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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26년 전통 소극장 … 연극 1편 준비 4개월 공들여

부산 소극장 / ⑨ 열린아트홀

내용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소극장입니다." 열린아트홀 전신은 열린소극장이다. 열린소극장은 1989년 11월 지금 자리에 개관했다. 부산대 사범대 극회 '마당' 출신 현직 중등교사들이 주축이었다. 당시 고교생이었던 최성우 대표는 은사님 권유를 받아들여 배우로 연극계에 발을 들였다. 2012년 8월 경영난에 처한 열린소극장을 최 대표가 인수해 열린아트홀로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른다. 이름은 바꿨지만 한 자리에서 26년을 끌어 온 소극장이니 부산에서 가장 오래됐다는 게 최 대표 지론이다.

열린아트홀은 1989년 지금 자리에 개관해 26년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열린아트홀의 전속 극단은 '이그라'. 창단 7년이 됐지만 무대에 올린 작품이 10개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작품에 공을 많이 들인다(사진은 극단 '이그라' 공연 모습).

최성우 대표, 러시아 종합예술대학원 출신 실력파

최 대표는 부산 연극계에서 보기 드문 해외파다. 연극의 본향 러시아에서 공부했다. 모스크바 쉐프킨고등연기대학교에서 학부 4년, 러시아종합예술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수료 4년, 도합 8년을 수련했다. 부산예술대학 전임교수로 있는 부인도 러시아 유학파다. 러시아 최고의 극작가 안톤 체홉 원작 '바냐아저씨' 주연여배우 앨래나 역으로 출연했던 김정순 교수가 부인이다.

'바냐아저씨'는 11월 4일부터 22일까지 열린아트홀 무대에 올렸던 장막희곡이다. 지하 2층 소극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벽에 '2시간 동안 이어지는 장편 연극이므로 미리 화장실을 다녀오시라'는 안내문을 내붙였을 정도다. 열린아트홀 전속 극단 '이그라' 공연작이다. '바냐아저씨'는 최 대표가 1996년 모스크바 유학 간 첫날 처음으로 본 연극. 심리적 사실주의에 바탕을 둔 진중한 연극이었다. 부산에 근거지를 둔 극단이 무대에 올린 건 열린아트홀 '이그라'가 처음이다.

'이그라'는 러시아 말. 영어론 놀이, 연기를 뜻하는 플레이(play)와 같은 말이다. 배우와 연기 중심의 극단을 지향한다는 결기가 담긴 이름이다. 경상도 방언으로 '이거 아이가!'라는 의미도 있다. 극단 '이그라'는 2008년 1월 창단했다. 최 대표가 소극장을 인수하면서 열린아트홀 전속 극단이 됐다. 예술성을 지향하는 참신하고 독창적인 창작극과 해외 번역극 공연을 통해 부산 연극 발전과 연극 대중화에 기여한다는 창단 취지를 지금껏 이어 온다.

지하 2층 열린아트홀로 들어가면 한쪽 벽면을 연극 포스터가 가득 채우고 있다.

전속 극단 '이그라' … 번역극·창작극 중심 공연

극단 '이그라'는 고집이 세다. 창단한 지 7년이 됐건만 무대에 올린 건 '바냐아저씨'를 포함해 10개 작품밖에 되지 않는다. 1년 평균 두 작품이 안 된다. 그렇다고 대관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하더라도 까다롭다. 최 대표가 추구하는 연극이 아니다 싶으면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극장을 빌려주지 않는다. 서울 소재 코미디극 전문 극단에서 하루 50만 원 대관료를 제의해 오기도 했지만 일언지하 거절했다. 대관 '대' 자도 못 꺼내게 했다. 스무해 넘게 연극판에서 쌓은 신뢰가 그깟 돈으로 한순간 내려앉는 걸 꺼렸다.

"연습만 두 달 합니다." 최 대표 설명을 듣고서 1년 두 작품이 수긍됐다. 번역극이나 창작극의 경우 번역과 구성과 연출에 2개월, 연습에 2개월, 그리고 20일 공연을 고수했다. 번역과 구성, 연출은 최 대표가 도맡았다. 한 작품에 통상 5개월 걸렸으니 1년 두 작품이 그럴 만했다. 대개의 공연은 각각의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게 현실이다. 그만큼 한 작품 한 작품 공을 들인다는 방증이고 한 작품 한 작품을 내 자식처럼 애지중지한다는 것이다.

개중에서도 남달리 애지중지하는 작품이 있을 터. 최 대표는 '모함'을 꼽았다. 극단 '이그라' 제5회 정기공연작이자 2013년 부산연극제 경연작 '모함'은 김경화 작, 최성우 연출의 사극. 극단 이그라의 유일한 사극이기도 하다. 배우로 출발한 최 대표는 극단 '이그라' 창단 이후 연출에 전념한다. 물론 이따금 배우로도 출연한다. 김문홍 작 '방외지사 이옥'에서 주연급 조연인 이옥 친구로 열연한 바 있다. '모함'은 조선 인조임금과 소현세자, 세자빈, 후궁 조소용과 김자점 등이 등장한다. 박수갈채가 대단했다. 주요 상을 휩쓸었다. 남자우수연기상과 신인여자연기상, 관객인기상을 석권했다. 각각 권철, 김아함, 김정순 배우가 받았다.

사극 '모함'으로 2013 부산연극제 휩쓸어

"참 따뜻한 극장이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저녁 8시 공연을 위해 분장 중이던 부인 김정순 교수가 한 마디 거든다. '바냐아저씨' 앨래나의 하얀 드레스 차림이다. 드레스도 무대 소품도 모두 러시아에서 공수해 온 것들이다. 러시아 공연 그 깊은 맛에 다가서기 위해서다. 김 교수의 스쳐 가는 말 중에 '인간미'라는 말도 언뜻 들린다. 열린아트홀 따뜻함이랄지 인간미는 다층적이다. 관객과 배우, 배우와 스텝, 스텝과 연출 등 연극을 구성하는 각 요소들이 모래알처럼 서걱대지 않고 개펄처럼 끈끈하도록 이끈다. 그러한 끈끈함에서 따뜻함이 나오고 인간미가 넘친다.

러시아 유학파라서 러시아 연극을 자주 공연하진 않았을까? 웬걸, 천만이다. 지난 11월에 올린 '바냐아저씨'가 처음이다. 러시아 연극은 어렵고 무거우며 출연진이 많다. 심리의 결을 섬세하게 따라가야 하는데 작품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으면 관객 따로 공연 따로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무대 올리기가 버겁다. 그런데 '바냐아저씨' 관객 호응도는 무척 고무적이었다. 러시아 연극의 가능성이 보였다. 연극을 본 평론가와 선배, 동료들도 러시아 전문 극단, 전문 소극장으로 나가면 어떻겠냔 조언을 심심찮게 한다. 올해 한 작품 하고 내년에 그 작품과 새 작품을 올리고 후 내년에 새 작품과 이전 두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레퍼토리 시스템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딴 데 눈 안 돌리고 순수연극만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최 대표는 열린아트홀 장비시설이 부산 최고라고 자부한다. 소극장 장비시설은 음향과 조명기기, 무대효과기기 등이다. 작년 천장까지 닿은 침수 피해를 입자 모두 새 장비로 바꾸었다. 침수 피해 따위가 최 대표를 좌절시키진 못할 것이다. 최 대표가 바라는 것은 하나. 오직 한 길을 걸은 순수연극인으로 두고두고 기억되는 것이다.

도시철도 1호선 명륜역 1번 출구. 육교 지나 GS25시 방향으로 2,30m 가면 '열린아트홀'의 큼지막한 간판이 보인다. 12월은 대관 공연이 잡혀 있다. 10일부터 20일까지 극단 등나무의 '천국으로 배달해 드립니다'를 공연한다. 인터넷 검색창에 열린아트홀을 입력하면 카페 주소가 뜬다.

※ 공연 문의  527-0123, 010-6305-****

작성자
글 동길산 시인
작성일자
2015-12-10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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