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남(李二男, 1969~)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중에게 친숙한 산수화, 모나리자 등과 같은 고전 명화에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움직임이나 시각적 효과를 이용해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것으로 유명한 미디어 아티스트이다. 팬데믹 이후에 인공지능, 가상현실과 같은 최첨단 기술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데이터가 생성해내는 이미지를 통해 시각적 재현의 확장가능성을 실험하거나 환경문제와 기후위기 속에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현대인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환상적 공간을 화면 속에 연출하면서 작업의 영역을 넓히기도 하였다.

<사계-인왕제색도>는 작가의 가장 대표적인 기법인 움직이는 산수화 중 하나로 고전 이미지를 디지털 환경에 접목시킨 것이다. 조선시대 겸재 정선의 관념산수도인 <인왕제색도>의 원본이 가지고 있는 느낌을 보존하면서 현대적인 기술을 적용시켜 움직이는 화면을 만들었다. 그의 작품은 우리나라 고전미를 현대적 상상력으로 전환시켜 그림 이미지의 일루전과 현실적 풍경의 가능성을 접합시킨다. 고전적 미감의 풍미에 현대적 감성이 충돌하지 않고 마치 서로가 서로를 불러내는 듯한 조화로움을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