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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2004호 전체기사보기

단정한 문장 위로 솟아오르는 깊고 단단한 사유

'2020 원북원부산' 일반부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내용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이국환 지음·산지니)를 읽고 있노라면 3월 오후의 봄볕이 지친 몸을 가만히 껴안아 주는 것만 같다. 살그머니 다가와 무거운 어깨를 감싸는 따스한 손길, 그 조심스럽고 뭉근한 온기는 이 책의 갈피마다 숨어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봄햇살처럼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불안, 고통, 슬픔. 지치고, 지겨운 삶 속에서도 견뎌야 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는 영원한 삶의 질문이다. 이 책의 뿌리는 이 질문에 닿아있다. 책은 이국환 작가가 질문의 답을 찾는 고독한 여정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오전을사는이에게오후도미래다-2020원북원부산 일반부도서


 지은이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 책, 영화라는 좌표를 통해 망망대해를 순례한다. 순례의 길에서 만난 사람, 책, 영화의 등에 올라타서 일상 너머로 탈출한 후 다시 돌아온다. 이 영원회귀는 같으면서 매일 다르고, 이를 통해 작가는 삶의 근육을 키운다. 그에게 일상-삶은 실천이자 구도이며 살아내는 행위 그 자체이다.
 이 책은 삶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분투한 작가의 매일 매일이 담겨 있다. 작가는 책을 통해 자신의 쟁투를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과 공유한다. 예술과 철학에서 찾은 삶의 무게,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애정, 고통과 불안 속에 버티는 삶의 가치,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의미를 저자의 단단한 사유와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정해진 길보다 흔들리고 고민하며 걸어온 곳곳에 삶의 의미는 존재할 수 있다고 한다. 책은 흔들리고 고민하며 불안을 안은 채, 그러나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곧 다가올 오후도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다독인다.
 작가의 책 사랑은 지극하다. "도대체 산다는 게 뭘까 싶었는데, 책을 읽으니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고, 하루하루가 좋았다"고 고백한다.
 저자의 독서 목록은 방대하다. 철학, 문학, 역사, 사회학, 과학까지 아우른다. 전문서평가들의 독서 에세이보다 다양하고 생생할 뿐 아니라 삶에 구체적으로 닿아있는 도서 목록을 얻을 수 있다.


"두려워하면 외로움이고
두려워하지 않으면 고독이다."


 일상의 이야기들은 평범한 듯 보이지만 그가 이끌어내는 사유는 깊고, 그윽하며, 단단하다. 무엇보다 불안, 슬픔, 고독같은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요소들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는 익숙하지만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독자들을 설득한다. 때로 스트레스와 불안은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고, 외로움도 두려워하지 않으면 고독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목소리는 낮고 진중해서 파동을 일으킨다. 이렇듯 힘을 빼고 나와 나를 둘러싼 주변을 바라보게 하며, 단정하고 깊이 있는 사유로 세상과 소통하는 저자의 태도는 책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에는 흔한 힐링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없다. 강요되는 힐링보다 삶의 고통을 담담하게 바라보자고 말한다. 삶은 항상 즐거울 수 없으므로 희로애락 속에 자신을 담금질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매력은 `책을 읽자'와 같은 구호성 주장을 하지 않으면서도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우리 안에 내재된 욕망의 물꼬를 책속에 나오는 숱한 책, 영화, 철학으로 돌리며 확장하고 연결한다. 생로병사의 숙명을 짊어지고 걸어가는 길 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한 푼의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낮고 온화하게, 그러나 한결같은 그의 어투는 강한 것은 부드러운 것을 이길 수 없다는 잠언을 확인할 수 있다.
 이국환은 동아대 한국어문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냉철한 산문정신과 서정적인 문장의 힘으로 엮어낸 한 권의 무게는 묵직하다. 빼어난 문장과 개결한 사유의 에세이스트를 발견한 기쁨은 말할 것도 없겠다.


이국환 동아대교수-원북원

이국환 교수.




                                                                                                                               김영주_funhermes@korea.kr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20-04-0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2004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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