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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1910호 문화관광

엄숙함 버리고 낄! 낄! 낄! 웃다보면 어라∼ 고전이 일상이 되네

장희창 인문수다 '고전잡담-카페에서, 거리에서, 바닷가에서'

내용

독문학자이자 번역가인 장희창 교수(동의대)〈사진〉는 거리의 학자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촉구 교수 시국선언에 참여했다가 해직됐다. 학교에서 쫓겨나 거리에 서게 된 것이다. 이후 야인으로 떠돌며 번역을 업으로 삼아 지냈다. 2006년 2월 교육인적자원부 소청심사특별위원회가 해직은 부당하다고 결정하면서 9월 복직했다. 19년 7개월 만이었다.


장희창책 고전잡담

​   '고전잡담

  


해직 이후의 삶이 신산했으리란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리라. 분노와 번뇌의 시간을 보냈으리라. 그러나 불의에 맞장 뜬 배짱과 저항정신은 그를 다시 학문의 길로 이끈다. 고전번역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진입했다. 시적 문장으로 번역하기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니체를 비롯해 괴테, 현대 독일문학의 거목인 귄터 그라스의 소설이 그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불의에 저항하며 체제 바깥에서 소리쳤던 그의 삶은 복직했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의 삶은 여전히 거리에 있었다. 다만, 디지털이라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가 서 있는 거리가 바뀌었을 뿐이었다. 그는 스마트폰을 들고 페이스북이라는 거리로 나섰다. 거리에서 시민과 만나고 수다를 떨었다. 수다를 떨면서 의뭉하고 재빠르게 고전을 끼워넣었다. 일체의 권위주의를 던져버리고 거리 한 복판에서, 카페에서, 바닷가에서 이웃과 막걸리잔을 주고받은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펼쳐놓았다. 새 책 '고전잡담'은 페이스북에서 친구들과 나눈 수다와 고전을 절묘하게 결합해 새로운 이야기로 구성해 쓴 글을 모았다.


<고전잡담>을 펴낸 장희창 교수.

장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낯설고 어렵다는 선입견이 가득한 고전의 문턱을 낮춘다. 그가 보여주는 세상은, 고전이란 높은 곳에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남루하고 소소한 일상 속에도 고전의 지혜와 새로운 인식의 각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고전잡담'은 장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려 큰 호응을 얻었던 이야기를 얼개로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고전을 보태 새롭게 구성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카프카의 '변신',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허균의 '홍길동전' 등 31권의 고전을 경쾌한 문장과 거침없는 입담으로 풀어냈다. 거리의 학자는 고전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크고 작은 일상의 이야기 자체가 고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일깨운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기존에 덧씌워진 청춘예찬이라는 오해를 벗고 본모습을 드러낸다. 장 교수는 이 책을, 당대 독일 청년 지식인의  고통스러운 고백이라고 말한다. 작품 곳곳에서 당대 젊은 지식인의 예리한 지성과 섬세한 감성이 시대의 모순과 부딪히고 있는 장면을 확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고전과 지금 현재 이곳의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고전이 바로 일상의 이야기라는 점을 일깨운다. 유쾌한 수다로!
장희창 교수는 "고전에는 당대 최고의 지성과 감성을 갖춘 대작가의 통찰력에 포착된 인간 사회의 진실이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디지털의 광풍 속에서도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단지 복고적 취미가 아닌 현재의 삶을 지혜롭게 헤쳐가기 위해 고전은 꼭 필요한 벗이라는 말이다.


그의 페이스북 친구는 3천여 명이다. 페친들은 거의 매일 아침 백발의 학자가 올리는 글을 보며 깔깔거리고 함께 어깨를 두르고, 노가리 안주에 막걸리 잔을 든다. 모두 평등하게, 모두 수평적으로. 그가 페이스북을 즐겨하는 이유다.
 체제 밖으로 내쳐져 거리에서 보냈던 19년 동안의 낭인 생활로 길어 올린 생생하고 빛나는 언어는 살아 꿈틀거린다. 해학과 유머까지 더했으니 이 가을에 집어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양철북 펴냄. 1만 4천 원.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19-10-08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1910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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