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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판정

경판정

경판정(京坂亭)은 중구 광복동 1가 6번지 일대로 용두산공원으로 오르는 계단 중간쯤(옛 고등기술학원 자리)에서 동광동 방면의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었다.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현대식 건물사이로 얼른 알아보기 힘든 고색창연한 일본식 목조가옥 한 채가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을씨년스럽게 하였다. 경판정으로 이용되었던 건물은 몇년전 주변에 화재가 발생하여 전소되어, 그 옛날 이곳이 호화로운 요정이었다는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지금은 대형 복합 건물이 들어서 있다. 개항초기 부산항은 일본인들과 러시아인들이 드나들며 흥청대었는데 그 당시 러시아함대가 부산항에 입항하여 러시아 해군사관과 일본기생과의 사소한 해프닝이 러, 일간 외교충돌 일보직전까지 갔던「경판정사건」이 일어났던 곳이 바로 경판정이다.

1889년 7월 11일 오후 4시께 부산항에 정박중이던 러시아군함의 사관 한 사람이 상륙하여 경판정에서 일본기생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이 거하게 취한 러시아 사관은 기생의 태도가 불손하다고 트집 잡아 그녀의 얼굴을 마구 후려쳤다. 이를 말리던 일본인 종업원 한 사람도 얻어맞았다. 당시 부동항(不凍港)을 찾아 부산항을 자주 찾았던 러시아함대의 수병들이 상륙하여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경우가 많았다. 경판정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던 사관은 군복의 휘장과 모자를 떨어뜨려 놓은 채 귀선(歸船)해 버렸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이 사소한 사건이 다음날 일본의 여러 신문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어 국제문제가 되기까지 했다. 신문들은 러시아사관 고리우바키스 대위가 일본기생의 정조를 강요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종업원을 때려누이고 이를 말리려고 달려온 일본 경관에게도 총기로 대항하였다고 보도했다고 한다.

이 신문기사를 읽은 러시아함대 요오래쯔 함장은 부산의 일본영사를 맹렬히 비난하는 동시에 서울의 러시아공사에게 얼토당토 되지 않는 기사라고 항의하였다. 사건이 확대되자 부산영사(中村)는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신문기사가 사실이 왜곡되어 과장 보도됐다는 것을 밝히면서 이 문제는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은 주정(酒酊)사건이 일본측이 고의로 여론화함으로써 러, 일간의 감정대립으로까지 격화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옛날의 기억을 되살려 줄 증언자도 없고 일부 기록에서나 찾아볼 수밖에 없다. 지금은 일부 고로들만이 경판정에 대한 기억을 더듬을 뿐 일반 시민 대부분은 이곳이 그 유명한 경판정이라는 요정이 있었다고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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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업데이트
201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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