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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전시


자연에 대한 공상적 시나리오

전시시작일
2023. 9. 2.(토)
전시종료일
2024. 1. 7.(일)
전시장소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실 2(2층)
참여작가
강신대, 강홍구, 김효연, 나즈골 안사리니아, 댄 퍼잡스키, 댄 피터만, 리슨투더시티, 무넴 와시프, 박자현, 방정아, 배드 뉴 데이즈, 송호준, 아라마이아니, 아이 웨이웨이, 알랜 세쿨라, 요코 오노, 이미지연구공동체 반짝, 이진준, 인터프리트, 장영혜중공업, 정철교, 조아나 몰, 주재환, 킴 시몬손, 토폴로지컬 아틀라스, 피오나 배너, 황재형, 하룬 미르자, 한스 하케
전시개요
기후 위기라는 전 지구적 공통 과제가 우리에게 부여된 시기에 미술관이 나아가야 할 친환경이란 무엇인지를 모색해보는 전시
출품작
전시담당
내용
자연에 대한 공상적 시나리오

상승하는 기온과 해수면, 잦은 홍수와 저지대 침수, 계속되는 가뭄과 물 부족으로 인한 사막화, 거대 폭풍우와 태풍 등 초 양극화된 기후 재난 사태가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동시대를 우리는 기후위기시대라 부른다. 또 기후위기시대는 탄소가 지구의 존속 가능 여부를 결정짓는 시대이자 일체의 인간 행위가 탄소 배출량의 문제로 소급되는 시대라 정의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후위기는 어떻게 표상되고, 감각되며, 인식되는가? 이러한 양상들이 이미지화되는 방식을 반추해보면, 기후위기는 날씨 혹은 자연현상과 같은 주관적인 감각 경험의 차원으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량과 지구 온도 변화 수치로 환산된 과학적 지표와 같이 상징적으로만 인식될 뿐이다. 이는 곧 그 어떤 누구도, 학문의 영역에서도 “1.5도”라는 지구 온도 상승이 초래하게 될 미래 시제에 응축된 엄청난 위력을 재현해내는 데 실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위기를 재현할 수 없다는 것의 더욱 중요한 지점은 이것이 우리 시대의 예술적 상상력이 위기에 봉착했음을 시사하며 예술의 무능을 함축한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을 중심으로 조직된 여러 기후변화협의체는 전시 주제에서부터 방법론, 나아가 미술관 운영 전반에까지 탄소중립을 위한 환경 정책을 미술에 적용하려 노력해왔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술관 버전의 지속가능 담론 또한 공적 차원에서의 변화에 기여하지 못했고, 오히려 이 정치적 태도가 하나의 스펙터클한 형태의 상품으로 소비되며 기후위기가 초래한 대혼란에 공조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미술관의 상황과 달리, 이 재현의 실패가 동시대 자본주의에는 새로운 상품 가치를 생산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한 조건이 되었다. 불타는 아마존, 녹아내리는 북극, 삶의 터전이 파괴된 동물들, 식량난에 의한 기아와 난민 등 오늘날 각종 미디어는 기후위기를 개인의 도덕적 책임에 호소하며 캠페인 광고의 형태로 재현한다. 또한 청정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의 전환, 생산 공정 전반의 탈탄소화, 전기차, 더 나아가 탄소를 포함한 각종 오염배출권 거래제, 날씨파생상품에 이르기까지 환경 윤리를 강조하는 정부와 기업의 건강한 녹색 금융 상품 광고들에서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자연에 대한 공상적 시나리오》는 기후위기의 전면화와 함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영역에서 각종 친환경 정책이 강조되고, 자연의 심미화를 동력 삼아 재편되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변화 속에서, 동시대 미술이 지향해야 할 “친환경”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그 해답을 찾아보고자 마련되었다. 이것은 경제학의 영역에서 성장 중심의 주류 경제학을 탈피한 생태경제학, 탈성장론이 그 대안으로 등장하고, 정치사회학의 영역에서 자본주의적 삶의 양식 변화를 촉구하며 전면적인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시대, 즉 “기후위기시대에 동시대 미술의 역할과 예술 생산 방식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함께, 본 전시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사회비판적, 참여적 미술의 흐름 속에서 생태 정치적 접근 방식과 그 전개 양상을 살펴본다. 전시의 출발점인 1960년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생산력 증대에 집중한 대대적인 규모의 경제 개발이 시작되고, 환경경제학, 자원경제학과 같은 주류 경제학의 분과가 등장하며 자연이 시장 논리 속에 본격 편입되기 시작한 시기이다. 또 이에 대응하여 한계 없는 자본주의의 무한한 물적 성장에 대한 의심이 생겨나고, 노동, 인권, 차별, 불평등 등 사회적 문제뿐 아니라, 지구의 유한성, 자연 및 자원 착취 등 자본과 자연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환경 문제를 둘러싼 적극적인 논의가 개진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시대 조류의 변화는 미술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먼저, 미술사적으로 “생태미술(Eco Art)”이라는 용어는 아직 정립되거나 사용되지 않았으나, “대지미술(Land Art)”, “어스워크(Earthworks)”, “환경미술(Environmental Art)” 등 자연물과 자연환경 자체를 작품의 직접적인 소재와 주제로 삼는 경향이 등장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신사회운동(New Social Movements)”과 같은 급진적인 현실 정치가 부상했고, 그 영향으로 인해 기존 정형화된 미학적 가치를 반문하며 미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이 강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자본주의 가속화가 야기한 심각한 환경 문제의 급증은 예술가들로 하여금 현장조사 및 기록, 여론조사, 사례 분석 등 사회학, 정치학, 인류학, 생태학 등 다학제적 연구 방법론을 미술의 지평에 도입해 문제의 실태를 알림으로써 인식 변화를 촉구하는 예술적 시도를 가능케 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의 방점은 생태미술의 미술사적 계보를 정리하는 데 있지 않고, 자본주의 역사 안에 재구조화된 자연 혹은 자연 내부에 사회화된 자연을 총체적으로 시각화하여 기후위기시대를 재현하는 것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후위기시대 동시대 생태미술의 과업은 인간 인식의 범주를 초과하는 현실 추상으로서의 자연, 역사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생산된 자연으로서 기후의 실재를 구조화하는 생태정치를 복원해내는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오늘날 생태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해제를 수행하며 사회화, 역사화 된 자연을 재현하려 시도하는 한편, 전시를 위한 시각화라는 좁은 의미의 물질적 차원을 넘어 스스로 사회적 실천의 한 형태가 되기를 자처한다. 전자가 플랜테이션, 광산, 유정, 심해 아래에서 유동하는 불가사의한 자본의 이미지를 가시화한다면, 후자는 노동자, 난민, 자원봉사자, 사회활동가, 정책연구자 등과 함께 삶 속으로 직접 이행해 들어간다. 정육각형 이미지로 압축된 “탄소환원주의”의 견고한 유토피아 뒤에는 여전히 불타오르는 초국적 에너지 기업들과 그 화염 아래에서 비밀스럽게 축적되는 거대한 규모의 “부”,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침공, 점령, 지배, 착취”라는 오래된 식민주의, 제국주의, 군국주의 역사의 잔여물이 은폐된 채 그 힘을 발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종횡하며 문화적 상징화 과정을 통해 생산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미지들은 기후위기라는 현실 추상이 생산해 낸 또 하나의 이미지들이다. 녹색 자본에 엉겨 붙어 있는 자연에 대한 온갖 공상적 시나리오들을 떼어내는 것을 가리켜 기후위기시대의 새로운 예술 생산 방식이자 “탈생산으로서의 예술”이라 부를 수 있다면, 그 까닭은 이것이 자본이 생산한 소비재로서의 오브제가 아니라, 예술이 자기 자신을 자본의 “바깥”에 위치시키고, 자본이 가하는 “느린 폭력(slow violence)”에 맞서 생산한 산물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T.J. 데모스(T.J. Demos, 1966- )의 말처럼, 동시대 미술관은 자본세의 전형이라는 자기 한계로 인해 동시대 미술이 다루는 공적 담론의 정체성은 보여주기식의 자기충족적 정치학이 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동시대 미술관이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변화협의체가 되는 것을 넘어, 전 지구적 차원에서 탄소중립으로의 이행을 가로막고 있는 도구화된 미학에 대한 비판을 수행하며, 기후정의에 입각한 적극적인 행동이 촉발될 수 있는 진정한 생태정치를 발현시키는 공공의 장이 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가 그 어느 때보다 총체적인 체제 전환이 필요한 우리 시대와 동행하며, 동시대에 유효한 생태미술의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의미를 계속해서 생산하고 축적해나가는 장을 열어주는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미술관”을 소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자료관리 담당자

학예연구실
전진이 (051-220-7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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