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 신속집행은 상반기 내 예산을 집중 집행하여 민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좋은 취지로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제도가 장기화되고 최근 불경기가 심화되면서, 당초 의도와 달리 현장에서는 심각한 구조적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첫째, 선금 급여가 민간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속집행을 통해 선금을 수령한 일부 원도급 기업들이 이 자금을 자재 구매나 생산적 투자에 쓰기보다, 기존 부채를 상환하는 '돌려막기'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하도급업체나 건설기계 대여업자 등 현장의 실질적인 약자들에게 대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해당 기업이 추후 파산할 경우, 선금이 이미 집행되었다는 이유로 하위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연쇄적으로 확산되는 '도미노 현상'마저 우려되는 실정입니다.
둘째, 재정 집행의 효율성 측면에서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불과합니다. 상반기에 예산을 과도하게 집중 배분하다 보니, 정작 하반기에는 가용 예산이 고갈되어 실질적인 경기 대응 능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이는 예산 집행의 시기만 몇 달 앞당겼을 뿐, 연간 전체로 보면 총 효과가 동일하거나 오히려 하반기 재정 절벽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셋째, 실적 지상주의로 인한 행정의 부실화와 공직사회 왜곡입니다. 부서간의 무리한 신속집행 실적 경쟁과 '줄 세우기'식 평가는 공무원들의 피로감을 극대화하고 사기를 저하시킵니다. 더욱이 예산 배정이 적거나 사업이 없는 부서 등 집행이 용이한 특정 부서로 실적과 관심이 편중되면서, 부서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행정 서비스의 질적 조화를 기대하기 어려워집니다.
현재와 같은 복합적인 불경기 상황에서 신속집행의 단편적인 긍정적 측면만을 맹신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접근입니다. 현장의 비명과 제도적 폐해가 가시화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신속집행 제도의 본질을 되짚어보고 전면적인 정책 재검토 및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