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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304호 시민생활

“우리의 가슴에 님들의 이름을 사랑으로 새깁니다”

피란수도 부산 그 흔적을 찾아서 _ ②하야리야 기지&유엔기념묘지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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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기념공원은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묘지로서, 세계평화와 자유를 위해 생명을 바친 유엔군 전몰장병들이 잠들어 있다(사진은 ‘턴 투워드 부산’ 유엔참전용사 추모식).


1950년 6월 25일 한반도에서 발발한 전쟁 소식은 곧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신속히 이 문제를 논의하고 북한의 철수를 촉구하는 결의안 82호, 6월 27일에는 국제 평화와 안전 회복을 위해 회원국의 한국 원조를 권고하는 결의안 83호, 7월 7일에는 효과적인 군사작전을 위한 군사 지원 조정에 대한 결의안 84호를 연이어 채택했다. 유엔의 6·25전쟁 참전은 세계 평화를 위한 집단안보제도가 적용된 최초의 사례였다. 그리고 세계의 시각은 피란수도가 있는 부산으로 집중됐다.


유엔 최초, 유엔군 파병
긴박한 전황으로 인해 정부는 대전과 대구를 거쳐 1950년 8월 18일, 최종적으로 부산을 피란수도로 결정했다. 북한군에 점령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지역이자 항구도시인 부산은 국제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위한 최적지이자 보류였다. 6월 27일 트루먼 대통령은 미국의 참전을 명령했다. 뒤이어 많은 유엔 회원국이 참전을 결정했다.

7월 7일 유엔안보리는 한반도에서의 유엔군 활동을 위해 미국에 최고지휘권을 위임했다. 당시 일본에 있던 미국의 극동군사령관 맥아더 장군이 유엔군총사령관으로 임명됐다. 유엔헌장에는 유엔군이라는 용어가 없지만, 유엔은 6·25전쟁에서 유엔기를 사용하고 공식적으로 유엔군사령관을 임명하는 등 세계평화를 위해 처음으로 집단안보제도를 적용했다.


미군 부산기지 사령부에서 시민 휴식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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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1952년 캠프 하야리아 전경. 사진제공:한국저작권위원회

사진 오른쪽: 부산시민공원에서 버스킹 공연을 즐기는 시민들.


가장 먼저 참전을 결정한 미국은 파병군 수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총 195만7천733명의 파병군 중 미군은 178만9천 명을 차지했다. 미군은 오늘날 부산시민공원이 자리한 부산진구 범전리 일대에 부산기지 사령부를 꾸렸다.

범전리 일대는 원래 비옥한 농지였으나 일제강점기 강제로 일본에 수용됐다. 일제는 이곳에 경마장을 조성했다가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군사기지화 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선언 후에는 미98군정단이 주둔했다. 미군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본국으로 철수했다가 6·25전쟁 발발 후 다시 이곳에 부산기지 사령부 ‘캠프 하야리아(Camp Hialeah)’를 조성했다. 부산항과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요지에 자리한 캠프 하야리아는 미군 병력과 보급품을 수령하고 발송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 주둔한 5만여 명의 미군이 사용할 군수 물자 보급 창고와 부산권 미군 부대원들의 숙소가 이곳에 들어섰다.

1953년 휴전협정 체결 후 캠프 하야리아 부지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군에 공여됐다. 이후 부산미군사령부, 부산지역사령부, 부산기지사령부, 제2수송단, 부산지원단, 미육군부산부대, 34지원단, 20지원단, 미육군기지관리처 한국지역 제4지부 사령부 등으로 개편되며 대표적인 미군기지로 자리 잡았다.

평화의 시대가 이어지며 시민들 사이에서는 미군의 철수와 공여지 반환에 대한 목소리가 날로 커졌다. 1995년 캠프 하야리아의 이전과 부지 반환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가 결성됐으며, 한·미간 상호협정에 따라 2006년 캠프 하야리아는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옛 하야리아 기지는 지난 2010년 부산시민의 품으로 돌아와 2014년 부산시민공원으로 개장, 부산시민이 여가와 휴식을 즐기는 곳으로 변신했다. 부산시민공원은 총면적 47만1천518㎡로, 공원 중앙에 자리한 하야리아 잔디광장은 축구장의 6배인 약 4만㎡에 이른다. 캠프 하야리아의 장교클럽은 공원역사관으로 변신해 대한제국 말부터 일제강점기, 6·25전쟁기에 이르는 생생한 역사를 들려준다.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 평화 수호와 기억의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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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유엔기념공원 주묘역에는 호주,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튀르키예, 영국, 미국 등 7개국의 묘역이 있다.

사진 오른쪽: 유엔기념공원 최연소 참전병사를 추모하는 도은트 수로. 사진제공:국제신문


전쟁은 무고한 희생을 피할 수 없다. 6·25전쟁에는 세계평화수호라는 이름 아래 22개국 195만7천733명이 참전했으며 이 중 4만896명이 전사했다.

1951년 1월, 유엔군사령부는 우리나라 각지에 있는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오늘날 남구 유엔평화로 일대에 묘지를 조성해 이듬해 4월 재한유엔기념묘지(United Nations Memorial Cemetery in Korea, UNMCK)로 개장했다.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묘지이다. 국회는 유엔군의 희생에 보답하기 위해 1955년 이곳 토지를 유엔에 영구 기증했다. 1959년 11월 ‘재한 국제연합 기념묘지 설치 및 유지를 위한 유엔과 대한민국간의 협정’이 체결되며 유엔이 관리하게 됐다. 지난 2001년 3월 우리 국민에게 친숙한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한국어 명칭을 재한유엔기념공원으로 변경했다.


재한유엔기념공원의 면적은 13만3천701㎡로, 크게 상징 구역, 주묘역, 녹지 지역 등으로 구성돼 있다. 상징 구역에는 6·25전쟁 참전 22개국과 우리나라의 국기, 유엔기가 게양돼 있다. 주묘역은 유해가 안장돼있는 곳으로 호주,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터키, 영국, 미국 등 7개국의 묘역이 있다. 녹지 지역에는 전후 안장자 묘역과 1978년 우리 정부가 세운 유엔군 위령탑, 2006년 세운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명비와 제2기념관, 무명용사의 길, 한국·태국 우정의 다리와 연못 등이 있다. 원래 유엔군 전사자 약 1만1천여 명의 유해가 안장돼 있었으나, 벨기에·콜롬비아·에티오피아·그리스·룩셈부르크·필리핀·태국 등 7개국 용사의 유해 전부와 그 외 국가의 일부 유해가 그들의 조국으로 이장돼 지금은 11개국의 2천320구의 유해가 잠들어 있다.


세계의 시선 부산으로 ‘턴 투워드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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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1951년 미군 무덤에 화환을 놓는 소녀. 사진:위키미디어커먼스

사진 오른쪽: 턴 투워드 부산 행사에 참여한 6·25전쟁 참전용사.


평화롭게 그리고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전쟁이라는 이름을 잊고 살아간다. 그러나 참전국 용사들에게 대한민국 그리고 부산이라는 이름은 아직 현재형이다. 보훈처는 지난 2015년부터 유엔군 참전용사 본인 또는 유가족의 희망에 따라 부산유엔기념공원에 사후 안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6월까지 14명의 6·25 참전용사가 우리나라로, 전우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우리나라와 부산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바람 속에 매년 11월 11일 부산유엔기념공원은 세계의 중심이 된다.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턴 투워드 부산’은 ‘부산을 향해’라는 뜻으로 6·25전쟁 참전 유엔군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다. 지난 2007년 6·25전쟁 참전용사인 캐나다인 빈센트 커트니 씨가 유엔군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11월 11일 오전 11시, 부산유엔기념공원을 향해 추모하자고 제안한 데서 시작됐다.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벨기에·프랑스 등 참전국이 동참하고 있다.


“한국의 산, 하늘, 바다에서 싸웠던 6·25전쟁 참전용사들은 점점 우리 곁을 떠나고 있으며 이제 얼마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오래전 먼저 떠난 동료들을 기억하고 있다. 11월 11일 부산에서 사이렌 소리를 듣는다면 하던 일을 멈추고 유엔군을 위한 추모에 동참하자. 그들이 이제는 멋진 고층 건물들로 가득한 부산과 서울, 그리고 한국의 많은 도시를 본다면, 평화와 자유의 새 시대를 누리며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생각해 본다.”
-빈센트 커트니 씨의 글 중에서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23-03-06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304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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