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한스 하케 Hans Haacke
한스 하케(1936- )는 미술이 생산, 순환, 소비되는 시스템이 정치, 사회, 경제적 맥락들과 맺는 관계를 파헤치는 제도 비판 작품을 해 온 작가로 알려있지만,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까지 그의 초기 작품들은 하나의 체계로서 자연 생태계와 이와 연관된 다양한 조건에 관심을 보여준다.
미술관 바닥의 대형 설치 작품 〈투게더〉(1969/2013)는 〈순환〉(1969)의 확장판으로 물과 공기를 순환시키는 투명한 긴 플라스틱 튜브로 만들어진 연속 회로와 이 회로 주위로 물과 공기를 발사하는 2개의 펌프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 설계된 회로의 모양과 구성물은 변하지 않지만, 물과 공기의 움직임은 주어진 환경 조건에 따라 매 순간 달라진다. 작가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생물학적 체계에 대해 접근하며 생명체가 주변 환경 조건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처럼 물과 공기가 진화하는 방식은 결코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한스 하케는 자연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관계와 불가분한 체계로 바라본다. 〈라인강 수질 정화 식물〉(1972, 2023년 인화)은 크레펠트(Krefeld) 하우스 랑에 미술관(Museum Haus Lange)에 설치되었던 작품으로, 당시 미술관에서 전시 준비를 하던 작가가 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을 감지하고 지역 수질 조사에 착수하며 시작되었다. 그는 미술관 인근 라인강에서 수집한 오염된 물을 유리병에 담아 전시 공간에 배치하고 중수도 용수 처리 기술을 적용해 정수한 후 금붕어가 담긴 수족관으로 흘려보냈다. 정화된 물로 채워진 수족관 속에서 금붕어는 살아 움직였고, 이 물은 다시 전시 공간 외부와 연결된 펌프를 통해 미술관 정원으로 방류되었다. 그는 수질 정화 과정 자체를 작품으로 전시함으로써 자연계와 인간적, 사회적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 순환 구조와 작동 원리를 반추해 보도록 한다.
〈크레펠트 하수처리장 삼면화〉(1972, 2023년 인화)에는 크레펠트 지역 산업, 상업 시설들이 방출하는 오염 물질의 양이 기록되어 있다. 그는 크레펠트 하수처리장이 순환성이라는 자연 시스템의 구성 요소를 훼손시킨다는 점을 지적하고, 생태 시스템 하부의 복합적인 질서와 상충하는 관계들을 시각화한다.
Hans Haacke (1936- ) is known as an artist who creates works critical of institutions, that delve into how the system of art production, circulation, and consumption relates to political, social, and economic contexts. However, on the whole, his early work from the late 1960s to the early 1970s also reveals an interest in the natural ecosystem and its varying condition.
The large-scale installation artwork, Together (1969/2013), displayed on the floor of the gallery, is an expanded version of Circulation (1969). It consists of a continuous circuit made of long transparent plastic tubes which circulate air and water, and two pumps which shoot the air and water around the circuit. While the shape and composition of the pre-designed circuit remains unchanged, the movement of water and air constantly varies according to environmental conditions, never repeating the same pattern. Through this work, the artist explores biological systems that change over time, and aims to demonstrate that the behavior of water and air, like the evolutionary processes of living organisms in relation to environmental conditions, can never be perfectly predicted.
Haacke views nature as inseparable from political, economic, and social relationships. Rhine-water Purification Plant (1972, printed 2023) presented at the Museum Haus Lange in Krefeld, Germany, originated when the artist detected a strange smell in the local water, while preparing for an exhibition at the museum, and initiated an investigation of the water quality. After he applied urban water treatment technology to purify the polluted river water in Krefeld near the museum, the purified water was released into an aquarium filled with fish and used to water the museum‘s garden; showcasing the water purification system itself, utilizing chemicals and a filtration system, as a reflection of the structure of ecological circulation and the operational principles that connect the natural environment organically with human and social elements.
Krefeld Sewage Triptych (1972, printed 2023) quantitatively records the amount of pollutants discharged into local river water by the various industrial and commercial facilities in Krefeld. The artist points out the damage caused by Krefeld sewage to the water cycle which is a natural component of the ecosystem, and visualizes the complex order and relationships within the ecological syst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