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미(1982~)는 인터넷을 떠도는 기사와 이미지, SNS 등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재조합하여 새로운 맥락의 서사를 만들거나 이미지의 본질 및 변형가능성 등을 탐구하는 실험적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 그는 우화나 동화를 모티브로 현대적 삶의 모습을 빗대거나 기존의 해피엔딩을 특별하지 않은 결말로 의도적으로 비틀기도 하고, 수집된 이미지들을 수천개의 프레임으로 추출하여 출력하고 또 스캔하는 과정을 통해 부유하고 있는 수많은 이미지들의 결합과 움직임, 사라짐의 과정을 드러내고자 한다.

<파슬리 소녀>는 작가가 저작권의 이용이 자유로운 소스들을 조합하여 재생산한 영상으로 인터넷에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들을 모아 하나의 이야기로 편집한 작품이다. 인터넷 망에서 자유롭게 부유하던 문서, 소리, 그림, 동영상의 데이터들은 이야기를 구성하기 위한 배우로 비유되어 이탈리아의 오래된 동화를 연기한다. 그들은 주인으로부터 독립하는 ‘파슬리 소녀’ 이야기를 통해 저작권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작품은 저작권에서 해방된 데이터 소스들, 재생산된 이상한 존재들에 대한 사유의 결과물로 그들의 자유, 해방, 소외, 불안감을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