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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기획연재

"전국에서 가장 큰 시장이 어딘 줄 아나?"

마트댁의 전통시장 나들이 ④

내용

바야흐로 4월. 달력상으론 따스한 봄날. 그러나 바람은 2월 수준.

오늘도 머리카락 휘날리며 부산 전통시장 홍보를 위해 길을 나서는 마트댁이다!

마트댁, 오늘은 지구 환경을 생각하며 지하철을 이용, 부전역 1번 출구로 나섰다.   

입구를 통과하니, 히야~ 부전시장이다. 왼편으로 커다랗게 떡 하니 자리 잡은 건물이 그 이름도 유명한 부.전.시.장. 오늘 햇살만큼은 충분히 눈부신 봄이렷다. 괜시리 시작부터 기분이 ‘업’되는 게 심상치 않다.    

점심 뒤 나른한 오후 시간. 시장을 찾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한 것은 큰 오산인 것을, 도착한 뒤 비로서 깨달았다. 시장은 새벽, 낮, 밤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이란 걸.

부전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생성된 대표적인 부산의 중심상가다. 당시 부산 근교 기장에서 농축산물을 동해남부선 새벽기차를 이용해 지금의 부전역에 내려 골목골목 난전을 펴서 생겨난 시장이라 처음에는 이름이 기장골목시장으로 불렸다 한다.

그 이후 여러 번의 시장활성화 대책을 거쳐 부전역 앞 일대 지금의 통합시장인 '부전마켓타운'이 형성되었다.

정확한 명칭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부르는 ‘부전시장’이라는 말은 옳지 않다. ‘부전상가’라 함이 옳다. 주로 마트댁이 명절날 장보러 가는 시장이 부전상가다.

부전시장과 부전상가의 차이점 하면, 구역별로 부전상가가 큰데, 눈에 띄는 가장 큰 차이점은 아케이드다. 2006년부터 시설현대화사업을 추진해 부전상가에는 지붕처럼 보이는 아케이드가 설치돼 있고 부전시장은 아직 아케이드는 없다.

어쨋거나 이 곳은 첫 눈에도 알 수 있듯이 시설의 현대화와 청결함이 전국에서도 손꼽힐만하다. 최근에는 전국의 시장 관계자들이 벤치마킹하기 위해 선진 견학 코스로 부전마켓타운을 찾을 정도란다.

다들 어렵다지만, 신기하게도 이 곳은 시설현대화사업 이후 매년 전년대비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다.  

하루 평균 3만여명이 찾을 정도라 거래량도 어마어마하다. 생선, 채소, 청과, 잡화, 의류, 전자제품 등등. 없는 게 없다. 부전상가와 부전시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시장답게 사람도 많고 물건도 많다.
 

내 허벅지만한, 아니다. 그 보다 더 굵은 가물치와 잉어가 붉은색 대야에서 뛰쳐나올 기세로 펄떡거리고, 어디서 자랐는지 등이 커다란 자라들이 봄 햇살을 받으며 전용 풀장에서 놀고 있다. 어디로 팔려갈지 모르지만 봄날의 향연을 즐기는 듯하다.

봄이 되니 싱싱한 야채와 먹을거리들이 주부들을 기다리며 파릇파릇 웃고 있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로구나. 엊그제 내린 비로 방사능에 오염됐을지 모를 내 몸을 향긋한 야채와 과일로 중화시켜야 겠다. 역시 몸 생각할 땐 고기보다 채소다.

요즘도 이런 풍경이 있다. 탱글탱글한 알밤을 뻥튀기 기계에 넣어 돌리면 짜쟌~. 구수한 군밤이 되어 나타난다. 아저씨는 뻥튀기 기계에 알밤을 칼집 내 넣고, 아줌마는 잘 익은 군밤을 사람들에게 판다. 아줌마, “모델료 안주는교?” 묻는다. 죄송합니더. 주인공은 뻥튀기 기곕니다.

‘칼 갈아 드립니다.’

뭉퉁한 칼로 생선이나 고기를 썰어 본 적 있는가. 만약 있다면, 그 뭉퉁함이 요리의 완성도와 질을 얼마나 떨어뜨리는지, 요리하는 이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그대는 잘 알 것이다.

마트댁이 낯선 외지에 살 때 칼 한번 갈아보겠노라 마트에 가서 칼가는 도구를 사가지고, 집에서 낑낑대며 칼 갈아본 적이 있다. 그 땐 시장의 ‘칼 갈아 드립니다'라는 이 문구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혼자 칼 갈아본 여자들은 안다. 칼 가는 그 심정을.

전국에서 최대규모니 만큼 시장 한 켠에 자리잡은 먹자골목은 크고, 깔끔하다. 다른 시장과는 달리 체계적이다.

특히 부전상가에 자리 잡은 죽집 골목은 손님들에게 꽤 알려져 있다. 배낭 하나 메고 부전역 기차에 내려 이 곳에서 죽 한 그릇 간단하게 들고 인근 서면이며, 멀리는 남포동까지 탐방을 떠나는 알뜰 관광객들도 있다.

공중파 방송에서 여러 차례 ‘맛 집’으로 소개했다는 부전상가 선지국밥. 허기가 느껴지는 오후, 시장 상인들과 시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이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 힘이 된다.

최근 부전마켓타운을 찾는 이들 가운데는 중국 관광객들도 많다. 중국인들이 오면 꼭 찾는다는 곳이 부전시장 2층에 자리잡은 ‘인삼시장’이다.

다른 품목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홍삼, 수삼, 백삼 등 인삼으로만 특화된 전문시장으로, 서울의 경동시장과 더불어 전국에 딱 2곳뿐이다.

가격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비해 20~30% 싸다. 뿐만 아니라 온도에 민감한 홍삼 성분을 고려해 87도씨 정도로 하루 혹은 이틀 정도 달여 파우치 포장 서비스도 제공한다. 그러니 비싼 돈 주고 다른 데 가는 건 앉아서 손해 보는 일.

하얗고 통통하게 살이 올라와 나란히 누워있는 보관고에는, <원산지 : 금산>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아버님 좋아하시는 으리으리한 인삼주도 보인다. 집안 어르신들 보약 마련할 땐 이 곳을 이용해야지.  
 

# 바삐 돌아가는 세상이 멈추고, 내 눈 앞에 펼쳐진 단 한 사람만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시간이 있다.  

전등 아래 칼을 들고 생선을 내리치고 있는 저 사내. 그를 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이 오가고, 일상적인 사람들의 말과 거래에 지칠법한 그가, 다른 어딘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열정적으로 향하는 것은 자신의 일.

일에 집중하는 상인의 모습에 저절로 발길이 멈춰지고, 나는 카메라에 담긴 경건한 그 모습을 확인하며 ‘하나 건졌다’고 중얼거린다.

# “장사 잘 안됩니다.”

최소 마흔은 넘긴듯한 저 사내의 얼굴에서 40년 전 소년의 얼굴이 보인다.

오늘 내다 놓은 물건이 다 안 팔려서 버려야 하는 시간이 와도, 하루하루 그것이 때론 그들에게 일상에 허덕이는 원인이 되어도 ‘웃으며’ 산다. ‘V’자를 그리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그들이 세상의 주인이다.

# “오빠 달려~”

나이는 지긋하지만 오토바이 위는 뜨겁다.

데이트를 하는 건지, 일하러 나선 건지 봄 바람에 나부끼는 저 여인의 머리카락이, 옷깃이 아름답게 찰랑거린다.

혼자 가면 아쉽고 둘이 가면 정겨운, 세상과 소통하는 시장에서 오랜만에 두근거림을 만난다.

# 주인을 기다리고 있나?

하늘을 향해 내 걸린 저 애기 한복. 뱅글뱅글 돌아가며 앞태, 뒤태를 뽐내는 녀석이 발길을 붙잡는다.

간밤에 심한 기침과 고열로 잠 못 이루며 울어대던 우리 아가, 게다가 요즘 아장아장 걸음마 배운다고 팔, 다리, 얼굴 성한 데가 없다. 엄마 없이도 혼자 장난감 만지작거리며 잘 놀고 있을까.

“엄미~~.”

봄 햇살보다 더 환하게 웃으며 두 팔을 활짝 펴고 안아 달라 바닥에 앉아 들썩거리던 아가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름다운 봄날, 장터에서 만난 사람의 얼굴. 그 속에서 나는 잊고 있던 소망과, 사랑, 그리고 소중한 세상과 다시 만난다.

작성자
감현주
작성일자
2011-04-14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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