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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아장아장 아가, 걸음 불편한 어르신…모두에게 열린 녹색길

함께 걷는 부산 길 ⑤구포무장애숲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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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포무장애숲길은 경사도 12% 이내의 완만한 나무데크로 이뤄져 휠체어나 유모차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사진·권성훈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봄이 왔으나 봄이 아닌' 잔인한 계절이 지나고 있다. 벚꽃은 홀로 피었다 홀로 저물고, 광활한 대저 유채꽃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과감한 폐쇄와 파쇄의 운명을 연이어 겪었다. 어느 때보다 녹색이 그리운 시간, 걸음이 서툰 아기, 등산을 싫어하는 학생,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열린 녹색 천국, 구포무장애숲길로 안내한다.

배려·동행 의미 담은 무장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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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즐기는 시민들. 사진·권성훈


상쾌한 공기, 눈을 편안하게 하는 푸르름, 우연히 만나는 작은 샘물과 이름 모를 들꽃…. 숲길의 매력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에 공짜란 없는 법. 아름다운 숲길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보통 `등산'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도시 이름부터 `산(山)'가 들어가는 산과 언덕의 도시 부산(釜山)에서 구두 신고도 걸을 수 있을 만큼 편안하고 좋은 숲길이 있다는 솔깃한 정보가 들려왔다. 바로 `구포무장애숲길'이다.

`무장애숲길'은 말 그대로 걷는 데 장애가 없는 길이란 뜻이다. 숲속에 경사도 12% 이내, 폭 1.5∼2m의 나무데크로 길을 조성해 유모차와 휠체어가 오갈 수 있도록 했다. 정상 전망대까지 2㎞, 왕복 4㎞로 거리도 적당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는 물론 남녀노소 누구나 장애·계층·나이의 장벽을 넘어 편안하게 숲속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째서 이런 길을 만든 것일까? 언젠가 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다. 우리가 길에서 흔히 만나는 작은 턱이나 계단이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나 무릎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는 마치 낭떠러지같이 큰 장벽으로 다가왔다. 몇 칸의 계단을 넘지 못해 휠체어를 타고 빙빙 먼 길을 둘러 가야 했다. 고르지 못한 노면과 좁은 보행로 앞에서는 이동권 보장을 위해 보급한 전동휠체어도 무용지물이었다.

 무장애길은 우리 사회의 길에 대해 고민하며 보행약자를 배려하고 동행하는 의미를 담아 만든 곳이다. 진정한 의미의 `함께 걷는 부산 길'인 셈이다.

목 내민 거북이 형상 닮은 범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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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바위. 거북이가 산 정상을 향해 목을 내민 형태다. 황제바위라고도 불린다. 사진·권성훈


길은 백양산 줄기에 자리한 범방산 중턱에서 시작한다. `범'자가 들어가니 범일동(凡一洞)이나 범천동(凡川洞)처럼 호랑이와 관계있는 지명이라 생각하기 쉽다. 정답은 `X'. 범방산은 `뜰 범(泛)', `배 방(舫)'으로서 배가 정박했다가 뜬다는 뜻이다. 배가 드나들던 낙동강변 나루터 구포와 가까워 붙여진 이름으로 추정된다.

범방산의 또 다른 이름은 거북산. 멀리서 보면 거북이가 강을 향해 엎드린 형상과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산 정상에는 거북이가 목을 내밀고 있는 듯한 바위도 있다. 산의 이름이 거북산이라면 오늘의 코스는 더욱더 천천히 음미하며 걸어야 할 터이다.

도시철도 2호선 구명역을 출발해 구포 어린이교통공원을 지나 유림노르웨이숲 아파트 방향으로 약 10분 정도 걷다 보면 오른편에서 구포무장애숲 공영주차장을 만난다.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지쳤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가장 어려운 코스는 이제 끝났다. 공영주차장부터 마음을 설레게 하는 완만한 나무데크 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숲길 입구에서 지그재그처럼 이어진 안내도를 슬쩍 살피고 본격적인 탐방에 나선다. 토끼굴에 떨어졌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나무데크에 발을 디디면 이전과는 완연히 다른 숲속 세상이 한순간에 펼쳐진다. 연한 녹색부터 서서히 짙푸름을 더해가는 다양한 녹색의 향연에 눈이 시원해진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름 모를 들꽃과 열매도 이어진다. 스마트폰을 꺼내 이름을 찾는 사람들로 중간중간 정체가 일어날 정도다.

숲길 중간에 마련된 체력 단련 공원과 요즘은 보기 힘든 약수터도 눈길을 끈다. 약수터에서 잠시 하얀 약수통을 메고 산을 오르던 어린시절 향수에 젖었다 깨어 보니 이정표는 벌써 400m를 왔다고 가리킨다. 아무리 올라가도 100m를가기 힘든 일반 등산로와 비교하면 이 얼마나 착한 길인가. 눈만 편한 것이 아니라 마음마저 흐뭇해진다.


사람들의 발끝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등산화, 운동화, 단화, 심지어 구두까지 제각각이다. `구두 신고도 걸을 수 있는 길'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다. 길이 좋아서일까, 숲이 좋아서일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썼지만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엔 힘든 기색 없이 경쾌함이 느껴졌다.


무장애숲길 미션, 기암괴석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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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을 쓴 모양의 정승바위. 맷돌바위라고도 불린다.


지난 호에 소개했던 이기대 해안산책로와 마찬가지로 구포무장애숲길도 다양한 형태의 기암괴석이 눈을 즐겁게 한다. 부부바위·짝궁바위·정승바위·거북바위·미소 짓는 거북바위·두꺼비바위…. 종류도 많다. 단, 안내판이 바위 바로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찾기 쉽지 않은 것이 특징. 함께 간 사람들과 바위 찾기 게임을 해도 될 정도다.


하나도 못 찾겠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었더니 지나가던 시민이 "저것이 정승바위"라며 가리킨다. 바위 두 개가 겹쳐진 모습에 이기대의 `농바위'가 이사왔나 했더니 이곳에서는 갓을 쓴 정승의 모습과 비슷해서 `정승바위'라 불린다고 한다. `정승바위'의 정기를 받아 이 일대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지도자가 많이 배출되는 길지로 꼽힌다. `정승바위' 주변을 둘러보면 멀리 거북이가 머리를 내민 형태의 `거북바위'를 발견할 수 있다. 백양산이 성의 형태로 범방산의 `거북바위'를 보호하고, `정승바위'와 `두꺼비바위'는 `거북바위'를 보좌하는 모양새다. 그래서 `거북바위'는 `황제바위'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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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궁바위. 먼 옛날 훌륭한 자식을 두고 싶은 염원을 담아 어느 부인이 조각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사진·권성훈


`이것이 그 바위인가?' 지나가다 마주치는 바위를 모두 돌아보다 보면 어느새 하늘바람전망대에 도착한다. 가덕도·김해국제공항·구포대교·화명생태공원이 시원하게 한 눈에 들어온다. 정상이라면 당연히 표지석이 있어야 할 터. 이곳도 예외가 아니다. 해발 210m. 낮기는 하지만 기분 좋게 정상을 정복했다. 표지석 앞은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긴 줄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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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풍경. 가덕도·김해국제공항·구포대교·화명생태공원이 시원하게 한 눈에 들어온다. 사진·권성훈


표지석과 전망대를 정복하고 의기양양한 마음으로 정자에 앉았다.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 친구 손을 잡고 온 학생, 지팡이에 의지한 어르신. 무장애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사람들이 정자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제 다시 내려 갈 시간. 오름이 느껴질 듯 안 느껴질 듯 나지막한 길이었지만, 내려가는 길은 역시 오를 때보다 빠르다. 이런 길에서 방심하고 뛰다 보면 다치기 십상이다. 발끝에 힘을 주고, 그렇지만 가볍게 내려가다 보니 분명 오를 때 봤던 경치인데도 달리 보인다. 다시 한 번 경치에 감탄하고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마을을 내려다보며 어디인지 짐작하다 보면 어느새 2시간의 짧은 숲길 여행이 끝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끝나면 그리운 녹색을 찾아 구포무장애숲길을 찾아보자. 오랫동안 기다려온 진짜 봄이 그곳에 있다.


글·하나은/사진·권성훈


지난호에 안내해 드렸던 `동래읍성길'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연장으로 6월 이후로 연기됐습니다.
`함께 걷는 부산 길'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매월 10일까지 다이내믹부산 편집부(051-888-1291∼8) 또는 이메일(naeun11@korea.kr)로 신청해 주시면 됩니다. 선정되신 분께는 개별로 연락드립니다. 구체적인 일정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경 또는 연기될 수 있습니다.

 

하나은 기사 입력 2020-05-12 다이내믹부산 제202005호
자료출처 : 다이내믹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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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업데이트
202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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