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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사

존경하는 부산시민 여러분

저는 어제 ‘시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전도시 부산을 만들어 달라’는 시민 명령 제1호를 받들어, 태풍‘쁘라삐룬’에 대비한 재난대책회의를 시작으로 지역의 재해 취약지를 둘러보며 민선7기 부산광역시장으로서의 첫 임무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예정되어있던 취임식을 비롯한 모든 행사를 취소한 탓에, 초청메시지를 받고 취임식을 기대하셨던 많은 시민 여러분들이, 저에게 아쉬움을 표하셨습니다. 저 역시, 민선7기 4년간의 시정 운영구상을 시민 여러분께 소상히 보고 드리는 게 도리이며 저의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이렇게 짧은 영상으로나마 시민여러분께 취임 인사드리고자 합니다. 취임식을 기대하셨던 시민여러분, 많은 양해부탁드립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부산시민 여러분!

저는 오늘 시민 여러분의 위대한 선택을 받들어 민선 제7기 부산광역시장에 취임합니다.

오늘 돛을 올린‘부산호’에는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이란 깃발이 힘차게 펄럭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곳이 바로 여러분과 제가 함께 찾아갈 부산의 미래입니다. 그것이 바로 민선 7기 부산 지방정부가 지향하는 시정 목표이고 방향입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지난 6·13 지방선거 결과는 위대했습니다. 국민들은 국정을 농단하고도 반성이 없는 세력을 단호히 심판했습니다. 정의가 바로서는 나라, 평화가 뿌리내리는 나라를 만들라고 요구하셨습니다.

부산의 선택은 더욱 위대했습니다.
시민들은 30년 일당 독점을 일거에 해체해 완전히 새로운 정치 구도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것은 불통과 일방주의, 기득권의 정치를 추방하고 시민이 주인인 도시,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 내라는 지엄한 명령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부산은 위대한 땅입니다. 부산은 자랑스러운 역사를 일구어 온 고장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였을 때 임시수도 부산은 신생 대한민국을 사수해낸 마지막 보루였습니다. 전국에서 모여든 피란민들을 품어준 따뜻한 도시였습니다.

헐벗고 배고픈 세월을 떨쳐내고자 온 국민이 피땀 흘려 일했을 때도 부산은 산업화의 선봉에 섰습니다. 항만과 수산의 중심지였으며 신발·합판·섬유 산업을 일으켜 성장의 견인차 노릇을 해왔습니다.

부산의 자랑스러운 역사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부산시민은 독재정권이 국민의 숨통을 죄어들 때마다 분연히 떨쳐 일어났습니다. 부산은 부마항쟁, 6·10 민주화운동의 함성으로 ‘국민주권’의 헌법 가치를 지켜낸‘민주의 성지’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30여년 부산은 그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부산의 비중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인구가 줄고 있는 와중에도 노령인구는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청년 실업도 심각합니다. 문화, 교육 인프라도 부족합니다.

이 모두가 일당 독점체제, 혁신과 경쟁이 없는 무풍지대가 낳은 무사안일의 결과입니다. 저는 부산의 청사진은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과 담대한 비전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30년이 가까웠지만 ‘서울공화국’이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부산은 제2의 도시란 허명 아래 갈수록 위축되고 있습니다. 서울은 우리의 롤 모델이 아니며, 서울만 바라보고 살 수도 없습니다.

이제 발상을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만의 전략을 새로 짜야 합니다. 그랜드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부산의 미래를 좁은 틀에 가둘 것이 아니라, 광역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부산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울·경이 동반자 관계를 맺어 상생 협력해야 합니다. 공동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윈-윈 게임’을 펼쳐야 합니다. 전남에서 부산에 이르는 남해안 광역권도 협력 관계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의 시선은 좁은 한반도가 아니라 세계를 향해야 합니다. 우리의 무대는 글로벌 시장으로 펼쳐져야 합니다. 국제적인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랑하는 부산 시민 여러분!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부산은 제가 나서 자라고, 평생을 공직에서 일했던 곳입니다. 부산을 풍요와 행복이 넘치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 저의 오랜 꿈입니다.

저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의 건설, 시민이 행복한 도시, 시민과 소통하는 시장이 바로 그것입니다.

첫 번째로, 저는 부산을 동북아의 해양수도로 우뚝 세우겠습니다.

부산은 부산만의 고유성과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산이란 도시는 화끈하다고들 합니다. 부산 사람들은 쾌활하고 솔직하며 진취적입니다.

거기에 더해 부산은 바닷길과 하늘길, 육로가 한군데 모인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항만, 공항, 철도를 아우르는 교통과 물류의 세계적 허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잠재성을 가진 도시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저는 부산의 발전 전략은 물류와 해양산업의 성장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부산의 미래를 바다에서, 하늘에서, 그리고 대륙으로 뻗는 길에서 찾아야 합니다. 첨단 시설과 장비를 갖춘 초대형 항만, 24시간 가동되는 국제 규모의 공항,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가는 철도, 이 3박자를 갖춘 트라이포트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부산이 웅비할 절호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70년에 걸친 남북의 대결과 반목이 끝나고 있습니다. 평화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지금 신 북방·신 남방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힘찬 기적을 울리며 부산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시베리아를 거쳐 베를린까지 들어갈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부산은 그 호기를 선점해야 합니다.

우리는 부산을 세계 각국의 화물이 몰려들고 세계인이 다투어 찾아오는 활기찬 국제도시로 만들어 내야 합니다. 싱가포르나 홍콩을 뛰어넘어 진정한 동북아의 해양수도로, 세계 물류의 메카로 육성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그렇다고 부산의 미래가 교통과 물류 산업에만 한정된 것은 아닙니다. 21세기는 눈부신 기술 혁신의 시대입니다. 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첨단지식산업의 육성에도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대기업들이 투자할 여건을 완비해 그들 스스로 부산을 찾아오게 만들겠습니다.

사랑하는 부산 시민 여러분!

저의 두 번째 목표는 시민이 행복한 도시입니다.

시민 모두가 오순도순 정을 나누는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시민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돌보는 세상, 거리 곳곳에 웃음이 넘치는 가족 같은 도시, 그것이 제가 꿈꾸는 행복한 부산의 모습입니다.

복지 확충에 힘쓰겠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눈물을 닦아 드리겠습니다. 어르신들을 편안하게 모실 사회적 안전망을 정비하겠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을 확충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현장형 복지 제도를 도입하겠습니다. 공원과 체육시설도 늘리겠습니다. 시민 모두의 백세 건강시대를 열겠습니다.

젊은이들이 마음 놓고 결혼해서 걱정 없이 아이를 낳아 키우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보육시설을 늘리고 맞춤형 보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겠습니다. ‘직장 맘’들이 육아와 가사의 굴레에서 벗어나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다음으로, 안전한 도시를 만들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를 다니게 하겠습니다. 여성들이 마음 놓고 골목길을 다닐 수 있게 하겠습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제도도 만들겠습니다. 원전의 안전을 위한 근본 대책도 세우겠습니다.

일자리 창출에도 혼신의 힘을 쏟겠습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헤매거나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느라 창백하게 시들어 가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부산시가 먼저 공공부문 청년의무고용을 확대해 모범을 보이겠습니다.

문화예술을 획기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파행으로 얼룩졌던 부산국제영화제를 영화인의 품으로 되돌려 드리겠습니다. 기초예술 분야의 진흥에도 힘쓰겠습니다. 주말에 가족들이 외식하고 영화나 음악회를 편안하게 감상하는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시장으로서 소임을 다하려면 시민 여러분의 뒷받침이 절실합니다. 그래서 저는 재임기간 동안 민심의 바다로 뛰어들 것입니다.

그것이 저의 세 번째 목표인 ‘소통하는 시장’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시민 여러분을 주인으로 받들겠습니다. 거리에서, 달동네에서, 산업 현장에서, 복지시설에서 여러분의 목소리를 경청하겠습니다. 퇴근길에는 허름한 선술집에 들러 시민여러분과 격의 없이 소주잔을 나누겠습니다.

민생 현장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니겠습니다. 틈나는 대로 전통시장을, 작은 공장을, 부두를 찾아가겠습니다. 여러분의 고단한 일상을 꼼꼼히 챙기겠습니다. 막힌 파이프를 뚫고 얽힌 매듭을 풀겠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소통, 화합, 실용의 리더십으로 부산을 총체적으로 재구성하겠습니다. 기업인과 만나 부산의 경제를 놓고 진지하게 토론하겠습니다. 시민사회와의 협치에도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지식인, 전문가들과도 자리를 함께 하겠습니다. 대통령도 만나고, 장관도 만나 부산 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받아내겠습니다.

부산의 주인이신 시민 여러분!

활력이 넘치는 국제 도시, 함께 잘 사는 복지 도시, 삶의 즐거움을 누리는 문화 도시의 실현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시민 모두가 손잡고 함께 나아갈 때 이뤄질 수 있는 꿈입니다.

때로는 좌절과 고난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꿈이 간절하면 현실이 됩니다. 함께 꾸는 꿈은 미래가 됩니다.

상하이, 홍콩, 후쿠오카,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협력 체제를 구축해 부산이 그 중심에서 동북아 해양수도로 우뚝 서는 꿈을 실현합시다.

부산을 우리의 삶터, 일터, 꿈터로 만듭시다. 부산의 황금시대를 엽시다. 희망을 안고 한발 한발 전진합시다.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는 일제 강점기에 한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짧은 시를 선물한 적이 있습니다. 구절 일부를 조금 바꾼 이 시 한 편으로 저의 취임사를 마치고자 합니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기에
빛나던 등불이었던 부산
그 등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북아의 밝은 빛이 되리라

감사합니다.

2018년 7월 2일

부산광역시장

오거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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