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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006호 전체기사보기

낡아서 놀라고 튼튼해서 더 놀라는 근대 기억 품은 80살 아파트

기획연재 |부산 기네스 ⑥ 부산 최초 아파트-청풍장·소화장

내용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한 곳인 남포동의 한 골목 안에는 청풍장(부산시 중구 중구로6번길 7-1)과 소화장(부산시 중구 중구로5번길 5)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건물이 있다.
 얼핏 보면 상가건물처럼 보이지만 두 건물은 부산에 선보인 첫 아파트이자 가장 오래된 아파트다. 청풍장은 24가구 규모로 1941년 건축됐고, 소화장 역시 24가구 규모로 1944년 지어졌다.
 두 아파트 모두 일본인 거주 시설로 지어졌지만, 광복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이 거주하게 됐다. 이 말 속에는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일본식 내부 구조의 아파트가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구조로 변경됐다는 뜻이다. 각 가구마다 독자적인 증개축 공사를 하고, 내부의 설비나 방의 구조, 크기 등을 포함하는 변경이 이뤄졌다.
 두 아파트는 철근을 사용하지 않고 시멘트, 모래, 자갈로만 지었는데, 시멘트 못을 박아도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놀라울 정도로 견고한 건축은 변형의 이유가 됐다. 가장 큰 변형은 거주자들이 무허가로 1개 층을 올려 4층이 된 것이다.


부산 최초 아파트 청풍장

 청풍장.        사진·권성훈



 두 아파트는 건물 외형도 여느 아파트와 차이가 난다. 평슬라브 지붕에 조적식 주택과 같은 단순한 외형을 가진 모더니즘 형식이다. 건물 외관은 아주 낡고 건물 자체가 요철구조처럼 입체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남포동 일원의 상권이 발달하면서 건물 1층은 식당, 세탁소, 여관 등이 증축돼 현재는 원형을 거의 알아보기 힘든 상태로 훼손돼 근대유산으로서의 의미와 가치를 상실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청풍장과 소화장은 흔한 주상복합 건물로 보인다. 또 지금은 금방 허물어질 것처럼 낡았지만 한때 청풍장과 소화장은 부자 아파트로 명성이 높았다. 6·25전쟁으로 인한 임시수도 시절에는 한때 국회의원 관사로 사용됐을 정도로 고급 아파트로 유명했다.


 청풍장과 소화장에 처음 와보는 사람들은 세 번 놀란다. 건물이 너무 낡아서 놀라고, 안에 들어가 보면 겉과 달리 튼튼해서 놀라고, 또 이곳에 사는 주민들이 부자라서 놀란다고 한다. 현대에 지어진 아파트는 30년만 되어도 재건축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80년째 사람이 살고 있는 청풍장과 소화장의 존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80년동안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었던 청풍장과 소화장에는 지난 세월만큼의 사람들의 온기와 역사가 축적되어 있는 살아있는 문화재다. 워낙 오래돼 두 아파트의 미래가 어떨지 알 수 없지만, 두 건물에 담겨 있는 숱한 이야기에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곳에는 일제강점기와 전쟁, 개발의 시대와 민주화 투쟁을 지나온 부산의 역사가 오롯하게 담겨 있는 살아있는 증언이기 때문이다.



부산 최초 아파트 소화장

소화장.    사진·권성훈




                                                                                                                    김영주_funhermes@korea.kr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20-06-02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006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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