로 나누긴 했어도 엄살이 좀 섞였다. 상도 그늘이 서늘해 걷는 느낌은 하처럼 편하다. 중도 그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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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숲 데크길


어디로 갈까. 숲길 셋을 합치면 180분. 힘이 넘치는 나이라면 “까짓것 180분!” 하겠지만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게 되다. 길은 그렇다. 하루 만에 다 간다고 하루 만에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물소리, 새소리 음미하며 내 안의 소리 음미하며 걸어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80분. 까짓것 오늘은 180분을 다 채우기로 작정한다. 단, 세 길을 다 걷는 대신 한 길을 느릿느릿, 쉬엄쉬엄 걷는 거로. 


시작은 어디로 잡나.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가나. 난이도 하인 힐링로드와 상인 큰바위길은 끝나는 지점이 같다. 큰바위쉼터에서 끝난다. 거기를 목표로 잡고서 가장 완만한 힐링로드를 택한다. 큰바위쉼터까지 갔다가 거기서 힐링로드로 되돌아와도 되겠고 난이도 상인 큰바위길로 내려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어쨌거나 오늘의 목표는 180분. 뒤로 가든 옆으로 가든 180분은 채우자. 목표를 채우면 내 안은 또 얼마나 충만할 텐가. 느릿느릿 걸으며 쉬엄쉬엄 걸으며 나무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숲길. 들이쉬는 숨도 길고 내쉬는 숨도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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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숲 계곡에서 어린이들이 생태탐방을 진행하는 모습. 


나무마다 붙은 세심한 설명

누구나 자연과 친해지는 곳


팽나무-(팽총으로) 열매를 쏠 때 ‘팽’ 소리를 낸다.


층층나무-가지가 층층이 층을 지어 수평으로 퍼진다.


대팻집나무-목질이 단단하여 대팻집 만드는 데 쓰인다. 


치유의 숲길 나무는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엔간한 나무마다 설명을 붙였다. 길 이름 하나하나 정성을 들였듯 나무 설명 하나하나 정성을 다했다. 설명이 눈에 쏙쏙 들어오니 나무를 한 번 더 본다. 공부가 된다. 괄호 안의 팽총은 팽나무 열매를 대나무 꼬챙이에 꽂아서 쏘는 장난감 총. 이 총을 쏘면 ‘팽’ 소리가 난다고 팽나무다.        


남녀노소 맞춤형 체험프로그램

통합예약포털에서 사전예약


“치유의 숲 명칭은 아무 데나 붙일 수 없어요. 산림청 인가를 받아야 해요.”


예상이 맞다. 나무 설명 하나하나 전문가의 손을 탔다. 길 이름도 그렇지만 산림청 인가를 받아야 할 만큼 전문가 수준이기에 나무를 한 번 더 보게 하는 설명이 나왔다. 치유의 숲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방문자센터 같은 적정 시설과 규모, 프로그램 등을 갖춰야 한다. 방문자센터에서 만난 정영숙 산림치유지도사는 청산유수다. 푸른 산 흐르는 물처럼 묻는 말에 막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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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숲 코스 끝인 '큰바위 쉼터' 전경. 


산림치유와 산림교육, 숲해설, 유아숲 프로그램. 묻는 말에 막힘이 없는 정영숙 지도사가 들려주는 프로그램 면면이다. 임신부와 태아를 배려한 프로그램도 있다. 부산대 학술림을 겸한다. 센터 직원만 다섯. 다들 치유와 교육, 그리고 조경 분야 전문가다. 프로그램 안내와 예약은 부산시 통합예약포털(reserve.busan.go.kr)로.


부산 치유의 숲이 내세우는 강점은 둘. 첫째는 도심형 숲이고 둘째는 계곡형 숲이다. 도심과 계곡을 낀 숲다운 숲이 귀하다는 이야기다. 숲의 나무는 위로 향하고 계곡의 물은 아래로 향하며 위와 아래 그 중간에 놓인 부산 치유의 숲. 누구라도 이 안에 들면 중간쯤은 한다는 위안은 크다. 치유의 숲에서 얻는 힐링이다. 치유의 숲 영어 명칭이 ‘healing forest’다.    


나무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걷는 숲길. 나무는 나처럼 말이 많다. 내가 내 말만 연거푸 하듯 이 나무는 이 말만 연거푸 하고 저 나무는 저 말만 연거푸 한다. 이 나무 저 나무 양옆으로 이어지고 앞뒤로 이어지며 할 말 못 할 말이 넘쳐나는 숲. 그 숲을 넘볼 듯 넘칠 듯 말을 보태는 물길. 나도 말을 보탠다. 


할 말 못 할 말 마구 해서 윤기 나구나 돌고 도는 말이 생가슴에 못을 박아 꽃 피고 새 울구나 속속들이 듣게 하려고 나무들이 자리 내줘 길이 생기구나 말이 찰랑찰랑 흐르며 그 길을 적시구나 말 다 하고 상처받은 고목은 저리 장엄하구나 

- 동길산 시 ‘숲’


물소리는 계속해서 따라오며 유혹한다. 다리를 건너 계곡으로 오라고. 나는 나대로 물소리를 애태운다. 갈까 말까, 갈까 말까. 지금 신은 신발은 등산용 샌들. 물소리에 마음을 담그듯 찬물에 발을 담그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 그러나 조심스럽다. 계곡마다 안전 펜스를 친 게 겁을 키운다. 갈 듯 갈 듯 계곡을 애태우며 숲길만 걷는다. 멍석 깐 완만한 길이라서 발을 담가야 할 만큼 땀이 나지도 않는다.     


드디어 큰바위쉼터. 힐링로드 끝이자 큰바위길 시작이다. 쉼터 아래는 큼지막한 바위. 바위에 올라선 기분이 호쾌하다. 호연지기가 따로 없다. 쉼터 맞은편은 아홉산 능선. 아홉 봉을 품었다는 아홉산 능선은 소의 잔등처럼 잔잔하다. 곧 단풍철. 능선 아래로 단풍 들면 아홉 색깔 단풍이 들겠다. 쉼터에서 계속 오르면 아홉산, 내려가면 처음 시작한 곳. 어디로 가나. 마음은 높은데 발길은 그 반대다.    


글·동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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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치유의 숲 가는법 : 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 2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에서 ‘마을버스 기장군2-3번’ 승차, ‘부산 치유의 숲’ 하차. 


■ 문의 : 부산 치유의 숲 안내센터(051-976-2831~3)

작성자
조현경
작성일자
2025-09-17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509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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