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보

흰색 로봇 팔이 작은 형광등 같은 유리관을 들고 옮긴다. 옮겨진 유리관은 후끈한 불길이 가해져 성형이 진행된다. 유리관에 가해지는 열, 성분, 관 안에 들어가는 질소가스량 등이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기록된다. 부산을 대표하는 조선기자재업체 '파나시아'가 생산하는 UV램프 제작 모습이다. 

파나시아는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선박평형수란 화물선 등이 짐을 싣고 나를 때 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선박 하부에 물을 채우는 것을 말한다. 파나시아는 선박평형수를 살균·정화하는 장치를 만든다. 물을 채울 때 딸려 들어온 미생물이나 해양식물 생물이 다른 바다로 옮겨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물을 살균하는 과정에서 활약하는 부품이 'UV램프'다. 선박평형수에 자외선 등을 쪼여 살균하는 것. 지난 2017년 9월 국제해사기구 선박평형수관리 협약이 발효되면서 각국의 선박은 처리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후 파나시아의 기술이 주목을 받으며 수요는 급증했다. 

▲부산시가 지역 주력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스마트공장 도입에 적극 나선다(사진은 파나시아 직원이 강서구 본사에서 UV램프를 만들고 있는 스마트 로봇을 감독하고 있는 모습).  

부산 기업 383곳 설비 구축 

생산률 16%↑ 불량률 33%↓

스마트공장을 도입하기 전 까지는 접합 성형공정은 숙련공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유리 성형공정을 배우려는 청년이 적어 인력 수급이 어려웠다. 7명의 숙련공이 하루 80개 생산하던 UV램프는 이제 300개까지 제작이 가능하다. 램프 제작 과정이 모두 데이터로 남아 불량률도 85%나 감소했다. 생산성은 높아지고 품질이 개선되면서 제조 원가는 35% 낮아져 경쟁력은 더욱 높아졌다. 

마케팅 효과도 따라왔다. 스마트공장을 본 바이어들은 망설임 없이 물건 생산 계약을 맺었다고. 파나시아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전 공장에 스마트공장 설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부산에는 파나시아를 비롯해 모두 383개 기업이 스마트공장 설비를 도입하거나 도입 중이다. 이들 기업이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이후 평균적으로 생산률은 16% 오르고, 불량률은 33% 낮아지고, 원가는 32% 절감할 수 있었다. 

부산시, 스마트공장

2022년까지 800개사로 

부산광역시는 이런 스마트공장의 장점을 전 사업 분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는 지역 주력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지난 2015년부터 ICT융합 스마트공장 보급·확산을 지원 중이다. 2018년 부산시 자체사업으로 12개,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으로 11개 기업을 선정, 총 23개 기업이 선정되어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공장을 도입하기에는 장벽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스마트공장 구축 정보가 적고, 일자리를 뺐길 것이라는 인식, 예산, 전문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는 것. 이에 부산시와 부산테크노파크는 지난해부터 스마트공장 구축전략 수립, 사전컨설팅과 사업계획서 작성방법 교육, 사후관리 지원 등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들의 관심도 고취 및 불안감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로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조선기자재 기업인 파나시아가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사업인 '시범공장 구축 지원사업'에 신청해 선정됐다. 파나시아는 지역기업에게 스마트공장의 성과를 알리도록 견학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2022년까지 800개사, 2030년까지 1천500개사로 스마트공장을 늘려 지역 제조업의 체질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