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부산현대미술관 정체성과 디자인 재정비라는 이 용역은 내부적으로 은밀하게 진행한 후 간단히 그 결과만 통보하는 방식으로 진행해도 될 일이다.
(표면적인) 전시의 목적은 전시를 통해 미술관의 방향과 가치가 담긴 용역의 결과물을 납품받는 데 있다. 하지만 전시의 진짜 목적은 동시대 공공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과 운영 방식에 대한 쟁점을 제시하고 미술관 제도와 공중 간의 전통적인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토대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미술관 주요 용역에 관한 의사 결정 과정이 중립적으로 수행되어 왔는지에 관한 물음에서 시작한 이 전시는 미술관 정체성과 디자인 재정비라는 꽤 중대한 용역을 (실패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전시의 형태로 공개 전환함으로써 그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었던 자들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자 한다. 결국 전시의 성공은 결과물의 품질이 아니라 그들이 혹은 우리 모두가 얼마나 진지하게 이 과정에 임하는지에 달려있다. 개인의 목소리가 긍정적인 방식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에 관한 궁금증은 결국 그들이 매우 특별하고도 강력한 역할을 수행해 주기를 바라는 기대와도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