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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실한 실패: 재현 불가능한 재현

전시시작일
2021. 9. 17.(금)
전시종료일
2022. 2. 6.(일)
전시장소
전시실 3,5(지하 1층)
참여작가
잭슨홍(한국), 재커리 폼왈트(미국)
전시개요
실물 상품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자본을 판매하는 극도의 추상에 이른 오늘날 자본주의의 재현을 시도하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동시대 미술에 있어 ‘리얼리즘’의 변화 양상을 살펴보고자 기획된 전시
내용

[주요 작품 이미지]

재커리 폼왈트_모래 위의 임금(현대미술관_신실한 실패)

재커리 폼왈트, <모래 위의 임금>, 2020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625. Mondriaan Fund 지원으로 제작


잭슨홍_하나 구입하시면 하나 더(현대미술관_신실한 실패)

잭슨홍, <하나 구입하시면 하나 더>, 2010

투명 아크릴에 실크스크린, 203×83cm(2), 203×176cm


[전시서문]


≪신실한 실패: 재현 불가능한 재현≫은 실물 상품 대신, 자본을 판매하는 극도의 추상에 이른 오늘날 자본주의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조건 속에서 변화하는 동시대 미술의 현실 재현 체계를 주목하고, 이로부터 새로이 등장하는 동시대 ‘리얼리즘’의 한 경향을 살피고자 기획되었다.  


  역사적으로 시각 예술은 현실을 기록하는 방법 중 하나였고, 그런 한에서 시각 예술을 존립하게 하는 근본적인 토대는 현현되는 현실의 재현이었다. 역으로 말하자면, 재현이 가능하다는 것은 곧 가시화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오늘날 현실 세계는 어떠한가? 분명 그렇지 않은 것들이 생겨나고 있다. 주식과 채권을 넘어, 선물, 옵션,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 새로운 형태의 자본의 등장과 함께 가속화된 금융자본주의라는 동시대 자본주의 양태가 보여주듯, 우리는 더 이상 생산과 소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 화폐라는 독특한 상품이 실체를 알 수 없는 가치를 끊임없이 창출하고, 그렇게 형성된 가치가 한 순간에 사라지는 광경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화폐가 더 많은 화폐를 낳는 파생상품으로 변모한 금융시장은, 완벽하게 균형 잡힌 경제학의 질서 위에서 화폐자본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그래프와 도표, 차트, 수식, 숫자 등 전자화되고 코드화된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그야말로 원본도 사실성도 없는 추상의 세계로 우리 앞에 가시화된다. 다시 말해, 금융자본은 이익 창출을 위해 실재하는 모든 것을 추상화하며 현실을 움직이지만, 정작 자기 자신에 관해서는 그다지 보여주는 것이 없다. 이는 곧 우리가 추상화된 자본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해 낼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늘날 자본주의의 추상은, 그것이 현실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막연한 어떤 것이 아니라는 한에서, 이제 더 이상 추상이 아닌 것이 된다. 추상이 구체적인 현실로 나타나는 이 논리적 모순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지금의 현실 조건을 염두에 둘 때, 이미지를 통해 이 세계를 재현해 보이려는 오늘날 예술 실천은 재현 불가능한 것을 재현하려 한다는 점에서 역설의 역설이라는 이중 역설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과거와 달리, 현실 조건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오늘날의 시대감각 속에서 시각 예술 매체는 여전히 이러한 현실 세계를 시각화해 낼 수 있는가? 

 

  질문이 보여주듯, 자본주의적 추상을 직접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형태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문제는 비롯된다. 현실에 대한 단순한 기록, 모사, 복제와 같은 현실주의에 입각한 재현 방식으로는 추상화된 자본주의라는 오늘날의 현실 세계를 그려낼 수도 없고, 그런 이유로 이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자연주의적 리얼리즘에 속하지도 못한다. 추상화된 사회를 재현하기 위해 오늘날 시각 예술은 추상을 어떻게 추상으로 보여줄 것인가라는 과업을 부여 받는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두 작가, 잭슨홍과 재커리 폼왈트는 자본과 수렴하고 있는 역설적인 이미지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토대로 현실적 추상으로서의 자본을 재현해내려 시도한다. 흥미롭게도 두 작가 모두 객관적 추상으로서 자본의 순환 운동을 직접적으로 재현하는 것에는 분명 ‘실패’한다. 그러나 이들은 자본주의적 추상이 다양한 방식으로 직접적인 시야에서 스스로를 감추고 있듯, 이를 결코 재현해 낼 수 없는 이미지의 한계 자체가 현실 사회의 추상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특수한 구조임을 간파해낸다. 다시 말해, 두 작가의 재현 방식은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의 일반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자본의 운동이 현실에 나타나기를 실패하는 과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현실 사회가 추상인 한, 그 자체를 시각화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동시에 이 재현 불가능성이 비로소 현실 사회의 구조를 반영해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냄으로써 자본주의적 추상의 가장 근접한 이미지에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본 전시는 오늘날 시각 예술 매체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기능을 수행할 수 없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자본으로서 이미지의 구조를 파악하고, 자본의 운동이 가시화하지 않고 배제시킨 부재의 요소들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둔 비판으로서의 이미지가 될 때, 부재 속에서 현존하는 자본의 움직임을 투사해낼 수 있다는 역설을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지가 자본주의적 추상의 재현에 실패하는 순간, 그것은 오늘날 자본의 (비)가시적이고 (비)물질적인 본질적 속성으로서 추상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는 한편, 자본의 이미지 그 자체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미지를 통한 자본의 재현 불가능성이라는 ‘실패’는 추상화된 자본의 이미지와 동등한 선상에 놓임으로써 동시대 미술에 있어 재현의 실패를 오히려 ‘신실한 실패’로 역전시킨다. 바로 이 “추상의 리얼리즘”이 동시대 리얼리즘이 그려내는 추상에 의해 잠식된 자본주의의 세계의 리얼리티이고, 이미지로서 자본에 대한 비판 담론은 현실 문제의 중심에 서서 추상화된 현실 구조를 감각할 수 있는 일시적인 장을 구축해 낸다.

자료관리 담당자

학예연구실
하주영 (051-220-7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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