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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제201907호 문화관광

문진우'라는 이름, '부산 사진'이라고 읽는다

문진우 사진전 '남포동 불루스' 1980년대 남포동 일원 담은 사진 40여 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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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부산에서 '문진우'라는 이름은 '부산 사진'이다. 만 44년동안 카메라를 놓지 않았던 그의 엄지와 검지에는 단단한 굳은살이 박여 있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터져 나왔을 찰나의 긴장과 가뿐 호흡이 퇴적된 노동의 흔적이다. 그의 사진은 그가 찍는 것이 아니라 단단하게 옹이진 그의 굳은살이 찍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부산 다큐 사진을 대표하는 문진우 사진가가 책상 서랍 속에 간직하고 있던 사진을 꺼내 전시회를 열었다. 중앙동 부산우체국 지하 갤러리 카페 F 5.6에서 열고 있는 '남포동 불루스'다. 1980년대 남포동 일원의 거리 풍경을 찍은 사진 40여 점이 걸려 있다.

 

다이내믹부산 8월호 문진우 사진전01
- 출처 및 제공 : 문진우'1985년 부영극장 육교 아래'. 사진제공 문진우


이번 사진전은 '물음'에서 시작됐다. '왜 찍는가'라는 근원적 질문 앞에서 들춰본 1980년대 사진에서 희미한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40년 이상 사진을 해오면서 내 사진의 정체성은 언제나 고민이었다. 무엇을 찍을 것인가? 어떻게 찍을 것인가? 왜 찍는가? 작품을 정리하면서 1980년대 찍었던 사진들을 새롭게 볼 수 있었다. 무엇인가에 대한 가장 큰 고민을 했던 1980년대 사진들을 보며 다큐 사진의 시대적 소명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질문과 가능성을 발견했다."
사진의 무대는 남포동을 중심으로 광복동과 중앙동을 아우른다. 1980년대 부산의 중심가였던 이 일대 거리 풍경은 당시 시대상황을 은유적으로, 때로는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문진우의 사진은, 현대사 격동의 공간이었던 남포동 광복동 등 부산 원도심의 1980년대는 물론 시간의 연속성으로서의 현재가 있다. 당시 남포동 광복동 중앙동에는 젊은 청춘이 있었고, 청년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사진 속에는 어떠한 시대의 혼란과 격동, 낭만도 보이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자못 건조하고 냉정하다. 일체의 감정을 배제하고 다만 보여준다. 시민들의 우울한 표정과 먼지를 덮어 쓰고 있는 에로영화의 간판, 여종업 원 구인광고와 그 아래에서 웃고 있는 '남자', 이 서늘한 응시가 시대의 그늘을 만든다. 문진우 사진의 힘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다이내믹부산 8월호 문진우 사진전02
- 출처 및 제공 : 문진우 '87년'. 사진제공 문진우


정형적인 구도와 기존 사진 형식을 탈피한 사진들도 보이지만 기록적 가치에 무게를 둔 사진도 등장한다. 새벽 주택가 골목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재첩국 아주머니가 번화한 광복동에 등장한다. 시골장터와 농촌에서 볼 수 있는 리어카도 보인다. 육교 계단 밑에 붙은 카페 여종업원 구인광고에서는 여성을 상품화하면서 성장했던 유흥업의 검은 그늘을 확인할 수 있다.
부의 불평등은 1980년대라고 다르지 않다. 구걸을 위해 하모니카를 너무 많이 분 탓에 터진 입술에 반창고를 붙인 할아버지의 모습 앞에서 처절한 삶의 흔적이라는 수사는 얼마나 부끄러운가.


전시 타이틀이 남포동 '블루스'가 아니라 남포동 '불루스'인 것은 정교한 계산이다. 사진 속 인물들의 이유 있는 어깃장이고 외침을 '불루스'에 담았다. 이 어깃장과 외침이 2017년 촛불을 탄생시켰을 것이다. 문진우가 바라보는 시선은, 이제는 다소 진부한 수사가 됐지만, 그래도 여전한 민중의 힘이다. 사진 속 부르튼 입술에 붙어 있는 반창고를 떼는 순간 터져 나오는 소리들이 보인다. 그것이 비록 남루일지라도. 이것이 그의 사진이다.
전시기간 8월 15일까지. 관람시간 매일 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매주 일요일은 쉰다. 매주 토요일은 작가가 전시장을 지킨다. 문의 (051-462-3552)

    

작성자
김영주
작성일자
2019-07-3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1907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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