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를 베드타운에서 생활체육 도시로
을숙도 중심 ‘낙동강 러닝·가족 콘텐츠 거점’ 조성을 제안드립니다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께 제안드립니다.
저는 부산이 고향이고, 약 10년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한 뒤 다시 부산으로 돌아온 30대 후반 시민입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한강공원이라는 생활 인프라가 시민의 삶과 도시의 활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직접 느꼈습니다.
한강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었습니다. 러닝, 자전거, 가족 나들이, 피크닉, 행사, 운동, 휴식, 상권이 함께 어우러진 도시의 생활 플랫폼이었습니다. 평일 저녁에도, 주말 아침에도, 가족과 개인 모두가 자연스럽게 모이는 공간이었습니다.
부산으로 돌아와 강서구에 살면서 느낀 점도 분명합니다.
강서구는 정말 살기 좋은 곳입니다. 주거환경도 좋고, 낙동강과 바다, 을숙도와 명지·오션시티라는 훌륭한 자연환경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계도 분명합니다.
아직 강서구는 살기는 좋지만 머물고 즐길 콘텐츠는 부족한 베드타운에 가깝습니다. 주거지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시민들이 반복적으로 찾아오고, 가족이 머물고, 러너들이 모이고, 지역상권까지 연결되는 대표적인 생활 콘텐츠는 부족합니다.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2026년 6·3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에 당선되었고, 새로운 부산 시정은 도시 방향을 다시 설계할 중요한 시점에 있습니다. 이 시기에 서부산, 특히 강서구와 을숙도의 가능성을 꼭 봐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강서구와 을숙도를 연결하는 ‘낙동강 러닝벨트’ 조성을 제안드립니다.
현재 강서구에는 갈맷길, 맥도생태공원길, 낙동강변 산책로 등 좋은 자연 자산이 있습니다. 부산시 자료에 따르면 낙동강 하굿길 100리는 삼락·화명·대저·맥도·을숙도 등 낙동강하구 5개 생태공원을 순환·연결하는 약 40km 규모의 시민 산책로입니다. 즉, 이미 길의 뼈대는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순히 “길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닙니다.
시민들이 반복적으로 찾아오고, 가족이 머물고, 러너들이 모이고, 지역상권과 연결되는 도시형 생활체육 거점이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해외 주요 도시들은 이미 러닝을 단순 체육행사가 아니라 도시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뉴욕은 뉴욕로드러너스, NYRR를 중심으로 뉴욕 5개 보로와 센트럴파크를 활용한 다양한 러닝 대회와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NYRR은 2025년 영향 보고에서 더 많은 러너들이 뉴욕 전역의 이벤트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밝히고 있으며, 뉴욕시 마라톤은 1970년 센트럴파크에서 시작해 현재는 5개 보로를 관통하는 대표 도시 축제로 성장했습니다.
시카고도 마찬가지입니다. 2025년 시카고 마라톤은 시카고 광역권 경제에 약 7억 5,600만 달러의 경제효과를 낸 것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이는 러닝 대회가 숙박, 식음료, 교통, 관광, 지역상권 소비로 연결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샌프란시스코 마라톤은 금문교, 엠바카데로, 프레시디오, 골든게이트파크, 하이트 애시버리 등 도시의 대표 경관과 랜드마크를 코스에 담습니다. 러닝을 통해 도시를 경험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보스턴도 보스턴 마라톤만 있는 것이 아니라 5K, 10K, 하프마라톤 등 다양한 거리의 이벤트를 운영합니다. 보스턴 5K는 보스턴 커먼 인근에서 출발해 커먼웰스 애비뉴와 켄모어 스퀘어를 지나 보스턴 마라톤 피니시 라인에서 끝나는 도심형 코스입니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도시 안의 강, 공원, 다리, 문화시설, 상권, 랜드마크를 하나의 러닝 콘텐츠로 묶는다는 점입니다.
뉴욕은 센트럴파크와 5개 보로를 달리고, 샌프란시스코는 골든게이트파크를 달립니다.
그렇다면 부산은 낙동강과 을숙도를 달리는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강서구에는 이미 맥도생태공원 길이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도 맥도생태공원은 매우 좋은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맥도생태공원은 길이 6.9km, 면적 2.51㎢ 규모로, 연꽃단지와 수생식물원, 갈대밭, 체육시설과 휴게시설을 갖춘 자연친화적 생태공원입니다.
다만 맥도길은 성격상 조용히 걷고 쉬는 자연형 숲길에 가깝습니다. 상업성, 가족 체류 콘텐츠, 러닝크루 집결 기능, 행사 운영, 대중적 접근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을숙도는 다릅니다.
을숙도는 낙동강하굿둑,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을숙도문화회관, 생태공원, 철새공원, 주차장, 하단·명지·다대포 연결성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을숙도 철새공원 공영주차장은 공식 자료 기준 소형 239면, 대형 17면 규모로 운영되고 있어 기본적인 차량 접근성도 갖추고 있습니다.
즉, 맥도생태공원이 자연형 산책길이라면, 을숙도는 러닝·가족·생태·문화·상권을 묶을 수 있는 서부산형 한강공원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제안드리는 방향은 대규모 토목 개발이 아닙니다.
기존 자산을 활용해 시민 체감도가 높은 방식으로 정비하자는 것입니다.
첫째, 을숙도 외곽 순환 러닝 코스를 조성했으면 합니다.
3km, 5km, 10km, 15km, 하프코스 등 거리별 코스를 공식화하고, 바닥 거리표기와 안내판을 설치하면 초보 러너부터 마라톤 준비자까지 모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을숙도 러닝베이스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출발지점, 스트레칭존, 음수대, 화장실 안내, 물품보관함, 야간 안전등, 주차 안내, 코스 지도, 포토존 정도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큰 건물을 짓자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모이고 출발할 수 있는 기준점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셋째, 오션시티–명지–낙동강하굿둑–을숙도–맥도–신호 방향을 연결하는 낙동강 러닝벨트를 조성했으면 합니다.
지금도 길은 있지만 러너 입장에서는 연결부가 매끄럽지 않고, 야간 안전이나 거리 정보, 편의시설 안내가 부족합니다. 기존 갈맷길과 낙동강변을 러닝 친화형으로 재정비하면 예산 대비 체감 효과가 클 것입니다.
넷째, 가족 콘텐츠와 함께 운영해야 합니다.
러너만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면 확장성이 약합니다. 을숙도는 가족 나들이, 아이들 체험, 생태교육, 산책, 자전거, 러닝, 피크닉이 함께 가능한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가족은 낮에 오고, 러너는 아침·저녁에 오고, 주말에는 행사와 상권이 연결되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지역상권과 연계해야 합니다.
러너와 가족 방문객은 운동 전후로 커피, 음료, 간단한 식사, 편의점, 주차, 러닝용품 소비를 합니다. 보수적으로 주 1,500명이 방문해 1인당 1만 원만 소비해도 연간 약 7억 8천만 원의 직접 소비가 발생합니다. 주 3,000명 수준으로 커지면 연간 약 18억 원 이상의 직접 소비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월 1회 시민 러닝데이, 분기별 10km 대회, 가족 걷기 행사, 키즈런, 생태해설 프로그램, 동백전 연계 쿠폰까지 붙이면 단순 운동시설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생활체육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국민 생활체육 참여율은 2025년 기준 62.9%로 발표되었습니다. 시민들이 건강과 운동에 관심을 갖는 흐름은 분명합니다. 부산도 이 흐름을 도시정책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을숙도의 생태는 반드시 보전되어야 합니다.
핵심 보전구역에 무리한 시설을 넣자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시민 이용이 가능한 외곽 동선과 기존 시설을 중심으로, 생태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질서 있는 러닝·가족 콘텐츠를 만들자는 제안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맥도는 조용히 걷는 자연형 숲길로 유지하고, 을숙도는 러닝·가족·생태·문화·상권이 결합된 서부산 생활체육 거점으로 키워야 합니다.
강서구가 단순히 잠만 자는 베드타운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명지, 오션시티, 을숙도, 낙동강, 맥도, 신호를 하나로 연결하면 부산 서부권은 충분히 새로운 생활체육 중심지가 될 수 있습니다.
부산은 바다의 도시입니다.
이제는 낙동강과 을숙도를 활용해 강의 도시, 생태의 도시, 러닝의 도시로도 확장해야 합니다.
서울에서 1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며 한강공원의 힘을 봤고, 부산으로 돌아와 강서구에 살면서 이 지역의 가능성도 분명히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