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다이내믹 부산 제201909호 시민생활

지도 위 작은 빨간 점, 세계를 유혹하다

내용

아세안 국가는 ③싱가포르

동남아시아 말레이반도의 끝에 자리한 도시국가 싱가포르.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점처럼 작다고 해서 ‘작은 빨간 점(little red dot)’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그러나 이 작은 나라의 힘은 결코 국토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 인천공항과 더불어 세계 1위를 경쟁하는 창이공항을 차치하고라도 국가경쟁력 1위, 세계 스마트시티 1위, 국제회의 개최 순위 1위, 여권 파워 1위, 건강 국가 1위, 치안 1위, 외국인이 살기 좋은 나라 2위(2018년 1위), 2018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인적 자본 지수 1위……. 각종 데이터를 통해 우리는 이 ‘거대한’ 나라를 경험할 수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강력한 도시계획 및 재생 정책으로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가꾸고 환경을 정비했다(사진은 싱가포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머라이언 파크 전경).

싱가포르 정부는 강력한 도시계획 및 재생 정책으로 도시경관을 아름답게 가꾸고 환경을 정비했다(사진은 싱가포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머라이언 파크 전경).


■ 다양한 민족이 함께 또 따로…다문화의 미래를 보다


차이나타운 거리에 있는 힌두교사원

싱가포르 차이나타운 거리. 옆에 있는 힌두교 사원이 인상적이다.


지도를 유심히 보던 사람이라면 싱가포르의 민족 구성과 영어‧중국어‧말레이어‧타밀어 등 다양한 공용어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동남아시아 한쪽 끝에 자리한 이 나라는 어떻게 세계 인종의 집합소가 됐을까?
싱가포르의 본격적인 역사는 제국주의 침략 시대와 함께 시작됐다. 싱가포르 개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 동인도회사의 래플스 경은 1819년 네덜란드의 아시아 세력 확장을 피해 싱가포르에 세금이 없는 자유무역항을 열었다. 다양한 민족이 이때부터 싱가포르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생활했다. 그 시기 영국인들이 만들었던 지도를 보면 유럽‧중국‧인도‧아랍인 등 민족에 따라 거주 구역을 나눠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청나라 말기 혼란의 시대를 피해 푸젠성‧광둥성 등에서 이주해 온 화교가 많았다. 이들 화교는 현재 싱가포르 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무역항으로 번성하던 싱가포르는 태평양전쟁 시기 위기를 맞는다. 연합군이 일본군에 패전하면서 일본에 점령당한 것이다. 종전 후 싱가포르는 영국의 관할이 됐다가 1963년 말레이시아와 함께 말레이의 한 주로 독립했다. 그러나 화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싱가포르와 말레이계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말레이 연방정부는 갈등의 불씨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1965년 결국 싱가포르는 말레이 연방으로부터 독립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국경일인 독립기념일은 바로 이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19세기 자유무역항을 열었던 당시부터 살았던 다양한 민족이 남아 싱가포르의 구성원이 됐다. 싱가포르가 주변국과 다른 다민족 국가가 된 이유다. 

모스크가 있는 아랍거리(

모스크가 보이는 싱가포르 아랍거리


지금도 싱가포르에는 차이나타운, 리틀 인디아, 아랍스트리트 등 각 민족의 특색이 보존된 지역이 많다. 각각의 거리를 걸을 때면 마치 중국이나 인도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중국‧인도‧아랍‧말레이 등 세계사를 만들어 낸 개성 뚜렷한 문화와 페라나칸(해외에서 이주한 남성과 현지 여성 사이에 태어난 혼혈) 문화는 서로 공존하며 싱가포르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특이한 것은 각각의 문화가 개별 특징을 보전하면서도 갈등 없이 조화를 이룬 점이다. 절, 힌두교 사원, 이슬람 사원이 평화롭게 공존한다. 싱가포르 한인회 노종현 회장은 그 이유로 인종‧종교의 차별이 없는 사회 구조와 공교육의 힘을 꼽았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인종‧문화‧생활 수준‧학력의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며 자랍니다. 그 속에서 어울리고 융합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죠.”


■ 50년 후를 내다본 도시 계획의 힘…디자인‧녹색의 조화

가든스 바이 더 베이

가든스 바디 더 베이 전경


‘싱가포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대표적인 것으로 배 모양의 수영장을 머리에 얹은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와 거대한 인조나무가 있는 식물원 ‘가든즈 바이 더베이(Gardens by the Bay)’ 등을 들 수 있다. 도심 지역 내 같은 디자인의 건물을 허용하지 않는 정책은 싱가포르의 스카이라인을 전 세계 건축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상상 천국으로 바꿔 놓았다.


클라크 키 전경

 관광객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클라크 키는 싱가포르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예다.

초대 리콴유(Lee Kuan Yew) 총리는 말레이연방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자원이나 경제적 기반이 없던 싱가포르에 외국인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먼저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례로 지금은 아름다운 강변 야경과 개성 있는 식당‧술집 등으로 유명한 클라크 키는 본시 더러운 물과 오래된 창고가 즐비하던 지역이었다. 강력한 도시계획과 재생정책에 따라 지금은 전 세계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관광명소가 됐다. 영국 식민지 시절 지은 의회 등의 건물을 보전해 지금도 활용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비록 짧은 역사를 지녔지만, 옛것과 현대가 다채롭게 조화를 이룬 각종 건물은 도시의 매력을 한층 더 깊게 했다.


싱가포르 시티갤러리

싱가포르의 도시 계획을 전시한 시티갤러리.


싱가포르 도시개발청(URA, Urban Redevelopment Authority)이 운영하는 시티갤러리에 가면 싱가포르 도시계획의 청사진과 개발 과정 등을 볼 수 있다. 50년을 기본 단위로 정해 10년‧5년‧1년 등을 주기로 재검토하는 철저한 도시계획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옴과 동시에 앞으로 이 도시가 또 어떻게 변해갈지 기대된다.

싱가포르 시민들의 산책로 서든리지스

싱가포르인들이 사랑하는 산책로 '서든 리지스'


보통 관광객이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조성한 도시는 일반 시민들의 생활 편의와는 거리감이 있기 마련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시민들의 생활 편의와 환경도 놓치지 않았다. 어디에서든 500m 정도만 가면 공원을 만날 수 있도록  녹지공간을 조성해 ‘정원의 도시’를 만들어 냈다. 작은 국토에 접근성 좋은 녹지공간을 만들기 위해 도로 위, 산 위, 건물 사이 등을 연결한 곳이 많다. 싱가포르인들이 사랑하는 산책코스 ‘서든 리지스(Southern Ridges)’는 산과 산, 산과 건물, 도로 위를 연결해 남녀노소 ‘걷기 좋은 녹색 공간’으로 태어났다.


■죽음 뒤의 섬 센토사, 세계인이 사랑하는 테마파크로

센토사섬 유니버셜 스튜디오 입구

센토사섬에 있는 유니버셜스튜디오 입구. 다양한 나라에서 온 관광객이 있다.


싱가포르를 설명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곳이자 휴양‧체험의 천국으로 불리는 센토사섬이다. 유니버설스튜디오, 워터파크, 마담투소 박물관, 해양수족관, 카지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한 모래와 나무로 꾸민 인공 해변, 루지 체험장을 비롯해 전 세계 맛집, 고급 호텔 등이 모여 있다.

 
지금은 즐거움의 상징이 된 곳이지만, 이 섬에도 아픈 역사의 기억이 있다. 센토사는 본래 해적의 본거지로 ‘죽음 뒤의 섬’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태평양전쟁 당시 센토사에 주둔하던 연합군은 일본군이 바다를 통해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일본군은 허를 찌르고 자전거를 타고 밀림을 통과해 진격해 왔다. 중일전쟁을 거친 일본군은 화교가 중국에 전쟁 자금을 대거나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특히 화교들에게 적대적이었고, 많은 화교가 무차별적으로 학살당했다. 센토사섬은 화교 학살이 이뤄진 곳 중 하나다.

오늘날의 센토사는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 됐다. 온갖 즐길 거리를 마련해 놓고 마치 “이래도 싱가포르에 오지 않을래?”라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속삭이는 듯하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응답이라도 하듯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이 1년 내내 이곳을 채운다.


■세계인을 맞이하는 관문, 싱가포르 힘의 원천 ‘창이공항’

올해 4월 문을 연 창이공항 내 복합쇼핑몰 릫쥬얼 창이릮 인공폭포.

올해 4월 문을 연 창이공항 내 복합쇼핑몰 릫쥬얼 창이릮 인공폭포.
공항이 비행기만 타러 가는 곳이라는 인식을 뒤집어 싱가포르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오늘날 싱가포르가 관광 및 마이스산업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많은 사람이 창이공항을 꼽는다. 1970년대 이미 관문 공항의 중요성을 인식한 싱가포르 정부는 수용량 한계가 있고 도심과 가까워 소음 문제가 심한 파야르바르 공항을 대체하기 위해 1981년 창이공항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창이는 세계와 싱가포르를 연결하는 진정한 관문이 됐다.

창이공항은 현재 제4 터미널까지 있다. 세계 약 490개 도시를 연결하며, 매주 4천여 편에 달하는 항공편이 오간다. 지난 5월 부산~싱가포르를 연결하는 실크에어 노선이 취항한 데 이어, 7월부터는 제주항공의 직항노선도 개설됐다. 김해공항에서 취항하는 첫 중거리 노선으로 부산~싱가포르의 교류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창이공항에 도착하면 많은 이용객 수에도 불구하고 빠른 출입국 심사에 놀라고 편리한 환승 시스템에 한 번 더 놀란다. 세계인들이 바쁘게 오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허브 공항’의 위용을 느낄 수 있다.
올해 4월 문을 연 복합쇼핑몰 ‘쥬얼 창이’는 공항이 단순히 비행기를 타러가는 곳이라는 인식을 뒤집은 곳이다. 시내에서 줄을 서며 기다리거나 여기저기 찾아다니기 위해 바빴을 각종 맛집과 브랜드, 테마파크 등이 모여 있어 관광객은 물론 싱가포르 시민들도 즐겨 찾는다. ‘쥬얼 창이’ 중간에 있는 거대한 실내 인공폭포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 만점 볼거리이다. 싱가포르에 막 도착한 사람이든, 이제 싱가포르를 떠나는 사람이든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창의적인 녹색도시’ 싱가포르의 매력을 각인시킨다. 

 

■싱가포르에서 부산의 미래를 보다
싱가포르는 바다‧산‧강이 모두 있는 자연환경, 편리한 물류 입지, 마이스(MICE) 산업 육성 도시, 금융 선도 도시, 블록체인 산업 육성, 보행친화도시 등 여러 면에서 부산과 닮았다. 세계와 연결되는 편리한 관문공항으로 활력을 찾은 싱가포르를 보며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다시 태어날 부산의 미래를 꿈꾼다. 아시아의 친구이자 선의의 경쟁상대로 부산과 싱가포르의 한층 더 가까워지길 기대해 본다. 


※“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포르, 한국과 더 많은 교류 기대”
   싱가포르 한인회

싱가포르 한인회 윤덕창 회장(중간).

싱가포르 한인회 윤덕창회장(중간)과 한인회 직원들.

현재 약 3만여 명에 달하는 싱가포르 한인의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싱가포르 최초의 한인 정착자인 정대호 선생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후 안 의사의 가족들을 대피시키고 만주‧상하이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다. 이후 일제의 눈을 피해 싱가포르로 이주했으며 무역업 등을 통해 독립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대 한인회장을 지낸 정원상 선생은 바로 정대호 선생의 아들이다.


우리나라의 힘이 아직 미약하던 시절, 정원상 선생도 국제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을 돕는 등 동포들을 챙겼다. 이렇게 시작된 싱가포르 한인회는 1980년 싱가포르의 정식 사회단체로 등록하고 지금까지 교민들의 교류 장이자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 1993년에는 정식으로 한국학교를 열었으며, 자체적으로 청년창업센터, 도서관, 청년 멘토링 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 한인회 노종현 회장은 “싱가포르는 국토 크기만으로 가늠해서는 안 되는 작지만 강한 나라”라며 “우리나라의 신남방정책이나 싱가포르~부산 직항 개설 등을 계기로 한국과 싱가포르의 더 밀접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장점은?
- 인구대비 범죄율이 낮고 경제‧사회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다. 정부의 기획력이 좋은데, 직원 하나하나가 맡은 일에 대한 책임과 동시에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업무 진행이 잘 되는 것 같다.

  ▶싱가포르 사회에서 한인들의 위상은?
- 한국인들은 법질서를 잘 지키고, 사회와 잘 융화돼 살아가기 때문에 사회 전반적으로 환영받는다. 2002년 월드컵 개최 이후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으며, 한국기업의 진출도 증가했다. 최근에는 케이팝이 인기를 얻어 클락크 키 등에서도 자주 한국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싱가포르 취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 금융과 호텔업 등 다양한 분야로 취업하는 젊은이들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일단은 언어(영어)가 필수적이다.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다민족 국가이므로 여러 문화권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포용적인 태도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


작성자
하나은
작성일자
2019-09-21
자료출처
부산이라좋다
제호

부산이라좋다 제201909호

첨부파일
부산이라좋다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이전글 다음글

페이지만족도

페이지만족도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십니까?

평균 : 0참여 : 0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를 위한 장이므로 부산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부산민원 120 - 민원신청 을 이용해 주시고, 내용 입력시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광고, 저속한 표현, 정치적 내용, 개인정보 노출 등은 별도의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부산민원 120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