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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공항 확장 폐기...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돗대산 민항기 추락 사고...'안전한 새로운 공항' 절실
참여정부, 신공항 건설 검토...이명박 박근혜 정부 번복
부울경 800만 주민 염원 대선공약 이용 지역갈등 조장
부산이 요구한 김해공항 대체 신공항 '정치논리'로 좌절

내용

#01
돗대산 민항기 추락

2002년 4월 15일 오전 11시 23분.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을 출발해 김해국제공항으로 오던 중국국제항공 CA 129편이 비구름을 뚫고 착륙하려다 활주로에서 북쪽 4.6km 떨어진 돗대산 정상에 추락했다. 돗대산 중국 민항기 추락 사고는 130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36명의 중상자를 냈다. 승객과 승무원 등 탑승자 166명 전원이 생명을 잃거나 크게 다친 충격적인 이 사고는 아직까지 부산시민의 뇌리에 깊게 각인돼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항공사고로 불리는 돗대산 중국 민항기 추락 사고는 김해공항을 대체할 새로운 공항이 필요하다는 논의에 불을 지폈다.
산봉우리 같은 장애물이 없는 탁 트인 곳에 보다 안전하고, 세계 유수 도시들처럼 24시간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번듯한 공항을 건설하자는 논의가 촉발된 것이다.
그 전부터도 원래 공군기지로 만들어져 좁디좁은 김해공항이 날로 급증하는 여객과 물류 등 항공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빠른 시일 안에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명색이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 일컫는 부산을 비롯한 울산과 경남 등 동남권 시·도민들이 미주노선 등 장거리 항공을 이용하기 위해 언제까지 인천공항까지 가야만 하나 하는 오래된 불만도 있었다. 
'동남권 신공항'은 이처럼 안전성과 경제성, 지역 균형발전, 시·도민 편의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절실한 것으로 떠올랐고, 부산시민을 비롯한 동남권 시·도민의 숙원이 됐다.


#02
참여정부, 신공항 건설 검토

부산은 1990년대 초반부터 도시기본계획 등을 통해 소음과 안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24시간 운영 가능한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그러다 2002년 4월 발생한 중국 민항기 돗대산 추락 사고 이후 신공항 논의가 보다 활발히 진행됐으며, 참여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졌다.
부산광역시는 2003년 당선인 신분이던 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건의했다. 2006년 12월 노 대통령이 북항재개발종합계획 보고를 받기 위해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부산시가 재차 건의, 노 대통령이 신공항 건설 검토를 지시함으로써 본격적인 검토가 시작됐다. 당시에도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됐지만 '안전하고 24시간 운영 가능한 동남권 신공항'으로서는 불가하다는 결론이 났다. 그 때만 해도 밀양 등 어떤 지역도 신공항 건설을 입 밖에 내지 않았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03
이명박·박근혜 정부, 갈등 조장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대구·경북이 느닷없이 밀양신공항을 들고 나오면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공약으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내세웠지만, 입지 선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가덕도와 밀양을 지지하는 영남권 지역갈등이 극에 달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임기 말인 2011년 가덕도와 밀양에 대한 입지평가가 이뤄졌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신공항 건설 자체를 백지화하는 어처구니없는 결론이 내려졌다.
박근혜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박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동남권 신공항을 다시 공약으로 꺼내들면서 유치 경쟁에 또 불을 붙였고, 2013년 3월 5개 시·도가 항공수요 조사를 합의하는 과정에서 슬그머니 '영남권 신공항'이라는 명칭으로 바뀌었다. 부산으로서는 김해공항 문제 해결을 위한 항공수요 조사가 시급한 상황에서 역사성을 지닌 '동남권 신공항'이라는 명칭마저 빼앗긴 꼴이 됐다.
박근혜 정부는 이 같은 과정을 거쳐 2016년 6월 21일 '동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 확장안'을 발표했다. 참여정부 때 결론 내린 김해공항 확장 불가 결과를 번복한 것이다. 당시 국토부는 용역을 맡긴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 함께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 최종 보고회'에서 "신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당연히 부산시민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소음이나 지형장애물에 대한 논의와 가중치가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정치논리에 의한 미봉책으로 신공항이 아닌 김해공항 확장을 밀어붙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10년 동안 집권하면서 부산시민이 그토록 염원하고 한 목소리로 외쳤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라는 사반세기 오랜 숙원을 대선 공약으로만 이용하고 극심한 지역갈등만 조장한 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것이다.
부산시민을 비롯한 동남권 시·도민들은 당시 정부 발표에 허탈감을 느끼면서도 결정을 되돌릴 수 없다는 무력감과 다시 지역갈등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자제,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면서 신공항의 꿈을 일단 접을 수밖에 없었다.

 부울경 시도지사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 공동입장문 발표

부산·울산·경남 3개 시·도는 2019년 시작과 함께 공식적으로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계획을 백지화하고 전면 재검토할 것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월 16일 울산시청에서 열린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 검증 결과 보고회'에서 오거돈 부산시장(가운데), 송철호 울산시장(왼쪽),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공동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04
"김해공항 확장은 잘못된 결론"

박근혜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안이 정치논리에 의한 '잘못된 결론'이라는 사실은 최근 검증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민선 7기 출범 직후부터 울산시·경남도과 함께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을 구성해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안) 점검에 나섰다. 박근혜 정부 당시 김해공항 확장안이 결정된 절차와 내용을 6개월 여간 철저히 들여다본 결과, 김해신공항은 3개 시·도민이 염원하는 동남권 관문공항이 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김해신공항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은 김해신공항은 안전성과 소음, 시설 확장성 등에 치명적 문제점을 안고 있어 결코 동남권 관문공항이 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05
안전·소음·확장성 치명적 결함

검증단은 우선 김해신공항이 김해공항을 대체할 신공항의 필요성을 대두시킨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해공항 주변에는 오봉산(해발 45m), 임호산(178m), 경운산(318m) 등 비행 안전에 위협을 주는 장애물이 산재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6천600만㎥의 산을 깎아내야 한다는 것. 공항시설 관련 법률에 따르면 '반드시 제거해야' 할 장애물들이지만, 김해신공항은 활주로 방향을 기존 40˚에서 43.4˚로 미세하게 틀고 비행을 잘하면 출동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위험한 계산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이른바 '항공학적 검토'를 바탕으로 장애물을 절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다. 돗대산 중국 민항기 추락 사고를 떠올린다면 감히 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는 것이 검증단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장애물을 제거하면 되지 않을까. 장애가 되는 산을 깎는 비용만 2조1천억 원(예타 대비)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김해신공항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제성 '0'의 공항이 될 수밖에 없다. 애꿎은 산을 깎아내는 환경파괴 역시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손실이다.
김해신공항은 시설 확장성에도 큰 문제점을 안고 있다. 김해신공항은 2056년 김해공항 항공수요가 2천862만 명이라는 2017년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새 활주로 1개와 국제선터미널을 추가하는 확장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김해공항 항공수요는 매년 기록을 갈아치우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천800만 명이 이용한 김해공항의 항공수요는 2050년이면 3천800만 명에 달해 확장만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민간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항공기 운항 횟수도 연간 18만9천회로 제한해 24시간 운항이 불가능하다.
김해신공항의 항공수요 급증에 따른 소음 영향 지역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해신공항 계획은 70웨클(항공소음  평가 단위) 이상 항공소음 지역을 46.6㎢로 잡고 있지만,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반영하면 76.7㎢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음피해 가구도 김해신공항 계획으로는 2천732가구 정도이지만, 항공소음 지역 확대에 따라 1만4천 가구가 넘을 전망이다. 특히 이전에 항공소음이 없던 부산 강서구 대저, 북구 구포, 사상구, 사하구 등도 소음구역으로 새로 포함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김해신공항을 추진할 경우 평강천 물길 변경, 에코델타시티 고도제한 등 서부산권 발전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06
부·울·경, 관문공항 건설 '함께'

오거돈 부산시장을 비롯한 부·울·경 시·도지사는 2019년 시작과 함께 공식적으로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계획을 백지화하고 전면 재검토할 것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 1월 16일 울산시청에서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 검증 결과 보고회'에서 공동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 3개 시·도지사는 공동입장문에서 "애초 국토부와 합의한 검증 기준에 비춰 김해신공항 건설은 안전, 소음, 확장성 같은 동남권 관문공항 최소 요건 중 어느 것 하나 충족되지 않는 불가능한 계획"이라며 "국토부 장관이 부·울·경 단체장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국무총리에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최종 판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특히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은 800만 부·울·경 주민과 국민의 소망이자 대한민국 백년지대계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며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은 소음, 안전, 미래 확장성, 군사공항 문제 등에서 쉬운 게 하나도 없는데 왜 이 좁은 곳을 두고 고민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24시간 안전한 동남권 관문공항을 제대로 건설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균형발전과 새로운 평화 번영의 한반도 시대에 동남권이 동북아 물류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부산지역 상공계를 비롯한 부·울·경 시민사회도 신공항으로 포장한 김해공항 확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대로 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부산과 경남 여당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지역 정치권도 김해신공항의 문제점에 공감하며, 부·울·경 시·도민이 염원하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구동우 기사 입력 2019-01-30 다이내믹부산 제201901호
자료출처 : 다이내믹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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