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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걸을수록 매력에 빠져드는 아름다운 명품 길

갈맷길 700리 ⑧ 상현마을∼민락교

내용

갈맷길은 모두 아홉 코스다. 기장 임랑해수욕장에서 1코스를 시작해 기장군청에서 9코스가 끝난다. 갈맷길을 연재하면서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는다. 갈맷길 아홉 코스 가운데 어디가 가장 좋으냐고. 가능하면 얼버무린다. 좋은 코스에 들어가지 않은 길은 섭섭하겠다 싶어서다. 길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다 받아들이는데 사람은 길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한다면 그 심사가 어떨까 싶어서다.

얼마 전에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부산이야기 필진들이 모인 자리에서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대답을 해야 했다. 그때 대답은 이랬다. 산을 선호하면 오륜대 길이 좋고 바다를 선호하면 이기대 해안길이 좋다고.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에 둔 코스는 딱 하나. 바로 오륜대 오솔길, 코스로는 8코스였다. 물론 순전히 개인적인 기호다. 그리고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기호다.

갈맷길 700리 ⑧ 상현마을∼민락교

회동수원지는 1946년부터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다 2010년 시민에게 개방했다. 지금은 부산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대표 갈맷길로 우뚝 섰다.

부산 10대 히트상품 8코스 … 17.2㎞ 5시간

산우리산악회 회원들과 갈맷길 8코스를 걸었다. 몇 달 전 창립 20년을 맞을 만큼 부산에선 오래 된 산악회다. 길을 걸으면서 나도 궁금했다. 다른 사람은 어느 갈맷길을 좋아하는지. 김광식(63) 전 회장은 명쾌했다. 걷고 있는 오륜대 길과 이기대 해안 길을 꼽았다. 동행했던 장수현 산행대장과 안종근 · 이근상 원로산악인, 손철원 부산주택건설협회 사무처장도 마찬가지였다. 아름다움을 보는 안목은 다들 엇비슷한 모양이었다. 내 안목도 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아 내심 안도했다.

갈맷길 8코스는 회동수원지 들목 상현마을에서 수영강 민락교까지다. 17.2㎞ 5시간 거리다. 구간은 둘로 나뉜다. 1구간이 상현마을에서 석대 동천교까지 10.2㎞ 3시간, 2구간이 동천교에서 민락교까지 7㎞ 2시간이다.

도시철도 1호선 남산역 8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걸으면 마을버스 정류소 표지판이 보인다. 한 시간 간격 3-1번을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상현마을이다. 버스 기다리기가 뭐 하면 동래CC 방향으로 걸어가도 된다.

갈맷길 8코스는 회동수원지 들목 상현마을에서 수영강 민락교까지 17.2㎞, 5시간 거리다(사진은 회동수원지).

여기 갈맷길은 거의가 평지다. 수원지가 평평하기에 길도 평평하고 걷는 사람 마음도 평평하다. 오르막 내리막은 한 군데 정도. 정상에서 보는 풍경이 워낙 걸출하기에 오르막을 걷는 수고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부산시민 사랑 듬뿍 받는 회동수원지

8코스 회동수원지 오솔길은 콧대가 높다. 지난해 부산 10대 히트상품의 하나가 이 길이다. 2009년 부산 갈맷길 콘테스트에선 대상을 받았다. 부산에서만 대상일까. 전국 어디 내놓아도 꿀릴 게 없는 길이다. 콧대 잔뜩 세워도 누구 하나 토 달 사람 없는 길이다. 길도 콧대 높고 풍광도 콧대 높지만 여기 오솔길 미덕은 사람을 윽박지르지 않는다는 것. 사람에게 위압적이지 않다는 것. 한마디로 선하다는 말인데 그런 선함은 나이 지긋한 사람이 으레 그렇듯 회동수원지의 지긋한 연륜에서 나온다.

2009년 부산 갈맷길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은 회동수원지 오솔길.

회동수원지는 역사가 오래다. 물 좋고 풍광 좋은 이곳에 수원지를 조성하기 시작한 것은 1946년부터. 부산시민 식수원을 보호하려고 1964년 일반인 출입을 통제했다. 그린벨트로 지정되면서 주택 신 · 증축 제한 등 주민 고충이 컸다. 주민들은 민물 회와 매운탕, 닭백숙 등 소규모 식당을 운영하거나 포도밭을 일궈 생계를 이어나갔다. 2010년 1월, 45년 만에 개방된 이후 지금은 부산시민 사랑을 듬뿍 받는 대표 갈맷길로 우뚝 섰다.

회동수원지 코스를 걸으며 만날 수 있는 천주교순교자박물관.

인근에 기념비 같은 곳이 있다. 19세기 후반 천주교 박해 당시 현 광안4동 자리 수영성 장대에서 처형된 부산지역 천주교 순교자들 묘역과 1969년 6월 설립한 오륜대수도원, 그리고 천주교순교자박물관이다. 박물관에는 교회유물 500여점과 민속품 1천200여점이 전시돼 있다. 고종 다섯째 아들 의친왕 비이자 대원군 손자며느리 김덕수 마리아가 기증한 궁중유물과 대원군 친필 등 조선왕실 유물도 소장하고 있다.

부엉산 정상서 바라보는 풍광 장관

출발해서 사오십 분 정도까지는 느긋하다. 정자와 나무의자가 잘 돼 있다. 중간 중간 주막은 참새 방앗간. 막걸리 한 사발 한 주전자로 목을 축이고 가는 것도 괜찮겠다. 오륜대가 자랑하는 암벽을 배경으로 나무데크 전망대에선 어깨동무 기념촬영! 처음이자 유일한 오르막 난코스는 기념촬영 이후부터 시작이다. 그러나 지레 겁먹지는 말자. 난코스라 해 봤자 고작 175m다.

오르막은 산. 부엉산이다. 200m에도 못 미치는 산이 난코스라 여겨지는 건 그만큼 앞뒤 코스가 순탄하고 평탄하다는 증거다. 부엉산 정상에서 보는 풍광은 앞서 언급했듯 걸출하다. 개좌산 구월산 아홉산 윤산이 둘러싼 회동수원지는 무릉도원이다. 산우리산악회 김광식 전 회장 표현대로 이슬비 오는 날 운무가 살짝 낀 오륜대는 풍경화 국전 대상감이다.

수원지 끝은 콘크리트 댐. 댐 바로 아래 공원 같은 곳은 명장정수사업소다. 사업소에서 20분쯤 더 가면 동대교가 나오고 사천(絲川)으로 불리던 실개천을 따라 30분 더 가면 또 다리가 나온다. 일명 석대다리, 동천교다. 계속 걷는 게 무리겠다 싶으면 다리 위로 올라가 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 시내버스는 43, 115-1, 129-1, 183, 189, 189-1번이 다닌다.

부엉산 정상에서 보는 회동수원지 풍광은 뛰어나다. 개좌산 구월산 아홉산 윤산이 둘러싼 회동수원지는 무릉도원이다.

수영강변 따라 걷는 2구간

갈맷길 8코스 1구간은 동천교에서 끝나고 이제 2구간이다. 2구간은 수영강 강변을 걷는 구간이다. 수영강은 조선시대 해군사령부 격인 경상좌도 수군절도사영, 즉 경상 좌수영이 이 근방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좌수영이 들어서기 전에는 사천(絲川)이라 했다. 기장 정관에서 발원해 회동수원지 사천을 거쳐서 바다로 이어지는 강이기에 그렇게들 불렀다.

동천교 다음 다리는 원동교. 수영강은 원동교에서 10여분 더 가 온천천과 합류한다. 갈맷길 8코스를 걸어봤다면 온천천 방향으로 틀어도 무방하다. 온천천은 갈맷길 아홉 코스에서 빠져 있지만 온천천만큼 부산 역사의 한복판에 들어앉은 길이 또 있을까. 보물 제392호인 임진왜란 동래부순절도 현장이 온천천 지척이며 신라 때부터 언급되는 한국 최고의 역사를 가진 온천인 동래온천이 온천천 지척이다.

원동교에서 30분 더 가면 과정교다. 시간에 여유가 있고 체력에 여유가 있다면 갈맷길 정식 구간을 잠시 벗어나 다리 위로 올라가 보자. 인근에 정과정이 있다. 정과정이 무언지 잘 모르겠다면 ‘내 님이 그리워 우니다니’ 정과정곡을 떠올려 보시라. 고려시대 동래 정씨 정서가 정과정곡을 지은 곳이라 알려진 유적지다. 수영강변 e편한세상 2차 아파트 건너편. 부산시기념물 제54호다.

사진 위는 오륜대를 배경으로 산우리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왼쪽에서 두 번째가 필자), 아래는 수영강 하류 강변길.

부산사람 성정 닮은 수영강 하류 강변길

과정교에서 2구간 끝 민락교까지는 수영강 하류 강변길. 강은 하류로 가면서 넓어지듯 사람 마음도 강의 하류처럼 넓어지는 길이다. 부산사람 성정이 급하긴 해도 너른 건 부산 지형이 너르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부산 지형은 너른 바다 대양을 낀 지형이며 강에서 가장 너른 하류를 낀 지형이다. 낙동강 하류가 부산이고 수영강 하류가 부산이다. 부산사람 성정이 너른 건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하다.

강 왼편은 조형미가 우아하다. 부산을 대표하는 브랜드 마크들이다. 조각공원, APEC나루공원이 있으며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 전당이 있다. 세계최고 큰 백화점이란 신세계백화점, 그리고 벡스코, 부산시립미술관이 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엔 요트계류장이 있어 요트를 타고 온 외국인들이 이곳에 배를 정박하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을 부산과 한국을 보고 듣고 느낀다.

보고 듣고 느끼는 어느 한 날, 어느 누구는 강을 거슬러 갈맷길 8코스를 걸어볼 것이다. 길을 걷다 갈맷길에 푹 빠져 부산에 푹 빠져 갈맷길 아홉 코스 가운데 어디가 가장 좋으냐고 물어볼지도 모를 일이다.

□ 갈맷길 8코스 축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 1688-4010 (사)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
10월 부산갈맷길축제 ☎ 051)505-2224 (사)걷고 싶은 부산

□ 가 볼만한 곳

회동수원지 1946~1967년 완공했다. 총 넓이는 2.17㎢, 저수량은 1천 850만t. 천혜의 절경으로 조선시대 이곳에 숨어살면서 주자학을 공부하던 사람들이 이곳 절경을 오륜대라 불렀다고 한다.

오륜대 금정구 오륜동 일대 회동수원지 부근 아름다운 풍광을 일컫는다. 산과 바위가 병풍을 이뤄 절경을 자아낸다.

윤산 생태숲 윤산은 곰솔 사방오리나무 산딸기나무 및 다양한 야생화로 숲을 형성한다. 반딧불이 먹이인 달팽이가 많아 반딧불이 서식처다.

APEC나루공원 2005년 열린 부산 APEC정상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수영강변에 조성한 공원이다. 가덕도 팽나무 한 쌍을 비롯해 자전거도로, 조깅로, 분수가 사람을 끈다. 2006년 부산비엔날레 출품 조각품들도 볼 만하다.

영화의 전당 부산국제영화제가 펼쳐지는 곳이며 예술성 높은 영화를 상시 상영한다. 축구장 2.5배 넓이의 지붕은 야간 LED 조명으로 수영강 나루공원과 함께 환상적인 경관을 연출한다.

벡스코 미래형 복합 전시·컨벤션센터다. 국내외 전시회는 물론 대규모 회의, 공연, 이벤트, 스포츠 행사장으로도 쓰인다.

부산시립미술관 부산의 대표적 미술관. 연중 기획전, 소장품전, 해외미술전 등을 열어 시민과 예술이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다.

부산요트경기장 1천360척 요트를 계류할 수 있는 국제요트경기장이다. 체육시설, 조각공원, 산책로가 조성돼 걷기에도 좋다. 부산요트협회와 각종 해양레저 강습소가 입주해 있다.

작성자
부산이야기 2013년 9월호
작성일자
2013-09-23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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