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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부산이야기 5월호 통권 139호 호 기획연재

살렌토, 전통방식으로 세계 최고 커피 재배 메데진, 마약왕 도시에서 예술·평화 도시로

세계테마여행 - 콜롬비아 ②

내용

콜롬비아는 안데스산맥이 남북으로 뻗어 있으며, 동서로 적도를 가로지르는 나라다. 인구의 대부분은 더운 저지대보다는 선선해서 살기 좋은 고지대에 몰려 산다. 국토의 절반 이상이 높은 산과 계곡으로 이뤄져 있다 보니 도시 간 이동할 때 험준한 산길을 피할 수 없다. 

 

장거리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다보면 멀미가 밀려오고, 밤새 귀를 찢을 듯 큰 볼륨으로 틀어놓은 영화 때문에 잠을 설치기 일쑤. 그러다 바라본 창밖 풍경은 어떤 자연 다큐멘터리보다도 감동적이다. 높은 고도에 깎아지는 수직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굽이치는 물살과 수직으로 둘러선 거대한 협곡이 장관이다. 산 위에 낮게 깔린 구름과 온통 초록빛 풍경이 아침이 왔음을 알린다.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콜롬비아산 커피 한 잔은 지난밤 고생을 잊게 한다.

 

콜롬비아 메데진 코뮤냐13 전경. 

▲콜롬비아 메데진 코뮤냐13 전경.

 

태양에 말려 부드러운 맛과 향 간직한 살렌토 커피 

 

콜롬비아는 브라질, 베트남에 이어 세계 3위의 커피 생산국이다. 현재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9.4%를 차지하며, 커피를 재배하는 농가가 전체 농가의 4분의 1에 달한다. 콜롬비아는 커피를 평범한 농작물로만 취급하다가 19세기 말이 되면서 생산규모가 커졌다. 1912년에는 커피가 콜롬비아 전체 수출액의 약 50%를 차지할 만큼 큰 부분을 차지했다. 콜롬비아는 안데스산맥을 끼고 있고, 적도에 가깝기 때문에 커피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커피는 10월과 4월 연 2회 수확한다. 콜롬비아에는 묵직한 바디감과 달콤한 초콜릿 향미가 나는 원두, 산도가 좋고 과일향이 나는 원두 등 향과 맛이 다양한 커피나무가 자란다.

 

킨디오강 협곡 위 해발 1천895m 고도에 자리한 살렌토는 콜롬비아의 대표적인 커피 재배지다. 스페인 식민지풍의 건축물이 잘 보존돼 있다(사진은 살렌토 거리). 

▲킨디오강 협곡 위 해발 1천895m 고도에 자리한 살렌토는 콜롬비아의 대표적인 커피 재배지다. 스페인 식민지풍의 건축물이 잘 보존돼 있다(사진은 살렌토 거리).


킨디오강 협곡 위 해발 1천895m 고도에 자리한 살렌토(Sal-ento)는 콜롬비아의 대표적인 커피 재배지로, ‘콜롬비아 커피문화경관(Coffee Cultural Landscape of Colombia)’ 지역 중 하나다. 콜롬비아 커피문화경관은 커피 재배지 중 문화적으로도 경관이 뛰어난 곳을 말한다. 북서부 18개 도시를 포함한 6개의 구역, 소규모 경작이 주를 이루는 2만4천여 커피농장이 이에 해당된다. 콜롬비아 커피문화경관은 201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살렌토는 다른 콜롬비아 커피문화경관 지역에 비해 스페인 식민지 시절 영향을 받은 건축물이 잘 보존돼 있는 마을이다. 주말에는 도시에서 몰려든 이들로 붐비지만, 주중에는 고즈넉함마저 느껴지는 조용한 동네다. 커피 밭은 가파른 산기슭에 모자이크처럼 박혀 있다. 세계 최고 품질의 원두를 생산한다는 명성에 비해 생산방식은 수공업에 가깝다. 커피콩을 일일이 따 크기별로 분류한 후 우리가 고추를 햇볕에 말리듯 커피콩을 말린다. 태양에 건조하기 때문에 본래의 맛과 향을 간직해 콜롬비아 커피는 부드럽기로 유명하다.

 

메데진 중심부에 위치한 보테로 광장에는 콜롬비아의 대표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메데진 중심부에 위치한 보테로 광장에는 콜롬비아의 대표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메데진, 연중 봄날인 예술·문화 녹색 도시

 

메데진(Medellín)은 콜롬비아 제2의 도시로, 해발고도 1천500m 안데스산맥 고원 지대에 위치해 있다. ‘영원한 봄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연중 온화한 기온을 보인다. 시내는 아름다운 공원과 근대적인 고층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메데진은 세계적인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보테로는 과장된 인체 비례와 뚱뚱한 모습으로 묘사된 인물 그림을 그린 것으로 유명한 화가이자 조각가이다. 그는 메데진에 많은 작품을 기증했고, 그의 작품은 메데진 중심부인 보테로 광장과 그 옆 안티오키아 박물관(Museo de Antioquia)에 전시돼 있다. 풍만하고, 부드러운 선과 화사하고 따뜻한 색채의 그림들은 테디베어를 연상케 한다. 보테로는 뚱뚱한 여자를 그린 것에 대해 “관능미를 표현하기 위해 양감을 강조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보테로의 그림에는 콜롬비아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부나 수녀, 군인, 정치인을 풍자하고 조롱하는 그림이 많고, 인종차별이나 사회적 불평등에 대해서도 그려냈다. 박물관 안에는 보테로의 그림뿐만 아니라 그가 수집한 세계적인 화가들의 작품도 전시돼 있다. 

 

메데진의 상흔,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 

 

보테로의 그림 중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죽음’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 기와지붕 위에 뚱뚱한 남자가 손에 권총을 들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고, 지붕 아래에는 그를 바라보는 경찰과 주민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있는 그림이다. 이 그림의 주인공 파블로 에스코바르(Pablo Escobar)는 한때 콜롬비아와 미국을 혼란에 빠뜨리며 악명을 떨친 콜롬비아의 ‘마약왕’이다. 

 

에스코바르는 메데진 근교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10대에 마약 거래를 시작해 20대에 거대한 부를 축적했다. 한때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7대 부자에 뽑히기도 했다. 마약을 일부 양성화해주면 콜롬비아 전체 부채를 다 갚아주겠다고 큰소리칠 만큼 그의 재산은 어마어마했다. 메데진 카르텔의 리더로서 1천여 명 규모의 민병대를 조직해 라이벌 칼리 카르텔은 물론 자신의 사업에 방해가 되는 정치인, 행정가, 경찰 등 수많은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했던 인물이다. 1949년 메데진 근처 작은 마을 리오네그로에서 태어나 1993년 죽기까지 메데진은 그의 본거지였다. 메데진은 오랜 기간 마약 범죄자들의 무법천지가 돼 폭력과 범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도시가 한때는 테러와 납치, 총격과 살인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던 곳이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케이블카와 에스컬레이터가 만든 메데진의 평화 

 

메데진은 수도 보고타보다도 더 부유하고 화려한 도시라고도 알려져 있지만, 빈부격차가 크다. 도심이 현대적인 모습이라면 메데진 주위를 둘러싼 산비탈엔 성냥갑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산자락을 타고 끝도 없이 펼쳐지는 주황갈색 벽돌집 사이로 총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대중교통이 닿지 않아 고립된 지역이다 보니 마약 범죄자들의 소굴이 됐던 것이다. 메데진 동쪽 산토도밍고(Santo Domingo) 역시 대표적인 우범지대 중 한 곳이었다. 경찰마저 포기했던 이곳에 평화가 찾아온 것은 2004년 메데진 시가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나서다. 이 케이블카는 관광용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이다. 케이블카와 지상철을 연결해 환승하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서민들의 시내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지상철이 끝나는 지점인 아세베도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2㎞ 정도를 오르면 1.47㎞ 높이에 있는 종점 산토도밍고가 나온다. 역 주변은 음식점, 노점, 슈퍼마켓 등이 즐비하고 여기저기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총소리가 멈춘 자리에 사람들의 소리가 울러 퍼진다. 한쪽에선 한 아주머니가 사탕수수 엿(Gelatina de panela)을 만들기 위해 사탕수수 농축액에 콜라겐을 넣어 기둥에 연결해 치대고 있다. 근처에는 도서관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은 문화생활도 즐기게 됐다. 치안이 안정되면서 관광객이 찾기 시작했고, 경기가 활성화됐다. 케이블카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서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바꾸었다. 코뮤나13(Comuna 13) 또한 살인이 일어나던 위험한 빈민가 중 한 곳이었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이곳이 지금은 에스컬레이터가 생겨 안전한 곳이 됐다. 6개 층에 걸친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데는 15분이 채 안 걸리지만 급경사인 이곳을 걸어 올라가려면 40분 이상 걸린다. 에스컬레이터가 생긴 후 폭력이 줄었고 동네는 치안이 안정됐다. 다른 빈민가와 달리 이곳은 집들이 알록달록해 부산의 감천문화마을을 떠올리게 한다. 페인트 회사의 기부를 받아 알록달록 화려하게 집들을 칠하고, 벽과 지붕엔 그림을 그림으로써 동네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공공장소가 전무했던 이곳에 벤치, 공원, 도서관, 농구장, 축구장 등 공공장소가 늘어나면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곳이 생겼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계단 옆 미끄럼틀을 타면서 해맑게 웃는다.

 

에콰도르와의 국경도시 이피알레스에 위치한 라스 라하스 성당은 세계 10대 비경 중 하나로 꼽힌다. 라스 라하스 성당은 자연 절벽 위에 세워졌으며, 45m 높이의 다리와 고딕건축 양식이 특징이다. 

▲에콰도르와의 국경도시 이피알레스에 위치한 라스 라하스 성당은 세계 10대 비경 중 하나로 꼽힌다. 라스 라하스 성당은 자연 절벽 위에 세워졌으며, 45m 높이의 다리와 고딕건축 양식이 특징이다.

 

과타페의 돌, 거대한 바위 오르니 절경이 눈앞에  

 

메데진에서 버스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과타페(Guata pé)의 명소는 ‘과타페의 돌(El Peñol de Guatapé)’이라 불리는 거대한 바위, 엘뻬뇰(El Peñol)이다. 해발 1천900m에 우뚝 솟은 이 바위는 콜롬비아 천연기념물로 약 7천만 년 전인 선사시대에 생성된 암석이다. 정상은 해발 2천137m, 높이 200m이니까 건물로 50층 정도 되는 높이다. 지면 아래에는 지상에 드러난 것보다 더 큰 400m 가량의 바위 덩어리가 더 이어져 있다고 한다. 바위 틈새에 지그재그로 놓인 659개의 계단을 올라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힐끗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호수마을 풍경은 동화 속 배경을 옮겨 놓은 듯 아름답다. 물 위에 섬이 떠 있는 것이 마치 다도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호수는 1981년 하류에 댐을 쌓으면서 생성된 인공호수다. 한때는 산이었을 곳이 섬이 됐고, 현재는 수많은 별장과 요트가 늘어서 연중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공공장소가 전무했던 메데진 빈민가 코뮤나13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고, 벤치, 공원, 도서관, 농구장, 축구장 등 공공장소가 늘어나면서 아이들은 안전하게 놀 곳이 생겼다(사진은 미끄럼틀을 타며 해맑게 웃는 아이들). 

▲공공장소가 전무했던 메데진 빈민가 코뮤나13에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고, 벤치, 공원, 도서관, 농구장, 축구장 등 공공장소가 늘어나면서 아이들은 안전하게 놀 곳이 생겼다(사진은 미끄럼틀을 타며 해맑게 웃는 아이들). 


축구 응원 열기와 세계 10대 비경 라스 라하스 성당

 

콜롬비아의 남부 포파얀(Popayán)은 스페인 식민지풍의 건축물로 유명하다. ‘하얀 도시’라는 별칭에 걸맞게 건물 대부분이 흰색인 것이 특징이다. 흰 건물들 사이로 하루는 콜롬비아 국기가 물결친다. 국가 대항전 축구 경기에서 콜롬비아가 우승한 날, 시민들은 쉬이 잠들지 못하고 밤새 자축했다. 여타의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콜롬비아 사람들도 축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콜롬비아 축구 국가대표팀은 국가적 자존심의 상징으로, 콜롬비아 사람들은 축구로 하나가 된다.

 

포파얀에서 버스를 타고 9시간 30분을 달려 에콰도르와의 국경도시 이피알레스(Ipiales)에 도착했다. 세계 10대 비경 중 하나인 라스 라하스 성당(Las lajas cathedaral)을 보기 위해서다. 자연 절벽 위에 세워진 이 성당은 45m 높이의 다리와 고딕건축 양식이 특징이다. 이곳은 18세기 성모 마리아의 형상이 나타나 귀가 안 들리는 소녀를 치료해줬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자리다. 성당은 1926년부터 1944년까지 약 20년에 걸쳐 완공됐다. 성당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저마다의 소원이나 죽은 이의 영혼을 기원하는 글이 적힌 타일이 벽에 가득 붙어 있다.

작성자
김정희
작성일자
2018-04-3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부산이야기 5월호 통권 139호 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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