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신의 작가 크리스 버든(1946~2015)은 관람객에게 강렬한 정서적 반응을 유도하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사회적 차원에서 개인의 행동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질문하는 작업을 해왔다. 특히, 현대인의 위태로운 현실을 반영하며 자신의 정신적․육체적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그의 자학적 퍼포먼스는 신체를 작업의 매개체로 승격시키고, 당대 사회적, 정치적 문제에 대한 급진적인 접근 방식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었다.

 <발사>는 1971년 친구에게 소구경 소총으로 자신의 팔을 쏘게 한 퍼포먼스 기록 영상이다. 15피트 거리를 두고 마주한 친구는 “Are you ready?”라는 짧은 물음 후 크리스 버든의 팔을 향해 총을 쏜다. 퍼포먼스는 신음조차 없이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를 배경음으로 자신의 팔을 부여잡고 걸어 나가는 크리스 버든의 모습으로 끝난다. 이 작품은 당시 많은 논란을 자아냈던 그의 초기 퍼포먼스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이고 영향력 있는 작품으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